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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브라운 - the fabulous clipjoint

by trazel posted Mar 0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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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브라운은 추리소설 작가로보다는 SF 작가로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브라운의 SF 단편들을 매우 좋아하는데 평균 2-3 페이지 분량의 짧은 단편들 속에 들어있던 기발난 착상들을 보면 이 사람은 정말 타고난 천재 이야기꾼인 것 같습니다. (브라운이 이세상에서 가장 짧은 SF소설이라고 한 ‘우주의 끝’ 이라는 소설 분량은 불과 3줄입니다)

그렇지만 브라운이 평생 22권의 추리소설과 9권의 SF 소설을 썼다는 점에서 보면 이 작가를 SF 작가라기 보다는 추리작가라고 부르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브라운의 추리소설 중 아마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번역된 작품은 해문에서 나온 ‘교환살인’ 이겠지만(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낯선 승객’에 대한 오마쥬로 썼다고 하죠)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은 에드 헌터와 앰 헌터가 등장하는 7편의 시리즈물이 아닐까 합니다. 애드와 앰 두 콤비는 경찰도, 사립탐정도, 천재적 두뇌의 소유자도 아닌 사회 밑바닥의 그냥 평범한 인물들이고 조카와 삼촌 관계라는 점에서 참 독특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애드와 앰 시리즈의 첫 작품이 바로 1947년 발표한 ‘the fabulous clipjoint’입니다.  
fabulous clipjoint 라는 제목의 의미가 궁금해지는데 ‘터무니없는 엉터리 술집’이라는 의미라는군요. 소설 배경 절반이 술집이 정도로 술집이 많이 등장하는데 소설 제목이 의미하는 fabulous clipjoint는 배경이 되는 1930년대 말의 시카고 그 자체입니다. 온갖 범죄가 난무하는 시카고의 찌는 듯한 여름밤 주인공 에드 헌터는 아버지가 뒷골목에서 둔기에 맞아 살해당하는 사건을 겪게 됩니다. 아무런 용의자도, 목격자도, 단서도 찾을 수 없는 하루에 수십건씩 발생하는 이러한 사건해결에 경찰에 아무 도움을 기대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고 하겠죠. 에드는 사건 해결을 위해 스스로 나섭니다.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삼촌 앰브로즈 뿐이며 이때부터 애드와 앰 두 콤비는 하나하나씩 살인사건의 단서를 찾아 나서게 됩니다.
이 소설은 쟝르상 당시 미국 추리소설의 주류를 이루던 하드보일드 소설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애드와 앰은 때로는 경찰을 매수하며, 때로는 총을 들이대고 협박을 하며, 때로는 극단적인 폭력도 불사하지 않으며 범죄의 실체에 접근해 나갑니다. 갱단과의 한판 승부, 매력적인 악녀의 유혹 등등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죠. 이러한 점에서 동시대의 영국 미스테리 소설들이 비현실적 수수께끼 풀이에 집착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소설 중간에 주인공 에드가 전형적 수수께끼 풀이식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이건 현실의 살인이 아니야’라고 하며 책을 집어던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당시 미국을 풍미하던 챈들러나 스필레인의 소설들과는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비정함과는 꽤 거리가 있습니다. 애드와 앰의 대화는 시종일관 위트가 넘칩니다. 또한 이 소설은 무엇보다 ‘가족’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은 이제 성인 단계에 막 들어선 에드의 성장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무질서한 시카고의 밤거리, 온갖 폭력과 협박 속에 에드가 삼촌으로부터 죽은 아버지의 과거에 대해 하나씩 알아나가면서 점차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 가족을 위한 아버지의 희생의 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어쨌든 기지넘치는 단편들에만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프레드릭 브라운의 추리작가로서의 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에드가상 수상작이며 IMBA가 선정한 가장 사랑받는 미스테리 100선, Keating이 뽑은 베스트 미스테리 100선에 모두 포함된 수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