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 교이치로 시리즈의 첫번째도 아니고 내가 처음 가가 형사를 만난 책도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이 책이 처음이고 첫만남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시리즈의 첫번째는 <졸업>이고 아직 못 읽었다! 처음 읽은 책은 <악의>였으니까 사실 제대로인 가가 형사도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 책은 범인이 하도 기분 나빠서 다른 사람, 심지어 가가 형사도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재미있게, 어떤 부분은 감동적으로 읽었다.
사건은 고덴마초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인데 어찌 보면 관계가 없을듯한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차례차례 나온다. 센베이 가게 딸, 요릿집 수련생, 사기그릇 가게 며느리, 시계의 개, 케이크 가게 점원, 번역가 친구(피살자의 친구), 청소회사 사장(피살자의 전남편), 연극배우(피살자의 아들), 변호사 그리고 민예품점 손님. 이 중에서 당연히 아들이 늦게나마 어머니의 진심을 알게 되는 케이크 가게 얘기가 슬펐다. 뒤늦게 친구의 진심을 알게 되는 번역가 친구 얘기도 안타까웠다. 요릿집 얘기는 웃겼고 사기그릇 가게의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아웅다웅 얘기도 끝이 좋아서 좋았다.ㅎㅎㅎ
역시 제일 좋았던 것은 이 모든 사람들을 발품 팔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서로를 연결해주는 가가형사였다. 그저 자신은 이 지역에 전근 온 신참자일뿐이라고, 형사는 사건 수사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사건으로 인해 상처 받은 사람들도 도와주어야 한다고 겸손하게, 따뜻하게 말한다. 실제 형사가 정말로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아니 모든 직업인이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책에서나 나올법한 얘기이다. 그래서 책이 좋다. 가끔 이런 추리소설도 있어서 좋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수사를 해나가는 모습에서 헨닝 만켈의 <한여름의 살인>이 생각났다. 경찰소설의 매력을 제대로 느낀 책이었다. 전혀 풀릴 것 같지 않던 사건의 실마리가 형사의 기나긴 끈질긴 노력(=삽질)으로 어느 순간 자물쇠 열리듯 탁!!! 풀리는 그 순간적인 묘미의 책이었다. 가가형사의 이런 행보와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다음 책으로는 무엇이 좋을까? 시리즈를 주욱 훑어보니 음??? <붉은 손가락>을 아주 오래전에 읽은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뭐지? 다시 읽어봐야 할까? 역시 독서도 타이밍이다. 어쨋든 고다이, 유가와 다 필요없다구!! 가가형사가 최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