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제노사이드>는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어떻게 시작했더라? 하면서 펼쳐본 장장 683쪽의 책은 42쪽 주인공이 돌아가신 아버지에게서 메일을 받는 장면부터 발목 잡힌다. 주말이 다 가버린 지금 끝내 다 읽었다. 역시 엄청나게 재미있고 눈물이 핑돌게 감동적이고 가장 중요한 비밀은 역시 알아차리지 못했고 (사실은 기억을 못했고) 책장을 덮고 나서도 자꾸 들춰보는 여운이 장난이 아니다.휴.......이런 소설을 쓴 분이 왜? 왜?
이 책은 정말 다시 열어보아서는 안 된다. 지금 눈이 빠질 것 같다. 길기도 하지만 활자가 너무 작다. 이렇게 노안을 학대하면서까지 볼만큼 재미있다니ㅠㅠㅠ
아프리카 콩고의 피그미족에서 태어난 미지의 신인류인 아키리는 자신을 없애려고 하는 야만적이고 잔인한 미국 대통령에 대항하여 믿을 수 없는 지력으로 엄청난 반격을 한다. 진퇴양난에 빠진 실무책임자 루벤스가 과거에 이 사태를 미리 예견한 당대의 석학을 찾아가 조언을 구한다.
눈물이 핑 돌만큼 감동적인 첫번째 부분이다. 같은 종끼리 제노사이드하는 유일한 종이 인간이라는 말로 시작하여 현 상황을 분석하고 해결책까지 허심탄외하게 꺼내는 노학자의 팔에는 유태인 수용소의 죄수번호가 새겨져 있다.
"역사학만은 배우지 말게. 지배욕에 사로잡힌 멍청한 인간이 저지른 살육을 영웅담으로 바꿔서 미화하니까 말이야."
두번째 감동 장면은 가까스로 아키리를 탈출시키면서 주인공 예거가 눈물 흘리는 장면이다. 그는 전투 중 살육의 광기에 사로잡힌 동료를 죽일 수밖에 없었으나 사실은 그 덕분에 탈출할 수 있었으니 미안해하고 사과하고 묻어주었어야 함을 깨닫고 후회한다. 전쟁이란 극한 상황 속에서 한 일임에도 가장 이성적인 인물인 예거가 자신의 선악판단에 괴로워하는 모습이 와닿았다. 그 사람만큼은 제노사이드란 참혹한 기억에 매몰되지 말고 인간적으로 도덕적으로 더더 강해졌으면 좋겠다.
세번째는 마지막에 이정훈이 하는 말이다. 가능한 스포를 밝히지 않기 위해 딱 그 말만 써 본다. "친구와 둘이 했어요. 고가 겐토라는 친구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는 주인공은 아니지만 아주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국인에게 맡긴다. 이야기 중간중간에 일본이 한국이나 중국 등에게 저지른 만행에 대해 밝히고 비판하는 부분이 나온다. 또한 끝까지 악보다 선이 웃돈다고 주장하는 루벤스의 의견 중에 역 플랫폼에서 떨어지는 외국인을 돕는 사람의 예를 드는데 역시 일본에서 의인으로 추앙받는 한국인 청년의 안타까운 사건이 생각났다. 작가가 한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 책을 쓸 때 그런 생각이 반영되었는지가 궁금하다.
엄청난 대작이다. 생각할 거리도 많다. 역사적인 측면, 과학이나 환경적인 측면, 윤리 철학적인 측면 등등. 그래서 처음 읽을 때는 <13계단>을 포함하여 작가가 앞으로 쓰게 될 작품들이 엄청 기대됐었다. 아직 그 기대를 버리고 싶지 않다면 욕심일까? 미련일까?
이렇게 하여 마성의 <제노사이드> 재독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