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시무라 교따로라는 작가의 단편집입니다. 1983년도에 나온 책이구요. 제목인 <러브 호텔 살인 사건>은 정말 얼토당토않더군요. 뭐 단편 중에 한 편은 러브 호텔에서 사건이 벌어지지만요. 작년에 헌책방에서 구했는데 우연히 꺼내들고 잠깐 읽어봤다가 그 길로 끝까지 다 읽고 말았지요. 저는 장편인줄 알았는데 단편집이더군요.
처음 읽어본 작가지만 이 작가 대단히 뛰어나더군요. 필력이 느껴집니다. 다른 작품이 나온 건 없나 찾아 봐야겠어요.
수록 작품 목록은...
<밤의 살인자> - 거의 유일한 본격물입니다. 러브 호텔에 같이 투숙한 남녀, 남자는 샤워를 하고 부푼 가슴을 안고..-_-; 나오는데 여자가 안 보입니다. 창문이 열려 있어 바라보니 여자는 5층 밑으로 추락사했습니다. 살인자로 몰린 남자를 민완형사가 구해주죠. 트릭이 그저 그렇습니다. 비현실적이죠...
<카드의 성> - 이 작품 대단히 뛰어납니다. 시므농의 <사나이의 목>에서 힌트를 얻은 듯 합니다. 술집 여자가 목졸려 살해당합니다. 범인으로 짐작되는 인물은 주변 사람들 모두 칭찬하는 정의감 강한 시인...그런 정의감 강한 사람이 왜 술집 여자를 죽였을까요? 어떻게 죽였느냐, 누가 죽였느냐 보다는 왜 죽였는가에 시선을 집중하는 작품입니다. 충격적인 마무리가 아주 좋습니다.
<행선지 없는 차표>- 도벽이 있기에 실직한 샐러리맨의 기묘한 이야기입니다. 짧지만 의표를 찌르는 작품입니다. 평범한 샐러리맨이 도벽을 갖게 되는 심리 묘사가 아주 좋고요. 반전이 끝내줍니다.
<환상의 여름> - 17세 소년이 양어머니에게 느끼는 사랑과 양어머니를 사랑하는 것으로 보이는 작가에 대한 증오를 강렬한 필치로 묘사합니다. 1인칭으로 소년이 느끼는 좌절과 분노, 절망과 애정 등을 서술하는데 흡인력이 뛰어납니다. 역시 반전이 있지요. 짐작 가능하지만 확트인 바다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그만입니다.
<신의 계시> - 독특한 작품입니다. 동경의 의사가 원시에 가까운 일본의 섬으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기묘하면서도 공포스런 이야기입니다. 전형적인 현대인인 의사가 거의 괴기에 가까운 원시 섬의 의식을 접하면서 느끼는 이질감과 공포감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아주 독자를 홀리는 명편입니다.
<손뼉을 치는 원숭이> - 사회파적인 작품입니다. 추리 소설이 아니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 청년이 여행지에서 자살을 합니다. 3통의 편지를 남기고...신문 기자는 그의 자살의 이유를 찾기 위해 편지를 받은 사람을 찾아갑니다. 청년의 고독과 외로움이 아프게 다가옵니다.
<비둘기> - 이 작품도 멋집니다. 절의 경내에서 기르던 비둘기가 연쇄적으로 살해(?)됩니다. 사람도 아니고 왜 비둘기가 살해당하는 걸까요? 독자들이 궁금할 때쯤 탈옥수가 나타나면서 작품은 점입가경이 됩니다. 비둘기 살해와 탈옥수가 절묘하게 만나는 지점이 놀랍습니다.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전개가 좋습니다. 착상이 기발하고, 전개가 뛰어난 작품입니다.
이상으로 수록작들을 소개해 보았습니다. 니시무라 교따로라는 작가, 대단하더군요. 작품 전반에 걸쳐 수수께끼의 요소, 즉 퍼즐과 본격의 끈을 놓치 않으며 사회파적인 감각까지 겸비했습니다. 필력도 좋고요. 근래 읽어본 단편집중에 내놓으라 할만한 수준작이었습니다.
구하기는 쉽지 않으시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