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걸작,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을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작품입니다. 포스터의 "The Who's Who in the Whodunit!"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인데요. 하우미 회원분들이라면 다 한번씩은 읽어보셨을 작품이라 생각되어, 스포일러 신경 안 쓰고 편하게 리뷰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
다양한 나라에서 온 다양한 승객이 타는 오리엔트 특급 열차. 우리의 파파 포와로도 영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리엔트 특급 열차에 몸을 싣습니다. 침대차에는 차장과 포와로를 포함하여 13명의 승객이 타고 있는데요. 그 중 인상 더럽게 생긴 래체트란 작자가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며 포와로에게 돈은 얼마든지 줄테니 자신을 보호해달라고 합니다. 포와로는 당연히 의뢰를 거절하구요. 그날 밤, 문제의 승객 래체트가 칼에 찔린 시체로 발견됩니다. (이 부분은 소년탐정 김전일 말투로) 범인은 이 12명 안에 있다! 그런데 과연 12명 중 누가 범인일까요?
책을 읽어보셨다면 아시겠지만, 범인은 12명 모두입니다. 12명의 배심원단처럼 12명의 사건 관계자가 데이지 암스트롱 사건의 범인을 응징한 것인데요. 원작에서는 피해자와 데이지 암스트롱 사건의 관계가 나중에 가서야 밝혀지는데, 이 영화에서는 놀랍게도; 데이지 암스트롱 사건과 관련된 일련의 신문 기사를 보여주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그 외에도 이 영화는 원작과 여러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는데요. 원작에서는 포와로도 거의 마지막 두 챕터 전까지는 갈피를 못 잡고 어리둥절한 상태였는데, 영화에서는 마치 포와로가 초반부터 범인의 윤곽을 잡고 있었던 것처럼 묘사됩니다. 원작에서 범인들이 알려주는 단서도 포와로가 알아서 다 찾아내구요. 반면, 포와로가 원작에서 보여줬던 멋진 심문 장면은 영화에 안 나옵니다. 원작에서는 용의자에 따라 태도를 180도 바꾸고, 적절히 외국어도 섞어가며 심문했던 포와로가 영화에서는 거의 용의자를 윽박지르는 것으로 일관하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포와로 최고의 강점은 친절함과 인자함이었는데, 이 영화의 포와로는 호랑이 선생님마냥; 무서운 아저씨 느낌입니다.
저에게는 여러모로 마음에 안 드는 점이 많은 영화였지만, 아카데미에서는 여우조연상 (그레타 올슨역으로 출연한 잉그리드 버그만이 수상)을 타기도 했고, 포와로 역의 알버트 피니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후보로 오르기도 했답니다. 자신의 소설을 영화로 옮기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원작자 크리스티 여사도 이 영화는 괜찮다고 생각하셨답니다. 하지만 포와로의 콧수염은 마음에 안 드셨다고 하네요. 영국에서 제일 멋진 콧수염이어야 하는데 왜 그렇게 못한 거냐!고 기분나빠하셨다나 뭐라나...
아무튼, 배우들의 연기가 대체로 훌륭한 편이니 크리스티 여사의 팬이시라면 한번 보시는 것도 괜찮을듯 해요. 원작과 다른 점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구요 :) (미국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원작과 다른 점이 15가지 있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