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발간

악성인자 - 윌리엄 아이리쉬 외

by 케인즈 posted Jun 0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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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공씨책방에서 데카님이 골라주신 책입니다. 저는 듣도 보도 못한 책이었는데요 정태원 씨와 최진섭 씨께서 번역하셨고 작가군도 화려하길래 사들었습니다. 매일 한두편씩 찔끔찔끔 보다보니 어제서야 다 읽었네요.
수록된 단편들의 70%는 주로 부부간의 갈등을 그린 것이더군요. 남편을 죽이고 싶어하는 아내...부인을 죽이고 싶어하는 남편...저로서는 별로 유쾌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몇 작품은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그나저나 도솔의 미스테리 걸작선을 능가하는 엔솔러지는 만나기 힘들 듯 합니다.

인상적이었던 작품 몇 개를 소개하자면요...

<색다른 토끼 스튜 : The fingernail> - 윌리엄 아이리쉬

‘범인은 과연 어디에 증거를 숨겼을까?’ 하는 내용입니다.
왠지 낯익은 트릭이라서 감흥은 떨어졌지만 만약 이 작품이 쓰여질 당시 최초로 사용된 트릭이었다면 그때는 상당했을 듯 합니다. 아이리쉬 작품은 여기저기 단편집에서 종종 눈에 띄는데요 만나는 작품마다 분위기가 사뭇 다르군요. 도솔의 ‘춤추는 탐정’은 로맨스를 가미한 몽환적인 분위기가 애절하고 감칠맛나게 다가온다면 ‘한방울의 피’에서는 냉혹한 살인자의 범행일지가 딱딱하고 차갑게 다가옵니다. 이 작품은 단지 수수께끼 풀이에 몰두하는 경찰을 등장시켜 추리소설의 기본에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라디오 : The empty flat> - 존 딕슨 카

한밤중 사람이 살지 않는 텅 빈 아파트에서 이상한 음악소리가 울려퍼지고 시끄러운 소리에  견디다못해 문을 따고 들어간 이웃은 한 남자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마취 총경이라는 다소 기계적이고 무뚝뚝한 인물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역시 ‘카’다운 살해방법이군요. 딕슨 카는 단편에서도 곧잘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요 저는 오히려 카의 장편보다는 단편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복잡한 설정의 장편보다는 짧은 분량에서 느껴지는 섬뜩함이 더욱 여운이 남더군요.

<사랑의 도박> - 패트리샤 하이스미스

해서는 안될 사랑을 하고야 말았던 불행한 한 남자의 이야기...상황이 어디까지 꼬여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걸작입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은 압권이군요.

<마음 돌리기 : A reform movement> - 도날드 마틴

책에 이 작가에 대한 정보가 달랑 한 줄 써있습니다.
“세계 미스터리 작가들 사이에 수수께끼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제가 원하는 스타일의 단편입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전개되던 이야기가 갑자지 마지막 한페이지에서 뜻밖의 양상으로 치닫게 되는 식의 단편 말이죠. 이렇게 써 놓고 보니 대부분의 단편들이 추구하는 바로군요. 물론 예측 가능성과 반전의 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아무튼 이 작품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파리종이 : Fly paper> - 대쉴 해미트

대륙흥신소(콘티넨탈 오프)의 ‘나’라는 인물이 사건을 풀어갑니다. 끝까지 ‘나’의 이름은 밝히지 않는군요. ‘나’는 사립탐정 사무소 직원답게 사무적인 모습으로만 그려질 뿐 어떠한 감정도 드러내지 않습니다.
한건의 실종사건과 두건의 살인사건 그리고 용의자들이 무색무취하게 서술되고, 사건을 파헤치는 ‘나’를 포함한 흥신소 직원들은 단지 의뢰받았기 때문에 조직의 일부로서 범인의 뒤를 쫓습니다. 동료가 피터지고 이빨이 뿌러져도 그저그런가보다 바라보는 ‘나’의 모습은 비정하기 이를데 없군요. 이런 비정함 속에서도 추리소설의 묘미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예기치 못한 결말도 아주 훌륭합니다. 작품에서 다루어지는 사건은 상당히 비극적이라할 수 있는데 아무 연민의 감정없는 무미건조한 서술방식이 그 비극적 슬픔을 배가시킵니다.
아주 강렬한 작품인데요 해미트의 ‘나’가 나오는 번역본이 또 있는지 궁금하군요. 삼중당 단편집에 수록된 ‘쿠피날섬의 약탈’이 ‘나’가 나오는 작품인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맞는지요? 데카님이 ‘파리종이! 파리종이!’했던 이유를 알겠습니다.

<무서운 초콜릿 : The Avenging chance> - 앤소니 버클리 콕스

그 유명한 ‘독초콜릿 사건’의 단편 본 입니다. 이 작품은 어디서 선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세계 추리단편 베스트 10’에 들어가는 걸작이라고 하는군요. 장편 독초콜릿 사건과 똑같은 내용입니다만 결말은 다릅니다. 아마도 이 단편을 먼저 읽고 장편 ‘독초콜릿 사건’을 나중에 읽는다면 그 재미가 훨씬 더할 것 같군요. 작가가 이 단편을 먼저 써놓고나서 어떻게하면 독자의 뒤통수를 더 후려칠 수 없을까하고 머리를 쥐어짜낸 아이디어가 장편으로 탄생된 듯 한데요....그 반대일지도 모르겠군요.

이밖에 수록된 작품들은 다음과 같습니다.(원제는 책에 기재되어 있는 것만 씁니다.)

<돼지와 피아노: the lady and the boy> - 헨리 스레사
<헬로, 자스민> - 헨리 스레사
<세 여인의 공통분모> - 빌 플론지니
<한낮의 정사> - 브루노 피셔
<미인과 초콜릿> - 로버트 블록
<초록색 벌레: the hammer of God> - G.K 체스터튼 - 북하우스 ‘결백’에 수록된 ‘신의 철퇴’입니다.
<위험한 초보운전> - 프레드 S. 토비
<사라진 열쇠: the third floor flat> - 애거서 크리스티 - 해문 ‘쥐덫’에 수록된 ‘4층 아파트’
<다섯 명의 용의자: inspecter Maigret Deduces> - 죠르즈 심농
<무서운 교배> - 존 클리어
<약속의 그늘> - M. 레버
<붉은 머리 연맹> - 코난 도일
<매력적인 앤드로이드 신부> - 헨리 스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