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 전에 가공범이라는 제목에 대해서 생각했다. 왜 진범이 아닌 가공의 범인을 내세울까. 내세우는 사람은 진범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일까. 가공의 범인은 실제 인물일까 아니면 아예 상상 속 인물일까.
역시 이 작가의 작품답게 술술 읽힌다. 장면이나 심리, 감정 등에 대한 쓸데없는 설명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마치 메마른 모래 언덕에서 썰매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러면 추리에 집중이 더 잘 되어야 할텐데 그 생각도 없이 술술 넘어간다.ㅎㅎ 굳이 변명을 하자면 주인공 형사 고다이가 매우 성실하고 논리적이고 치밀하게 파고들어 분석과 종합을 잘해내어서 그의 일솜씨를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ㅎㅎ
옮긴이는 고다이를 천재 보다는 믿음직한 유능한 형사라고 칭찬했는데, 실제로 이 정도라면 천재적인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자백을 한 범인이 사실은 가공의 범인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장면이나 예전에 지나친 증언 중 차마 밝히지 못한 속뜻이 있음을 깨닫는 장면이 그러했다. 물론 가장 멋진 장면은 우연히 마주친 옛날 사진 한 장을 보며 머릿속에서 모든 주변 인물들을 종합하여 누구라고 결론을 내리는 장면이다. 이럴 때는 자세히 쓸 수 없어 참으로 답답하다.
나중에 모든 것이 밝혀지고 나서 든 생각은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 이다. 그냥 강도 살인으로 위장하는 것은 어땠을까. 마지막 진술에서 '그렇게까지 했으니 나도 각오를 다지는 수 밖에'라는 표현에서 느껴지는 것은 참으로 일본스럽다는 것이다. 너무 상황을 꼬아 놓으니 경찰은 인물들의 관계와 과거 원한 등에 촛점을 맞추어 수사를 하게 되었고 그것이 패착(?)이라고 볼 수 있겠다. 물론 고다이 라는 형사가 없었다면? 있어서는 안 될,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완전범죄가 하나 만들어지고 미제 사건 파일이 하나 더 늘었겠지. 우리 친절하고 믿음직한 고다이 형사의 다음 활약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