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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오 신지 :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소실형 (스포有)

by 프린 posted Nov 0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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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소실형


일본 SF 미스터리의 거장이라는 '가지오 신지'는 나에게 생소한 작가이자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이다. 일본에서 화려한 수상 경력은 물론 경이적인 이력의 소유자인 가지오 신지는 대중적 재미는 물론 탁월한 문학성까지 가진 작가라고 한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그의 이름을 알린 <부활>에 이어서 두 번째 작품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소실형>이 출간되었다. 작가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소실형이 사실은 미국 작가 로버트 실버버그의 아이디어인 무시형이 원형이라고 말하고 있다. '무시형'은 모든 사람들이 죄인을 보고도 못 본 척, 없는 척하며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형벌이다. 가지오 신지는 여기에 현실성과 자신만의 상상력을 더해 내 존재 자체가 부정되는 형벌 '소실형'을 만들었다. 실제로 이런 독특한 발상을 한다는 자체가 놀라웠고, 이런 점이 바로 SF 미스터리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평범한 주인공 아사미 가쓰노리는 나카하라 아야나라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어느 날 그녀와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그녀의 전 남자친구를 만났고, 둘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하다가 폭행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 사건으로 인해 가쓰노리는 징역 1년을 선고을 받는다. 변호사는 현재 정부에서 시험 단계인 소실형이라는 형벌를 소개하며, 소실형은 선택하게 되면 1년에서 8개월로 감형할 수 있다고 말했고, 가쓰노리는 올해 형기를 끝낼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하여 소실형을 받게 된다. 테스트 중인 소실형은 교도소가 아닌 자신의 집에서 아무런 감시 없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지만 특수한 장치 배니싱 링을 목에 걸어야 했다. 그리고 그 배니싱 링을 착용하게 되면 특수한 전파로 인해 그 사람은 다른 사람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고독한 형벌을 받게 된 가쓰노리는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없고 정부에서 제공하는 식료품, 생필품 등으로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면 되기에 쉽게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TV, 컴퓨터, 전화 등 심지어는 책을 읽는 행위까지 금지된 가혹한 형벌로 만약 억지로 링을 벗으려고 하거나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하려고 하면 링은 목을 조여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형량을 줄어들었고 '0'이 되는 순간 소실형이 완료되어 배니싱 링이 저절로 풀리는 시스템이었으나 기계 오류인지 형기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배니싱 링은 풀리지 않았다. 식량 배급도 끊기고 아무도 자신을 보지도,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가쓰노리는 자신을 나쓰미라고 말하는 여성을 알게 되는데…….

 

작품의 제목을 보고 굉장히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소실형'의 한자를 확인하지 않아서 어떤 뜻인지 모르고 읽었다. 그래서 그런지 읽는 내내 궁금증과 호기심을 동시에 불어일으켰다.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형기 중에 범죄도 일어나지 않고 의외로 괜찮은 형벌이지 않을까는 생각을 했지만 소설을 읽어나갈수록 이런 형벌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사람의 기본 인권조차 인정하지 않는 이런 형벌이 있다면 정말 고독하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

 

어릴 때 투명인간이 되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투명인간이 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지만 형벌이든 아니든 타인의 눈에 보이지도 소통도 할 수 없다면 정말 곤혹스럽고 무료한 생활로 인해 미쳐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SF 미스터리를 좋아하지 않아서 찾아 읽는 편은 아니지만 가독성이 좋아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었다. 다만 결말에서 조금 찝찝함이 남았지만 그게 더 현실적인 것 같아서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나름 괜찮은 결말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SF 미스터리를 좋아하거나 SF 미스터리가 궁금하다면 추천해주고 싶다. 가지오 신지라는 작가와 그의 작품은 국내에서는 많이 생소하지만, 앞으로 꾸준히 알려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