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미조 세이시의 <미로장의 참극(迷路荘の惨劇)>은 1976년에 출간된 소설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후기 작품 중 하나입니다.
원래 이 소설은 50년대에 <미로장의 괴인(迷路荘の怪人)>이라는 제목으로 단편 및 중편 버전으로 연재되었던 작품입니다. 일본 추리소설사에 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아시다시피, 마츠모토 세이초 이후 일본의 본격 미스터리는 갈 곳을 잃었고 이는 요코미조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1970년대 초에 요코미조 세이시 리바이벌 붐이 일면서 요코미조 역시 새로운 작품을 집필하기 시작했는데, 과거의 중단편을 개고하여 장편화 한 <미로장의 참극>은 <가면무도회>와 함께 요코미조의 후기 활동을 견인한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사건은 긴다이치 코스케가 시노자키 신고라는 전후 신흥 사업가의 의뢰를 받고 명랑장(名琅荘)이라는 별장을 방문하면서 시작합나디. 명랑장은 과거 백작이던 후루다테 타넨도라는 인물이 지은 별장인데, 이 건물은 그의 괴상한 취미로 인해 건물 여기저기 숨겨진 공간이나 비밀 통로 등의 장치가 있어, 미로장(迷路荘)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그런데 이 미로장에서는 과거 타넨도의 아들 카즌도가 아내와 그녀의 친척인 시즈마와의 관계를 의심하여 아내를 살해하고, 팔이 잘린 시즈마가 도망쳤던 참극이 벌어졌습니다.
전후 사양족이 된 후루다테가로부터 이 별장을 사들여 호텔로 개조하려던 시노자키였으나, 어느날 외팔의 사내가 호텔을 방문한 뒤 방에서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시노자키는 혹 이가 시즈마가 아닌가 의구심을 품어 긴다이치를 불러 조사를 의뢰하는데, 시기를 비슷하게 하여 후루다테가와 연관된 사람들이 별장의 호텔화를 앞두고 당시의 사건을 추도하기 위해 모여듭니다. 그리고 말할 것도 없이, 이렇게 모인 사람들이 차례차례 죽어나가기 시작합니다...
미로장의 참극은 후기 긴다이치 시리즈 중에서도 유난히 초기 작품들의 향취가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귀족 가문과 그들의 과거에 얽힌 참극, 그로 인해 발생한 듯한 현대의 참극,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 음습한 분위기와 질척질척한 치정극 등...여기에 각종 장치와 비밀통로, 동굴 등이 있는 저택물 요소에 밀실 트릭까지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중 베스트에 꼽힐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다만 초기 혼진이나 옥문도 등의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는게 매력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약간 제멋대로 추측하자면, 이 작품은 마치 이제 막 후기 활동을 재개한 요코미조가 과거의 자기 작품들을 스스로 오마쥬하여, 그 옛날의 좋은 시절을 추억하는 듯하다는 인상마저 듭니다. 혼진, 옥문도, 이누가미...그런 분위기, 그런 내용의 작품들이 인기가 많았던 그 시절 말이죠.
이를 과거의 작품들을 이리저리 짜집기한 우려먹기라고 혹평할지, 과거의 로망을 재현한 수작이라 볼지는 읽는 사람이 판단할 문제일겁니다. 다만 시리즈물을 읽는 기준이 "나는 그냥 비슷한 걸 한번 더 읽고 싶었어"라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여전히 매혹적인 작품일거고, 과거의 작품들이 연상되는 여러 묘사나 전개에서 씨익 웃음을 짓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겁니다. 2021년에 국내에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긴다이치 시리즈를 좋아하신다면 읽어 볼 만한, 오히려 좋아하기에 읽어 볼 만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혹 읽는다면...쥐....쥐를 조심하십시오, 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