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1950년대 미국의 깡촌(?) 오하이오의 녹켐스티프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러브크래프트에게 아캄이, 스티븐 킹에게 메인 주가 있다면 도널드 레이 폴록에게는 오하이오가 그 영감의 원천이 된 도시인 셈이다.
1950년대는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한창 냉전이 진행중인 시대였다. 인터넷을 잠깐 찾아보니 종교 붐이 일어났던 시대라고 한다. 종교 음악이나 종교 서적이 인기를 끌고 이른바 스타 전도사들의 집회에는 구름떼같은 팬들이 모여들었다고 하는데, 아마 전쟁의 후유증으로 자연스럽게 신을 찾게 된 사람들이 증가해서가 아닐까.
본 작의 주요 등장인물들 또한 어찌보면 이러한 시대적 흐름의 희생자들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서론은 이쯤 해두고, 이제 등장인물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사실 이 책은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수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시점전환이 자주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떤 이를 주인공으로 판단할지는 독자의 몫으로 맡겨져 있는 것 같다.) 크게 세 개의 중심축이 존재하는데 러셀 부자와 로이와 시어도어 콤비, 그리고 샌디와 칼이다.
먼저 광신도 윌러드 러셀과 아빈 유진 러셀 부자.
윌러드 러셀은 전쟁에서 귀향한 후 PTSD를 겪고 있는 우울한 군인이다. 그는 식당에서 만난 웨이트리스에게 한 눈에 반해 그녀와 결혼하지만, 행복한 결혼 생활도 얼마 못가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그녀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윌러드는 그녀를 위해서는 신에게 제물을 바쳐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되고, 마침내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윌러드의 아들인 아빈 러셀은 이 책에서 가장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는 광신도인 아버지의 비극적인 말로를 지켜보면서 종교에 불신을 품게 되고, 신에게 기도하기보다는 "적당한 때" 가 오기를 기다린 후 직접 힘을 행사하는 것을 택한다. 책의 마지막 장면으로 미루어 볼 때, 본 작품을 아빈의 성장 소설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정도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다음으로 사이비 전도사 콤비인 로이와 시어도어는 개인적으로 세 팀 중 가장 역겨우면서도, 묘하게 순수해보이는 인물들이었다. 순수함을 지진 이들이 타락했을 때 얼마나 잔인하고 추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캐릭터들이었달까.
작중에서 시어도어가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이 상당히 아름답게 묘사되었던 것이 인상깊었다.
마지막으로 샌디와 칼은 그야말로 악당 중의 악당들이다. 이들은 히치하이커들을 태워주고 대신 그들의 목숨을 대가로 받는 연쇄살인범 부부인데 세 팀 중 유일하게 종교하고는 전혀 연관성이 없으며, 자신들의 욕망에 충실한 인물들인 셈이다. 아무 죄책감 없이 자신의 "작품"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칼이나, 그런 칼에게 이용당하는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샌디의 모습은 이 책의 많은 인물들 가운데에서 가장 희극적으로 느껴진다.
이 책의 특징은, 이처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지독할 정도로 선명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고 할 것이다. 실제로 소설에서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음에도, 그들 한명 한명이 모두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각자 강렬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 개성이 대부분 악인의 그것에 가깝다는 것이 문제지만) 이 인물들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종교는 그 중에서도 가장 유효한 도구로 사용될 뿐이다.
감탄스러울 정도로 끔찍한 묘사가 몇 군데 있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심하지는 않았고,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무거운 뒷맛이 남는 작품이었다.
"내가 저 사람들과 같은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라났다면 어떤 삶을 살게 되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는 순간, 원치 않는 심연을 엿본 듯한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하우미 이벤트에 선정되어 쓰게 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