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us :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책이다. 작가의 필력이 어마무시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밀의 독약을 만드는 여인 지롤라마와 출세하고픈 젊은 하급 판사 스테파노, 남편에게 끔찍한 학대를 받는 안나 이렇게 세 명의 인물이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런 방법은 다음을 궁금하게 만드는데 아주 적절한 것 같다. 어떤 선택을 하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싶을 때 다른 인물의 또다른 고민과 선택으로 넘어가 궁금증이 쌓이게 만든다. 지롤라마의 독약도 먹으면 바로 죽는 것이 아니라 복수할 맛이 나게(!)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게 만든다. 17세기를 살았던 여자들은 정말로 모두다 그렇게 가족이나 남편, 사회로부터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고 살았을까. 교육의 부재가 낳은 비극이다.
Minus :
재미있게 읽히지만 중반부터는 조금씩 지친다. 물론 지쳐도 책장은 술술 넘어간다. 지치는 원인은 쉽게 말해 제약회사는 하나인데 영업맨(아니 할머니)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감옥에 갇히고, 그들 모두 배신이냐 의리냐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고립되는 제약회사도 천천히 숨이 막혀 간다. 그 과정이 답답하다. 그리고 심지어 사회 초년생 수사관 스테파노도 출세욕과 가족이 주는 압박과 정의를 향한 양심 사이에서 고민하며 자신을 좀먹어 들어간다. 진짜 마녀의 저주인 것이 오히려 낫겠다 싶을 정도로 심리 표현이 절절하여 고구마 백 개 먹은 느낌이다.
Interest :
제목이 <비밀의 책>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책은 전면에 나올 새도 없이 안전하게 묻혀 버린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못했다면? 뭔가 지켜보는 것만 같았던 그 느낌이 뻥카가 아니고 실제였다면? 지롤라마는 복수 또는 독약을 선택하는 것은 엄연히 자기들 책임이라고 한다. 자신의 동료나 고객들이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키며 쓰러져갈 때도 그것은 그냥 본인들의 선택일뿐인 거다. 그래서 마지막에 자신은 그런 선택을 하나보다. 나는 그 선택(작가의)이 재미가 없다. 그래서 재미있는 상상을 해 본다. 비밀의 책이 사실은 어찌저찌 저찌어찌되어 그녀의 발등을 콱 찍어버리는 즐거운 상상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