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논리와 공정함을 내세운 엘러리 퀸의 국명 시리즈 네 번째 작품, 그리스 관 미스터리. 연역 추리, 소거법, 독자에의 도전 등 엘러리 퀸 하면 떠오르는 요소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시리즈 중 가장 두껍고 복잡하다는 말에 걸맞게 꽤나 머리를 썩였다.
책에는 ‘엘러리 퀸 식 소거법’의 명암이 모두 드러나 있다. 늘 자신만만하던 엘러리는 초반부에 자신의 추리가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다는 사실에 좌절한다. 범인이 조작한 가짜 단서에 속고 만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연역 추리의 한계가 드러난다. 과연 연역 논리의 기반이 되는 정보가 옳다고 단정할 수 있느냐는 것. 이후로도 엘러리는 혐의를 벗었다는 이유로 특정인의 진술을 모두 진실로 받아들이는 등 여전히 이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것 역시 연역 추리이다. 엘러리는 수정과 변수 통제를 거듭하며 자신의 방식을 고집한다. 그리고 그물망 같은 촘촘한 추리로 기어코 범인을 잡아낸다. 해설을 인용하자면, “엘러리가 오만할 정도로 자신이 넘치는 대상도, 의욕을 잃을 정도로 좌절하는 대상도, 고해를 하며 돌아보는 대상도 연역 추리”이다. 연역 추리야말로 엘러리 퀸의 정체성인 것이다.
또 특기할 만한 점은 앞서 말했듯이 철저한 논리에 집중한 만큼, 문학적 기술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것. 밴 다인의 영향을 받은 작가답게 퍼즐에 가까운 소설을 썼다. 그만큼 책이 정보로 빼곡해서 부담스럽기도 하다. 나라면 국명 시리즈 중 다른 작품을 먼저 읽고 마지막 관문으로 이 책을 읽겠다.
한편 아쉬웠던 점은 단서의 비중이 고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후반부에 제시되는 단서는 그 중요도가 너무나 높으며 이전 것들을 허수아비로 만들어 버린다. 그 단서 하나만으로도 범인을 가릴 수 있을 정도다. 짜 맞추어졌을 때 하나의 그림이 되는 퍼즐처럼 단서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또 엘러리는 후반부까지 불분명하던 진상을 단 하나의 단서로 비집고 들어간다. 그리고 그로부터 추리를 끊임없이 확장해 나간다. 이는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의 전개 양상과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