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박사들>
인생은 종종 도박에 비유되곤 한다. 마지막까지, 패를 펼쳐보기 전에 누가 승자이고 패자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도박이나 사기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보면 대략 이런 그림이 그려진다. 불룩한 돈가방을 한 손에 끼고 폼나게 자리를 떠나는 주인공말이다. 이제 주인공은 남국의 물 좋은 휴양지에서 늘씬한 미녀들과 즐기는 일만 남았다. 이 얼마나 멋진 그림인가!
하지만 짐 톰슨의 <도박사들>에서 이런 환상적 결말을 기대했다면 착각이다. 이 작품은 도박 혹은 사기에 기댄 인생에게 일침을 가하는 소설이다. 비극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소설의 첫 부분은 로이 딜런의 20달러 사기술이다. 편의점에서 돈을 바꾸는 척 점원에게 혼란을 주면서 20달러를 의뭉스럽게 챙겨가는 사기술이다. 성공할까? 운 없게도 점원에게 몽둥이 찜질만 당했다.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딜런은 맞은 배를 움켜쥐고 자신의 차 있는데까지 도주했다.
이 밖에도 자잘한 사기술이 등장한다. 원하는 부분만 나오는 스맥(동전 사기) 이라든지 태트(주사위 도박),펀치 보드 같은 거 말이다. 사기꾼은 이런 사기 행각을 벌이면서 맘 속으론 이렇게 생각한다. "운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찾아야 하는 것이다." 라고. 여기서 재밌었던 장면은 로이가 술집에 비치된 펀치보드란 기계의 악순환에 대해서 주인에게 얘기해주려는 찰나에 경찰이 들이닥치는 부분이다. 마치 엄마 말 안 듣는 청개구리가 마지막엔 왠일인지 엄마 유언 받들어 제대로 된 불효 한 방 터트리는 그런 느낌이었다.
사기꾼 로이를 비롯해서 몇몇의 밑바닥 인물에게 차례대로 조명이 비춰진다. 로이의 어머니 릴리와 사이비 종교집회에서 만난 애인 모이라. 이 두 인물은 과거를 청산할 마음을 품고 있는 로이에게 도움은 커녕 방해만 되는 인물들이다.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변하게 되었을까? 이 소설은 비극적 인물들의 씁쓸하고 휑뎅그렁한 결말을 담담하게 비추고 있다.
중반엔 로이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 줄 캐롤이란 간호보조원이 등장한다. 슬슬 내용이 밝아지나 싶은 내용으로 나가겠구나 싶었는데, 작가인 짐 톰슨은 주인공을 쉽게 구제해줄 마음은 애초에 품지 않았던 것인지 무척 엄하게 다루고 있다.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모자의 대면식은 무척이나 충격적이다. 근래 읽었던 추리소설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씁쓸한 결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