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 맥도널드 작입니다. 원래 하드보일드라고 하는 쪽을 별로 안좋아했어요. 읽어보기도 전에 참 메마르고 건조하고 말그대로 '비정'하겠다는 선입견때문에.... 그러다 '말타의 매'를 읽고나서 여전히 그렇구나....생각했지요. 데카님이 한번 더 읽어보면 좋을거라고했지만......... 저는 책을 물흐르듯이 읽어내리는 스타일인데 그 철저한 3인칭 시점이 너무 어색하고 어찌나 걸리적거리던지요..... 그런데 이작가는 그렇게 정통 하드보일드가 아니라고 하고 특히 해설을 먼저 보았는데 좀 끌리는 면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기회를 줘 보았지요.ㅋㅋ' (그런데 왜 [위철리 여자]가 아니고 이 작품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읽고 난 결론은 .... [류 아처]는 진짜 멋있네요. '비정'하다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못해요. 음..매우 철투철미하게 '합리'적이고 쿨~~~한 사람이란 생각입니다. 당연히 돈을 지불한 고용주에 대해서 성실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진실을 향해 나아가지요. 어쩌면 사립탐정의 선을 넘어서는 듯이도 보이지만 그의 행동반경은 정확합니다. 정의와 불의와 피해자와 피의자와 경찰과 탐정의 사이에서 어찌 그리 정확한 판단력으로 외줄을 탈 수 있는지.......정말 멋진 캐릭터입니다. 작품 군데군데 그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표현은 연극으로 치면 명대사 투성이예요. ...........기울어져 가는 태양이 다시 떠오르지 않을 것 같은 우중충한 날씨였다. 집 너머로 바라보이는 평평한 초록빛 위에서 골퍼들이 그들 자신의 기다란 그림자에 쫓기듯이 바쁜 걸음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저 바라보는 광경에 대한 표현이지만 그의 감정상태를 참 잘 드러내고 있지요.... 작품중간에 그를 바라보면....... ......나는 수표를 지갑 속에 잘 넣었다. 나 자신으로서도 못마땅한, 어떤 미묘한 흥분이 가슴을 파동쳤다. 그 흥분 밑에는 내가 수표를 소유한 것이 아니라 수표에게 소유당하고 만 것 같은, 아련한 억압감정이 있었다............. 참, 타고난 탐정이라고 해야겠지요. 그 돈에 대해 그런 '억압'을 느끼는 당연한 이유가 작품의 종결에서 나오더군요. 한마디로 '더러운 돈'이라는 거지요. 아마 분명 경찰을 불러야 할 일에 사립탐정을 부르는 사람들은 분명히 자신이 파놓은 무덤에 빠진 케이스들일겁니다. 이야기는 ..... 샌디라는 17세소녀가 데이비 스패너라는 불량청년과 도주하여 제임스 하케트라는 부호를 납치하는 사건으로 시작합니다. 아처탐정의 첫번째 고객 샌디의 부모가 됩니다. 아처는 이것이 단순한 가출사건이 아님을 직감하게 되고 곧 그 납치된 부호의 어머니가 두번째 고객이 됩니다. 그러나 아까도 말했듯이 경찰을 부르지 않고 탐정을 믿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정말 수상하지요. 아처는 양쪽에서 돈을 받지만 어디까지나 샌디의 안전을 제일목표로 삼는다고 말합니다. (이런 행동기준 설정은 정말 우리가 살아가면서 본받을 만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아처는 정말 잠도 안자고 여기저기서 자료를 찾아냅니다. 독자는 그 자료들 속에서 하케트 집안과 데이비 스패너와의 관계를 조금씩 알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이 작품의 장점이자 단점인 그 엄청나게 복잡한 가계도가 나타납니다. 어찌나 복잡하던지...............나중엔 누가 누구와 결혼했고 누구와 바람폈고 누구가 친자식이고 아니고 하는 것이 엉망진창이 됩니다..........어흑.......... 그래도 작가는 충격적인 반전을 마지막에 숨겨두고 있습니다. 당연히 가계도에 대한 반전이지요. 그러니 제가 어찌 그것을 짐작이나 하리요................ 어쨋든 또 한명의 매력적인 탐정을 만나게 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엄청난 가계도의 혼란을 극복하고 곧 그의 다른 작품으로 떠날 것입니다. 하하하. *bgm - Jazz 풍의 헝가리 무곡 5번입니다. 아처와 잘 어울린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