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의 축약 버전같은 작품이다.다. 작가는 기자로 일하다 작가가 되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일본 경찰 조직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지(또는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쓸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그 조직 내부에서 일어나는 암투와 모략들은 일선 현장에서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것 뺨치게 복잡하고 긴박하고 흥미진진하다.
첫번째는 경무과 조사관이자 실질적인 인사담당자 후타와타리 경시가 활약하는 인사 관련 이야기이다. 천재적인 두뇌를 자랑하는 그도 알 수 없는 한 길 사람 속 때문에 고전한다. 수사를 하면서 나름 인간적인 면도 부각시켜서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었다고 본다.
두번째는 감찰과 신도 경시의 이야기로 조직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신념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보여준다. 후타와타리는 첫번째보다 이 이야기에서 더 천재적인데 어떻게 진상을 알아냈는지가 궁금하다. 번외편 같은 것이 있으면 좋았겠지만...
세번째는 여경에 대한 이야기이다. 남자들의 독무대인 경찰조직에서 여경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 살아남을 수 있기는 한가? 마지막에 실종된 여경을 찾아낸 담당계장 나나오가 날리는 불꽃 싸다구가 미약하나마 분한 마음을 달래주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조용히 수사의 진척을 돕고 역시나 먼저 진상을 파악한 후타와타리의 내년도 인사 계획을 기대해본다. 제발 더도말고 덜도말고 권선징악을 바란다. 번외편이 아닌 후속편이 필요하다.
마지막은 현경 본부장 비서관 쓰게의 이야기이다. 그는 경찰이라기 보다는 정치꾼에 가깝다. 오로지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 상대의 진의를 알아내려는 몸부림이 가히 눈물겹다. 처음에 후타와타리에게 도움을 요청해보라는 동료의 말을 무시할 때부터 이 사람은 망하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정치판에서는 단번에 망하기도 쉽지 않으니... 과연 쓰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두고두고 야금야금 읽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다. 하지만 책은 얄팍하고 금방 다 읽힌다. 후타와타리 경시의 활약다운 활약을 더 보고 싶은데 이 책이 전부인가 보다. 사실 일본 경찰 조직에서 개인의 활약이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도 64를 통해 답답하기 짝이 없는 일본 경찰조직에 어느 정도 적응을 했기 때문이리라. 그냥 그러려니...여기는 원래 이래...하는 자세만 있으면 충분히 재미있다. 별의별 특수설정이 난무하는 요즘 이 정도는 그닥 특수하다고 볼 수도 없겠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