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에게 맞지 않는 직업>
프라이드 탐정사무소의 소장 바니가 죽었다. 불치병을 비관한 나머지 잘 드는 칼로 팔목을 결딴내버렸다. 바니는 사업에 관계된 모든 것을 공동경영자인 코델리아 그레이에게 넘겼다.
그레이는 망설였다. 사무소를 팔아치워야 하나? 아니면 나 혼자서 그냥 꾸려나가? 그레이는 후자를 선택했다. 기쁘진 않았다.
제목부터 반어법(?)을 선택한 이 작품은 허다한 하드보일드 소설의 어김없는 주인공의 선택이 '남자'인 것을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여자도 한다면 하는거다. 갱들에게 둘러싸여 물신 얻어터져도, 하면 한다 이거다. 작가는 극단적으로 바니(남자)의 죽음으로 소설의 포문을 연 뒤 남성들의 전유물이나 다름없던 이 장르의 역사를 새로 쓰기 시작한다.
그레이가 맡게 된 첫번 째 의뢰의 주인공은 과학자 칼렌더다. 과학자로 명성이 높은 칼렌더는 자신의 아들이 학교를 관둔데다 남의 집에서 잔디나 깎는 일을 하다가 자살해버린 연유를 밝혀달라 부탁한다.
전반적인 소설의 진행은 사건을 첫 맡은 여자탐정의 성실한 조사과정이 두드러진다. 거듭되는 탐문과 부자연스런 현장에서 코델리아는 진실에 한걸음씩 다가간다. 여기까진 일단 하드보일드 소설의 특징과 차이점은 없다.
하지만 후반으로 가면 여자탐정만의 매력을 확인 할 수 있다.(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코델리아의 매력은 빛을 발한다. 후반은 소설적 매력을 말하는 것이다.) 코델리아의 역할은 범인이 밝혀지고 나서다. 바니가 살았다면 180도 무미건조한 결말로 매듭지어졌을 이 사건이 코델리아 덕택에 윤기를 띄게 된다.
마지막으로 속편을 암시하는 애덤 댈그리슈의 등장은 다음 작품을 설레게 만든다. 댈그리슈는 극히 짧은 분량에 간단히 인사치레(?) 정도만 했을 뿐인데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이는 작가의 뛰어난 필력때문이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