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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수정 - 배연우

by kyrie posted Feb 2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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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작가의 추리소설이라고 하니 떠오르는 몇몇 작가들과 분위기가 비슷할까 어떨까 궁금했다. 인물 소개를 보니 역시 수정은 물리학과, 한유성은 수학과...그러하다. 한 문장, 한 문장 즈려밟는 전개도 빡빡하다. 마음 단단히 먹고 눈에 불부터 켜야겠다.ㅎㅎ

한유성은 대학의 추리소설 감상 동아리의 부장이고 수정은 부부장이다. 소설은 5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 소설은 범인찾기만큼 중요한 것이 한유성의 거짓말이나 행동 밝히기이다. 과연 어디까지가 한유성의 공작인가.

예를 들어 첫번째 이야기에서 한유성은 오로지 사건을 만들기 위해 중요한 증거물을 없앤다. 그리고 친구에게 거짓추리를 전개하여 진실을 오도한다.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악의를 가진 사람에게 교묘하게 사건을 부추긴다. 그리고선 완전범죄가 되지 못하게 훼방을 놓는다.

세번째에서는 범인을 눈치챘으면서도 사건화하고 그 속에 자신을 포함시키기 위해 이런저런 조작을 하고 연기도 한다.

대충 이런 식이다.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수정은 '이 자식 또 시작이군.' 하는 느낌으로 진실을 파헤친다. 사실 수사랄 것도 없다. 진짜 어마어마한 추리력으로 한 번 휘익 훑어보면 끝이다. 따라갈래야 갈 수가 없다. 솔직히 두번째 이야기같은 경우에는 범인과 피해자의 동선이 불분명하게 나와서 독자는 추리하기도 어렵다. 오로지 현장에서 고요히 지켜본 수정만이 알 수 있다. 어쨌든 수정은 사건마다 한유성의 거짓추리와 괘씸한 욕망을 깨부수어 준다. 그런데 왜 은밀하게 하는걸까? 운동장 한가운데서 엎어놓고 두들겨 주어도 시원찮은데...

네번째 이야기에서는 그나마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고교 후배 명아현이 등장하여 추리의 파티를 벌인다. 소재는 학교앞 빈집 마당에 버려진 아홉개의 베개 모양 쓰레기의 진실 이다. 한 사람씩 추리를 하고 서로 허점을 찾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와중에 드디어 수정과 한유성 사이의 덮어야 할 과거 사건이 암시된다. 도대체 중2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이제 수정도 그리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작가가 시리즈를 노리는 것인가. 이 소설에서 수정과 한유성의 캐릭터 구축은 확실했지만, 매 사건마다 계속되는 한 사람의 뻔한 악의는 지켜보기가 힘들고 피곤했다.

수정은 이렇게 말한다. "현실에 탐정은 없다. 추리소설 같은 일도 없다."

아니다. 현실에는 탐정도 있고 추리소설 뺨치는 일도 있다. 다만 그것은 생생하게 살아숨쉬는 삶 속에 있다. 이 소설에 필요한 것은 그런 삶들과 그것들이 뭉쳐 만들어내는 변화무쌍한 세상, 바로 그 속에서 살아가는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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