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의 봄>의 가노 라이타 순경을 다시 보고 싶어서 고르게 되었다. 심지어 그때는 단편집이었는데 이번엔 장편이다. 사실 그 단편집의 모든 작품이 맘에 든 건 아니었다. 역시 표제작인 <거짓의 봄>이나 첫번째 <봉인된 빨강>에서 가노 순경의 심문이 제일 인상 깊었다. 실실 웃으면서 불심검문인양 가볍게 시작해서 서서히 조여 들어가는 여유, 스물스물 올라오는 긴장감. 그것은 도서추리 형식이기때문에 더 실감나게 느껴진다. 갑자기 가노가 "왜 그렇게 땀을 흘리지?" 라고 훅을 날리면 범인은 그제서야 제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놀란다. 사실 그런 손동작 하나에 게임은 끝난거다. 뻔뻔스럽게 우겨보려 해도 흥건한 땀을 어찌할 것인가.......
작가가 두사람 콤비여서 그런가 이야기가 더 탄탄하고 심리의 흐름이 세밀하다. <낯선 친구>에서 친구의 약점을 잡아 이용하는 사람과 매순간 살의를 느끼면서도 끌려가는 사람의 마음이 너무 잘 느껴져서 싫었다. 심지어 마지막의 반전조차 부정하고 싶은 모습까지도 충분히 이해되어 더더더 싫었다. 이 작가 잘 쓰는구나..........음? 이것은 어느 책의 감상인가? ㅎㅎ
<아침과 저녁의 범죄>에서는 제목과 같이 아침에 일어난 범죄가 응분의 죗값을 치르지 못하여 저녁의 범죄로 이어지는 필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1부와 2부로 나누어진다. 그런데!!!!! 보고 싶은 능글능글 가노 순경과 잘생긴(?) 츤데레 쓰키오카 순경이 나오지 않는다ㅠㅠ 아주 감질나게 병풍처럼 슬쩍슬쩍 모습만 보여준다. 아직 가미쿠라 파출소에서 안 잘렸어요~~하면서.......답답하다. 사건은 다섯살 일곱살 남매의 아동학대와 유기살인이라 당연히 파출소 순경이 나설 일은 아니지만....게다가 가노가 하도 (잘해서) 밉보여가지고 다른 형사들의 견제까지 만만치 않다. 그래도 형사들이 열심히 삽질하여 조금씩 아주 천천히 사건의 진실들이 드러난다. 점점 이것은 초초초 막장일거라는 예감이 든다. 윽.....가노는 도대체 언제 전면에 나오냐고요.....
역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가노의 역할은 역시 진실의 추악함과 비참함을 딛고 오로지 피해자의 편에 서서 완전한 대낮의 햇빛 속으로 밝혀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또다른 범죄로 이어져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반복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것이다. 가노의 설명에도 옥의 티는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문조에 대한 것은 좀 너무 갔다. 그래도!!!! 한걸음 뒤에 서서 사건의 전체를 파악하고 중요한 자백이 필요한 시점에 등장하여 자연스럽게 이끌어내고(예전보다 스킬이 좋아짐) 수사의 마지막 한걸음을 나아가게 해준다. 멋지다. 가슴아프지만.
아들이 빠져 있던 지옥 아래 또다른 지옥이 있었다는 사실을.369쪽.
자신의 뿌리가 있었을 땅이, 발밑이 무너져 내린다.378쪽.
그렇다. 발밑이 무너지면 지하실로 가면 되고 지하실이 있음에 감사하자ㅠㅠ 이 지옥 아래 지옥이 또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내일의 새로운 태양과 바람이 존재함을 절대 잊지 말자.
학대와 진실의 비극 속에서 살아남은 아이(유야)가 연을 날린다. 용기를 낸 친구(치나쓰)가 이름을 부르며 달려간다. 어떻게든 살아가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