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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히가시노 게이고,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완료. 히가시노 게이고의 페르소나인 가가 교이치로 형사가 등장하는 12번째 작품. 시리즈는 10번째 작품인 <기도의 막이 내릴 때>로 마무리될 것 같았으나, 일종의 번외인 <희망의 끈>과 이 작품이 출간됨으로써 다시 진행형.

 

2. 개인적으로 시리즈 중에서는 <악의>, <붉은 손가락>, <신참자>를 추천.

 

3.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는 시리즈 중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내가 그를 죽였다>와 같은 맥락에 선 작품. 가가 교이치로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why'에 무게중심을 둔 작품이 많으나, 상기한 작품들은 'who'에 기반한 정통적인 미스터리.

 

4. 한적한 별장촌에서 일어난 끔찍한 연쇄 살인 사건. 범인은 자백했지만 동기와 전모는 밝히지 않았고, 경찰 수사도 더 나아갈 수 없는 상황. 가족을 잃은 남겨진 사람들이 진상을 알기 위해 '검증회'를 열고, 여기 장기 휴가 중인 가가 교이치로가 등장한다. 

 

5.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가 '미스터리의 원점'이라는 카피를 달고, '고전적인, 정통적인'이라는 수식이 따르는 이유는 공정한 단서를 통해 탐정이 독자와 함께 겨룬다는 장르의 기본을 지키려고 최대한 노력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6. 덕분에 다양한 미스리딩과 (언페어할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서술 방식으로 깜짝 반전에만 집중하는 자극적인 요즘 작품들과 달리 상당히 건조하게 읽힌다. 설정의 특수함이 아니라, 현실적인 소재와 수수께끼로 승부하는 담백한 미스터리이다.

 

7. 배경부터 서술까지, 작가는 미스터리 고유의 맛과 쾌감을 살리기 위해 여러 장치를 안배했다. 사건 밖에 있던 가가 형사는 '검증회'를 통해 사건 안으로 들어오는데, 그 지점에서 독자와 정확히 눈높이가 같아진다. 가가 형사와 독자는 같은 정보를 쥐고 사건을 바라보게 된다.

 

8. 미스터리 장르에서 작가는 독자와 걸음을 맞추되 미묘하게 따돌려야 하는데, 가장 까다로운 기술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이걸 잘하지 못하는 작가들은 차고 넘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듯 가뿐하게 해낸다. 실로 녹록지 않은 내공이 엿보인다.

 

9. 논란이 될 수 있는 지점들을 영리하게 회피하는 단정한 글쓰기도 눈에 띈다. 패기 넘치고 폭주하던 젊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립기도 했지만, 100권 넘는 작품을 써내면서도 절대 무게중심을 잃지 않는 거장의 풍모도 느낄 수 있었다. 

 

10.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이런 미스터리 그리웠다. 또 써주시길.

 
  • 델라 2024.08.22 09:10
    고전과 정통이란 단어는 은 언제나 설레입니다.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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