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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의 다시 읽기를 한 첫 작품입니다.
완전히 장식용(?)일 뿐인 동서 문화사의 책들은 나중에 읽기로 하고..
고민끝에 크리스티를 다시 읽기 시작한 이유는...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을 때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랄까요??

1920년에 발표된 크리스티의 데뷔작품입니다.
출판에 많은 시간과 신인 작가로서의 자존심을 많이 요구한 작품이니 만큼..크리스티 스타일의 모델을 정확하고도 충실히 내보였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평화로워 보이는 영국의 시골을 배경으로 한 대 저택,
그 곳에 살고 있는 식구들과 몇몇 이방인들을 등장시킨 전형적인 Home Murders 스타일의 작품입니다.
여러 가지 샹황에서 소위 '밀실'이라고 불릴 만한 장소에서의 독살..
여기서 주시되는 것은 범인의 의외성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살인의 방법인데, 작가는 폭넓은 독극물에 대한 지식과 지극히 풍부한 상상력이 독특하고도 매우 독창적인 살인의 무대를 재공했다고 생각됩니다.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고간 독약의 투입 방법에 대한 수수께끼가 작품 전반에 드러난 최대의 의문인데, 작가는 여러 가지 misdirection을 위한 추리적 장치를 작품의 곳곳에 배치시켜 독자들을 충분히 혼란시킨 후, 마지막에 가서야 독자들의 뒷통수를 치듯 포와로의 입을 통해 밝혀 냅니다.
이 작품에서 드러난 살인의 방법은 다소 전문적이라, 독자와의 fair play에 그다지 높은 점수를 줄 수은 없을 지라도, 교묘하기만 한 그런 약물 상식은 오히려 작품의 독특한 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크리스티가 그녀의 저작 생활동안에 즐겨 다루어 왔던 전형적인 인물들이 나옵니다.
약간은 독재적인 부유한 가장, 혈연이란 관계가 없기에 용의자로 지목되기에 전혀 어려움이 없는 의붓 자식들과 그 가족들.. 그들은 대체적으로 경재적으로 몹시도 곤란에 처해져 있어 충분한 범행동기를 갖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집안의 친구인 의사, 변호사, 혹은 가난한 친구의 자식이나 친척들, 말동무, 나이는 들었지만 충실한 하녀나 집사, 그리고 경험이 없고 경솔한 젊은 하인들..
크리스티가 작품에서 다루는 인물들이 흥미있는 이유는 등장하는 인물들의 '정형성'이 아닌, 그들이 작품속에서 '다루어지는' 방법이 매우 특별하기 때문입니다.
이 '스타일즈 저택.....'에서도 작가의 솜씨는 유감없이 발휘되는데, 작가는 피해자의 의붓아들의 가정을 통해 '가정의 소중함' 내지는 역경을 통한 '인간성의 회복'등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같습니다. 비가 내린 후에 땅이 더욱 굳어진다고나 할까요....
이런 요소들은 미스터리 소설에서의 짜임새에 그다지 필요한 부분은 아닐지라도, 그런 부분이야 말로 크리스티의 소설을 가장 '크리스티답게'만드는 요소가 아닐런지요...살인이나 범인 숨기기, 여기 저기의 복선과 단서들은 둘째치고라도, 이런 홈드라마적인 요소, 다소는 유치하더라도 소설 전체에 인간적인 따뜻함과 여성적인 세밀한 감성이 만들어 낸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과 드라마틱한 사건들... 하지만 크리스티가 대단한 것은 그런 것들이 언제나 크리스티의 작품에서는 중요한 사건의 주요 배경으로 제공되어진다는 것입니다.  작품에 드러나는 모든 대화, 묘사, 크고 작은 사건등등에서 중요한 단서를 흘리듯 써내려가는 것이 크리스티 소설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인물은 잉글소프 노부인의 며느리인 메어리 캐븐디쉬였습니다. 조용하고 매력적인 외모에 불같은 열정을 지닌.. 소설 속의 표현대로라면 '스핑크스'같은 여인입니다. 그녀의 남편에 대한 숨은 사랑은 범인의 범죄행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며, 포와로의 수사까지도 교란시키게 되는 중요한 인물입니다.
작가는 그러한 메어리라는 인물을 통해 '부부의 화해'내지는 '가정의 소중함'을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한데, 작가의 불행했던 첫번째 결혼생활을 생각한다면, 그녀의 작품을 읽는 모든 독자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은 '범죄의 고발'이 아닌, ' 가족애의 승리'내지는 '사랑의 승리' 정도로 보아도 무방할 듯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읽으면 읽을 수록 더욱 더 강해집니다.

이 작품에서의 범인은 그동안 크리스티의 소설에 익숙해져 있는 독자라면 그다지 충격적이진 않았을 것같습니다. 만약 이 작품이 크리스티의 더 유명한 다른 소설들 보다 먼저 번역, 소개 되었다면 달라질 문제였겠요. 범인 숨기기도, 그리고 그것을 위한 red herring도 무척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작품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크리스티의 첫 작품이니 만큼, 포와로가 등장하는 첫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가 사망하는 사건인 '커든'을 읽고 몹시 슬퍼 했던 기억이 나는데... 커튼에서 그가 적어도 90살 정도였다면. 이 작품에서는 과연 몇 살이었을까하는 쓸데없는 의문을 갖게 되네요. 별 의미 없는 일이긴 하지만, 작가는 어쩜 귀한 작중 탐정에게 '불사신의 생명력'을 부여했는지도 모르지요.. 하긴.... 커튼에서도 포와로가 병이나 육체적인 쇠약함으로 사망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포와로는 크리스티의 소설을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들 중의 하나입니다.
물론 포와로가 등장하지 않는 소설들도 재미있간 하지만.. 크리스티 없이 포와로가 등장할 수 없었듯이, 포와로의 매력또한 크리스티의 인기에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됩니다.
약간 독선적이고 지나치게 섬세하고 깔끔한 남자로 묘사되긴 하지만..  나름대로 성적 매력이 풍부한 (?)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와 파트너 쉽을 이루는 조수 역할도. 이 글에 나오는 헤이스팅스에서 부터 후기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여류 추리소설가인 올리버 부인, 포와로의 비서인 레몬 양, 하인인 조지.. 등으로 역할 분담을 하긴 하지만.. 헤이스팅즈야 말로 포와로의 영웡한 친구라고 생각됩니다.

모쪼록... 뜻깊은 다시 읽기였습니다.
첫작품부터 '자신의 글쓰기'의 공식을 정립한 크리스티의 상상력과 필력, 그리고 플롯 구성능력... 등을 고려할때, 그녀는 아마도 타고난 글쟁이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나이 서른을 훌쩍 넘기고도 그녀의 소설들에 미쳐있는 No. 1 Fan이 한국에만 해도 '적어도 1명'은 있으니까요..
죽어서도 크리스티는 자신의 업적에 매우 행복해 하지 않을까요??
  • 케인즈 2004.05.15 21:46
    애거서의 독약에 관한 지식은 1차 세계대전 중 육군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얻었다고 합니다. 이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은 3주만에 탈고한 것이라고 하는군요...타고난 글쟁이 맞습니다
  • 귀염이 2004.05.15 22:16
    정말 그런가 BOA요~~
  • decca 2004.05.15 23:15
    출판이 힘들었던 작품이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 방랑자 2004.05.16 04:54
    유명 작가들의 처녀작들중에서도 빛나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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