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가 큰 상을 타고 나서 그의 소설을 읽어보겠다고 마음 먹고 나서 한 일은 다른 우리나라 작가들의 소설을 읽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세랑 김금희 최은영 김기태 이희영 김애란 김초엽 장류진 윤고은 박상영 구병모 천명관 은희경 권여선 이승우 최진영 예소연 작가를 접했다. 읽으면서 감동을 받거나 눈물 흘리거나 깔깔 혹은 킬킬거리거나 가슴이 먹먹하여 할말을 잃거나 팬이 되어 다른 책을 찾거나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읽다가 관두기도 했다. 그리고 나서 한강의 소설들을 읽었다. 그 감상은 여기서 할 얘기는 아니겠고.
그 와중에 정세랑은 팬이 되어 다른 책들을 더 찾아 읽게 된 작가 중 하나다. 그런데 그가 추리소설을 썼다고? 680년대 후반 통일신라 신문왕때 남장여자 이야기라고?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하하 재미만 있을까?
주인공 이름은 설자은. 여자 이름 같지만 원래 오라비 이름이었다. 기울어지는 집안에 남겨진 소중한 기회를 잃고 싶지 않아 급사한 오빠를 가장해 당나라 유학을 떠나는 여동생. 천신만고 유학길 끝에 고국으로 돌아오는 배에서 망국 백제 출신 목인곤을 만나 벗이 되고 식객으로 들인다.
자은은 똑똑한 머리와 침착함과 통찰력을 가졌고 목인곤은 뛰어난 손재주와 활달함과 기동력을 가졌으니 완벽한 팀이라고 하겠다. 여기에 산학을 잘하고 야무진 동생 도은과 엄해보이지만 공정하고 자비로울 것 같은 왕이 있다. 자은을 질투하여 살의를 감추지 않는 연적 아닌 연적도 있고 출세밖에 모르는 엉뚱한 오라비도 있고 언제든 도움의 손을 내밀 준비가 되어 있는 옛 연인 아닌 연인도 있다. 이 시리즈의 출발이니 흥미로운 등장인물들의 흥미로운 등장이 되겠다.
또한 워낙 남은 기록이 적으니 나오는 무대도 익히 아는 월지, 월성, 임해전 등 수학여행을 떠올리는 이름들이다. 아....옛날이여. 경주 가고 싶다......
이야기는 세번째 사건인 <보름의 노래>가 좋았다. 한가위 밤에 여인들이 베 짜는 시합을 하고 진 팀이 노래를 부르고 음식을 대접했다는 기록에서 시작된 작가의 상상이 흥미진진했다. 당시 여인들의 이런저런 삶의 모습, 애환, 암투, 그리고 모두가 힘을 합하는 해결 과정과 모두가 좋은 결말까지 다 좋았다. 세상이 이렇게만 흘러가면 얼마나 좋을까........파란 하늘에 흰구름 흘러가는 여름 하늘 같은 얘기들이다. 지난 여름이 기억도 안 나는 지금이니만큼 다음 이야기로 얼른 넘어가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