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리처드 링클레이터
주연 : 잭 블랙, 셜리 매클레인, 매튜 매커너히
개봉 : 2012년 4월 27일(미국내 제한개봉)
30대 남성이 70대 할머니를 총으로 쏘아죽였습니다. 등 뒤에서 4발을 쏘아죽였으니 정상 참작의 여지도 없습니다. 살인이 있고 재판이 열렸고, 이 남자는 현재 종신형을 선고받아 교도소에 있습니다.
영화 ‘버니’(Bernie)는 1996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일어난 실제 살인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살인자 ‘버니 타이드’이고, 살인에 이르기까지 동기, 살인과정, 범행은폐, 수사, 재판, 교도소 수감까지 모든 과정을 다룹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영화가 바로 ‘코미디’라는 겁니다.
게다가 살인자 버니 역을 무려 ‘잭 블랙’이 연기한다는 겁니다.
여기에 영화 스탭들은 잭 블랙과 함께 코미디 영화 ‘스쿨오브 락’을 찍었던 사람들입니다.
솔직히 저도 이 영화의 정체를 짐작조차 할수 없었습니다. 혹시 잭 블랙이 180도 연기변신해서 겉으론 착하고 유머스러워보이지만, 사실은 냉혹한 살인마를 연기하나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러나 그 추측은 완전히 틀렸습니다. 이 영화는 실제로 일어났던 살인사건을 무려 코미디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주인공 버니는 장의사입니다. 시체 처리는 물론이고 장례식장 조사 낭독, 찬송가 부르기 등 못하는 것이 없습니다. 슬픔에 잠긴 유가족에게 장례에 필요한 모든 것을 일사천리로 처리해주는 버니는 ‘만능 인기맨’입니다. 그는 그런데 장례식장에서 만난 70대 자산가 할머니를 돌봐주면서 인연을 맺게 됩니다. 은행가 남편을 잃은 이 할머니는 마을 최고의 부자이자, 최고의 짠돌이 구두쇠로 유명합니다. 처음에는 선의로 할머니를 도와주던 버니는 점점 표독스런 할머니의 집착에 시달리면서 끔찍한 결과로 치닫게 됩니다.
이 영화는 살인을 다루고 있음에도 잭 블랙 영화입니다. ‘스쿨 오브 락’ ‘걸리버 여행기’에서처럼 잭 블랙은 이 영화에서도 온갖 오도방정을 떱니다. 노래도 부르고 연극도 잘하고 하여간 못하는게 없습니다. 완전히 ‘잭 블랙’의 원맨쇼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화의 오프닝은 바로 시체 처리 장면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미국은 ‘앰바밍’이라고 해서 장례식을 앞둔 시신을 최대한 살아있던 시절의 모습으로 분장시키는데, 잭 블랙은 영화속에서 이같은 시체 처리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한국에서는 흔치 않는 미국의 시체 처리 과정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스릴있습니다.
영화는 이 유쾌하고 인기많은 만능 인기남이 어쩌다가 끔찍한 살인범으로 변했는지를 잭 블랙의 ‘오도방정’으로 풀어냅니다. 심지어 범행 후 체포, 그리고 재판 과정까지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지 않을수 없도록 유쾌하게 그려냅니다. (잭 블랙은 버니 연기를 위해 실제로 교도소에 수감된 진범 버니 타이드를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영화가 완전히 잭 블랙의 ‘원맨쇼’는 아닙니다. 버니를 수사하고 체포하는 지방검사 역에 매튜 매커너히, 그리고 살인의 피해자가 되는 ‘못된 할망구’ 역에 왕년의 인기배우 셜리 매클래인이 연기합니다. 심지어 이 영화는 실제 살인이 발생한 마을의 실제 주민들도 출연시킵니다. 극중에서 실제인물의 인터뷰를 계속 끼워넣어 ‘세미 다큐멘터리’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버니’는 위험한 시도지만 유쾌한 영화입니다. 우리나라같으면 “끔찍한 살인사건을 코미디 소재로 삼는다”며 욕먹을만한 소재를 유쾌하게 소화한 블랙 코미디입니다. 범죄의 영화화는 과연 어디까지 이뤄져야 하는가, 범죄 스토리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도 한번 개봉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