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하고 상식적인 탐정소설 작가 ‘나’는 어느 날 목덜미에 상처가 있는 매력적인 여인 시즈코를 만나게 되고, 곧 편지를 주고받는 절친한 사이가 된다. 시즈코는 오에 슌데이라는 어둡고 병적인 작품을 쓰는 탐정소설 작가에게 지독한 스토킹을 당하고 있었고, ‘나’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는다. 시즈코에 대한 연민과 작가로서 묘한 경쟁심을 느낀 ‘나’는 오에 슌데이를 찾아 나선다.
‘본격’이란 명칭은 고가 사부로가 제안했으며, 그는 수수께끼 위주의 작품은 ‘본격’, 그 외의 작품은 ‘변격’으로 부르자고 주장했다. 당시 변격 소설이란 공포, 전기 등의 요소를 포함한 매우 폭넓은 분야였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본격과 변격이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나’가 오에 슌데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는 일반적인 탐정소설과 마찬가지로 이성과 논리가 사용된다. 그러나 슌데이는 어둠 속에서 희미한 잔상만을 남길 뿐이며, 그렇기에 그가 정말로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이러한 의문은 작품의 끝까지 이어진다. 더불어 시즈코가 풍기는 매혹적이고 기묘한 분위기 역시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준다.
미스터리 소설이 단순한 퀴즈 풀이에 불과하다면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 작품의 경우 변격의 요소를 가져와 그 깊이를 더했다. 인간이 미지의 것에 가장 큰 흥미와 공포를 느낀다고 생각한다. 란포는 슌데이를 작품 내내 무대 뒤편에서 암약하게 만듦으로써 이를 극대화했으며, 서스펜스를 구축했다. 또한 이 작품은 단순히 탐정이 사건을 화려하게 해결하고 끝나지 않는다. 마지막까지도 자신의 추리를 의심하고,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결말은 평면적인 본격 미스터리의 그것에서 탈피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에로틱하고 기괴한 분위기는 작품 전체를 꿰뚫고 있다. 이는 작가 본인의 탐미적 성향으로 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에로, 그로, 넌센스라는 1920~1930년대 일본의 문화현상의 소산이기도 하다. 이는 자본주의 몰락과 전쟁에 대한 예감에서 기인한 세기말적인 폐색감 속에서 유행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자리잡은 란포 특유의 작풍은 일면 기분 나쁜 듯하면서도 독자들을 휘감으며 극강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