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무당거미의 이치에서도 느꼈지만,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페이지 수는 더 많아지고, 스케일은 더 커지고, 사건 수는 더 많아지고, 꼼꼼함은 점점 떨어지네요. 이제와서는 스릴러에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4부 철서의 우리까지는 뜬금없는 사건과 논리적 설명이 조화로웠는데 이후로는 점점 실망스럽습니다. 장광설이랑 사건의 핵심도 점점 따로 노는 느낌이 나네요. 하고싶은 요괴 얘기를 위해서 사건 주제를 끼워맞추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엄밀한 의미의 추리소설은 아니었지만 세뇌니 후최면이니 하는게 대놓고 등장하니 이건 SF인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기발한 발상은 더이상 없고 테크닉만이 남았을 뿐입니다. 후최면이 존재하니까 모든 증언을 믿을 수 없으므로 모든 증언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 무려 1200페이지를 넘는 소설에서 이런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면 곤란하죠. 마무리도 깔끔하지 않구요.
해결편에 해당하는 연회의 시말을 제외한 연회의 준비 편만 놓고 보면 흥미롭습니다. 사건들의 교차 연출은 그야말로 무르익었어요. 트릭이나 설명이 부실하더라도 이야기 솜씨는 여전히 대단합니다. 시리즈 전작들이 대단했던 만큼 안 읽고 넘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