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교 살인 사건>(1925) 완료. 녹스 사제님의 이 작품이 없었다면, 앤서니 버클리 콕스의 <독 초콜릿 사건>(1929)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 같다. 뭐.. 요네자와 호노부의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도 존재하지 않았겠지. <독 초콜릿 사건>을 세계 3대 미스터리로 열심히 밀고 있는 나에게 국내 초역인 이 작품의 의미가 각별하다. 숭배 대상이 한 명 더 생겼다.
요즘식으로 말하면 다중 추리를 주된 테마로 하는 작품인데, 보도 자료의 표현처럼 ‘유쾌한 아마추어 탐정 4인방의 추리 대결’ 정도로 시원시원한 작품은 아니다; 끝까지 읽어 보면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되는데, ‘미스터리 황금기 초기’라는 시대를 생각하면 작가의 탁월함에 감탄하게 된다.
오우, 너무 영민한 작가다. 놀랐다. 하긴, 영국의 ‘The Detection Club’ 작가들은 모두 당대 최고의 인재들이었다. 사제님을 비롯해 G. K. 체스터튼, 애거서 크리스티, F. W. 크로포츠, 도로시 세이어즈, 오르치 여사, 오스틴 프리먼, 앤서니 버클리 등등..
개인적으로는 정말 재미있었다. 비유는 넘치고 대사는 멋들어지며, 상황은 유쾌하고 반전은 계속 이어진다. 사제님은 자신의 십계처럼 독자가 참여할 여지를 끊임없이 만들려고 노력한다. 다만 1925년 신학자, 고전주의자의 감성이라는 것, 경찰은 지나치게 무능하다는 것 등등은 기억해 두자. 흐릿하게 눈을 뜨고 분위기를 즐기면 꽤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