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베 다쿠가 담당 편집자와 함께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사무국으로부터의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문득 "교고쿠(京極)입니다. 결정됐습니다."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작가가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이 작품은 독자의 지루함에 대응해 시작부터 사건이 일어나는 타입과 달리 무대가 되는 지역의 풍속이나 그곳 사람들의 소소한 군상극이 초반에 제시되는데, 이게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그런 과정 속에서 인물끼리의 관계도도 머릿속에 차근차근 들어오고.
그리고 슬슬 희생자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하면서 드디어 탐정이 등장하고— 다소 얼빠진 듯한 언행으로 점철된 이 탐정의 면모를 요모조모 뜯어보면 자연히 누군가가 떠오르게 된다. 그런데 그 '누군가'가 한 명이 아니라 두 명 이상의 모습을 버무려놓은 것 같다. (읽으면서 추리해 보시길)
동시에 이 시점부터 동서양 미스터리 클래식의 오마주가 펼쳐지는데, 반 다인의 <카나리아 살인사건>,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 우치다 야스오의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교고쿠 나쓰히코의 '백귀야행' 시리즈 등 곳곳에 직간접적으로 흩뿌려져 있다. (분명 찾는 재미가 있을 것)
아무튼 <오마리가 살인사건>은 읽는 재미가 쏠쏠한, 그리고 클래식한 면모를 갖춘 작품. 사건이 일어나는 무대의 제한성이랄지 가문에 얽힌 비밀이라든지 하는 요소 때문에라도 더욱 그렇다. 요코미조 세이시나 미쓰다 신조의 작품들에서 맛볼 수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탐정의 구현. 안락의자 탐정으로 전환되는 방식이 얼마간 급작스럽기도 하고,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캐릭터의 연장성 면에서도 한국 독자들에겐 설득력이 살짝 떨어진다. 그런 측면에서 아시베 다쿠의 작품들이 국내에 더 소개된다면 좋겠다.
'클래식'이란 단어를 앞서 사용했지만 이 작품의 매력은 역시나 폐쇄성— 작가의 표현대로라면 '저택 미스터리', '일가 일족 미스터리'를 다룬다는 것일 텐데, 무척 고전적인 스타일이고 거기에 특정 도시의 공간적 색채와 당시의 생활 구조 등이 잘 드러나 있다. (원서 표지에 상인과 사환이 그려져 있다)
<오마리가 살인사건>은 후계자의 실종, 목 매고 죽은 당주, 술통에서 발견된 거꾸로 된 시체(<이누가미 일족>과 <통>이 생각남) 등등 재미있는 요소가 가득하다. 무엇보다 소위 '가문에 얽힌 미스터리'는 근래에 좀 뜸해진 것 같은데 이 소재가 가져다주는 재미를 다시금 느끼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