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 황금시대를 헤쳐 나오자마자 밀실 수집가를 맞닥뜨렸다.
안녕하세요? 수집가님, 당신은 그....저...도깨비(쓸쓸하고 찬란한 신, 나이 900살로 추정)같은 분이신가요? 콧날이 오뚝하고 눈꼬리가 길며 눈빛이 맑으신 분이면 공유님보다는 이도현님 같으실 것 같아요....그가 누군지 잘 모르겠지만 당치도 않을 것 같다구요? 모......밀실 외엔 세상일에 관심이 없으실테니 이해해드릴게요 ㅎㅎㅎ
<밀실 황금시대의 살인>에서는 화려한 기계식 추리를 맘 가볍게 즐겼다면, 이 책은 밀실 수집가의 신출귀몰한 시나리오를 능숙한 만담처럼 즐겼다. 아니, 1953년에는 경찰의 질문에 고등학생이 "저희끼리 무사시노 영화관에서 르네 클레망 감독이 찍은 <금지된 장난>을 봤어요." 라고 답한단 말인가? 저 오글거리는 기계적인 등장인물의 대사까지도 밀실스럽다. 이 밀실 대사는 분명 수집가님의 '일부러 밀실 만드는 이유' 여덟가지 중에 여덟번째에 해당된다고 보겠다. 이 내용은 <이유있는 밀실(1985년)>에 등장한다.
1.자살이나 사고사로 꾸미려고
2.다른 사람에게 누명 씌우려고
3.범죄 입증을 방해하려고
4.(알리바이 공작을 위한) 시간 늦추기
5. 실제 범행 현장을 감추기 위해
6.범인의 자기 과시를 위해
7.궁극의 밀실을 감추려고
8.밀실 만드는 행위로 진짜 사건을 은폐하려고
단편집 중 가장 인상깊은 이야기이기도 했는데 밀실의 종류가 아니라 밀실을 만드는 이유를 다룬 사건이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어서 좋았다. 그리고 첫번째 이야기(1937년)의 인물이 깜짝 등장해서 반가웠다. 그가 제시한 밀실을 만드는 아홉번째 이유- 밀실수집가를 만나려고-에 나는 완전 적극 대대대 찬성한다. 어차피 소설제목도 <밀실수집가>이지 않는가? 밀실수집가를 보고 싶어하는 건 할머니뿐만이 아니고 나도 마찬가지다. 이제 나올 차례가 되었겠지ㅎㅎㅎ.... 하면서 말이다.
이 소설은 그를 위한 그에 의한 밀실의 향연이니, 우리는 그냥 읽고 감탄하고 다시 돌아가 읽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다시 돌아가 읽고 간신히 이해하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면 될 일이다. 사실 이야기마다 정말 그렇게 될까? 싶은 굳이굳이 너무 자세해서 반론을 제기하고 싶은 상황 묘사들이 나온다. 예를 들어 <소년과 소녀의 밀실>.....큰 추리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니까 다시 또 돌아가 읽으며 너그럽게 넘어가기로 한다. 이것은 모두 초면에 한 자리에서 증언을 듣자마자 쏟아내는 추리이니 그냥 박수를 치기로 한다. 분명 한 번 읽은 것인데 대략 세 번은 읽은 기분이 든다.
한동안 밀실은................................ 괜찮을 것 같다.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