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만에 재독이지? 하여튼 재독이다. 이유는 놀랍게도 이곳에 나의 감상문이 없어서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 열 손가락 안에 드는데도 감상이 없다? 그 당시에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감상을 남겨야겠다는 목표로 책꽂이에서 책을 꺼내며 소장한 책들을 다시금 바라본다. 옛날 인사동의 유명한 서점주인이 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지금은 내가 이 책들을 돌보고 있지만 내가 나이가 들면 이 책들이 나를 돌볼 것이라고.....맞는 말이다. 빅슬립, 스밀라, 소년시대, 시간의 도둑, 환상의 여자.....죽은 자는 스키를 타지 않고 신은 등불을 켜고 작은 독약병이 돌아다니고 채찍은 오른손에 쥘 수밖에 없으리라....나를 돌보게 될 책 중에 하나인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을 다시 만나 본다.
이 책에서 와카타케 나나미는 건설회사 사내잡지 편집자이고 익명의 작가로부터 매월 단편 소설을 받아 연재하게 된다. 소설은 작가가 겪은 일들에 대해 스스로의 추리를 전개하는 형태가 될거라고 한다. 하지만 어떤 건 미스터리같기도 하고 어떤 건 괴담 같기도 하다. 작가 자신이 주인공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하기엔 이상한 위화감이 드는 이야기도 있다. 일상의 수수께끼 정도의 사건도 있지만 사람이 괴상하게 죽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왜 이렇게 뒤죽박죽인가?
그런 의문이 들어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읽게 된다. 첫번째 <벚꽃이 싫어>의 인상이 강렬해서 그 작품과 비교하며 읽게 되지만 사실 그런 본격은 그 작품뿐인 것 같아 살짝 실망스럽다. 예를 들어 그 불타는 고구마 관련 추리는 좀 어이가 없다. 하지만 내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 속에 숨은 악의를 그린 <정월 탐정>이나 <봄의 제비점>같은 작품들이 섬뜩하고 좋다. 역시 일상 미스터리는 이런거지...하면서.
그러나 그런 소심한 안주를 깨부수듯 1년의 연재 마지막 편집 후기에서 그동안 실린 열두 편 속에 숨겨진 비밀에 대한 놀라운 추리가 전개된다. 뭔가 느껴지는 일반인스러운 어설픔(?) 속에서도 시점의 변화를 잡아내고 작품의 실제 시간 순서를 재구성하는 것이 무척 기발하고 멋졌다. 아~~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돌아가 훑어보게 된다(그러다가 다시 독서를 하고 있다ㅎㅎㅎ).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묘미이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더 크고 음침하고 으시으시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아....작가는 무사할까???
범죄임이 분명한데도 일상 속에 묻혀버리는 것에 대한 공포,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의 악의가 눈 앞에 보이는데도 꼼짝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
여러분 아직도 이 책이 코지 미스터리로 보이십니까?ㅎㅎㅎ
* 무더위와 장마가 뒤섞인 여름 한가운데에서....다들 건강하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