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읽고 난 후 생각이 복잡하고 어지럽다. 폭염경보라서 그런가? 실마리를 어떻게든 잡아내서 이 생각들을 솔솔 풀어 헤쳐 보자.
먼저 범인의 캐릭터에 대해서. 작가는 악의의 끝판왕을 보여주었다. 정말 최악의 악의였다.한마디로 '최악의'라고 하면 되려나??? 이것이 최악인 까닭은 그렇게까지 악의를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냥 싫어서라니....
제일 한심한 것은 학교를 졸업했는데도 학교폭력에서 졸업을 못 하는 것이다. 뿔뿔이 흩어졌으면 각자의 삶을 살면 될텐데 그러지 못한다. 자신의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흘러가면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것이다. 남아 있는 케케묵은 악의 하나만을 붙잡고 일생을 허무하게 낭비해 버리는것이다. 어쩌면 자신도 그게 억울해서 다른 사람을 탓하고 그의 삶까지 망가뜨리는 것인가....무섭다. 불쌍한데 불쾌함이 훨씬 더 크다. 참으로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캐릭터다.
그리고 소설의 전개에 대해서. 어떤 부분에서는 아주 쉽게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 떠오른다. 화자가 범인인가 싶은 뉘앙스를 너무 쉽게 풍긴다. 일부러 그러는건가 싶었는데 일부러가 맞았다. 범인도 작가도 너무 가볍다. 지금까지 본 와이더닛 중에 진상을 알고 뒷맛이 좋았던 적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은 대놓고 '왜?'를 외친다. 진상이 밝혀지고 그 모든 '왜?'는 앞서 말한 그냥 싫어서 로 귀결된다.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왜?' 다.
끝으로 피해자에 대해서. 피해자의 시점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범인을 통해 오도되거나 형사를 통해서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그래서 더 답답하다. 학교폭력의 피해자로서 과거에 대한 분명한 정리도 없이 가해자와 친하게 지낼 수가 있을까? 분명한 정리가 있었다면 더더욱 상종을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물며 동화를 출판하도록 가해자에게 도움을 주는 피해자? 그 행동은 그럼 진짜 선의였을까? 아니면 범인의 수기 속에서만 인물과 관계를 알 수 있으니 친하게 지냈다는 것도 거짓이려나? 이또한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캐릭터다.
이래저래 그렇게 기분 좋은 독서가 아니었다. 그냥 싫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 주절주절 써 보았다. 그러다보니 기분 좋은 감상도 안 되고 말았다. 이 모든 건 서울인지 두바이인지 햇갈리게 하는 저 폭염때문이다. 그냥 그렇다고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