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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2


일상 미스터리 작품만의 소소한 매력을 알고 난 뒤부터 일상 미스터리 작품이라면 작가나 평점을 가리지 않고 읽게 되었다. 그러던 중 알게 된 다니 미즈에의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는 제목과 표지 일러스트만 봐도 내가 찾던 일상 미스터리 작품이었다. 추억의 시간을 수리한다는 말이 얼핏 들으면 우스갯소리로 들리겠지만, 작품과 딱 어울리는 표현이라서 제목에서부터 만족스러웠다. 시계를 소재로, 시계 주인이 고장난 시계를 통해서 과거 수리하고 싶은 곳을 시계와 함께 수리하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2012년에 출간되어 일본에서 5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해서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시계가 주인과 함께 새겨온 추억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주인에게는 시계와 추억을 수리해주고, 독자들에게는 감동을 선사하는 멋진 작품이었다.


한때 번화가였지만 지금은 인적이 드문 쓰쿠모 신가 거리 상가에는 서양식 주택의 이다 시계방이 자리 잡고 있다. 그 가게는 슈지의 할아버지 가게로,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폐점했지만 손자 슈지가 이어받아 5년쯤 전에 문을 열고 지금은 수리만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할아버지 때 간판은 '추억의 시계 수리합니다' 였지만 '계'라는 글자가 떨어져 나가면서 현재의 '추억의 시 수리합니다'가 되었다. 시계방 주인인 이다 슈지는 시계사 즉, 시계를 만들거나 수리하는 장인으로 미용사 니시나 아카리와 연애중이다.


# '슈지는, 시계는 시계의 주인과 함께 시간을 새겨가야 한다고 믿고 있다.' / P.18


슈지는 10년 전 할아버지 때부터 보관했던 엔도 미도리라는 이름으로 남긴 1천만 엔이라는 고가의 시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카나는 언니 아카리가 일하는 헤어살롱 유이를 찾다가 사무에를 입은 젊은 남자가 알려준 카페 라임에서 언니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카페에는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있었고, 그녀의 이름은 이치카와 스미레였다. 스미레에게는 언니가 있었는데 어머니가 달랐다. 스미레는 죽은 언니의 유품으로 시계 보관증을 받았지만 자신이 처분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카나에게 주고는 홀연히 카페를 나가버렸다. 이후 언니 아카리를 만난 카나는 시계의 주인이 스미레였다는 사실을 알고 스미레를 찾기 시작하는데……. <너를 위해 종은 울린다>


좁은 거리를 상가 거리처럼 보이도록 만들어 주는 아와야 술집 옆 과일 가게 호카도의 주인 다모쓰의 아내 요코가 가출했다는 소문이 상가 곳곳에서 돌았다. 다모쓰는 아내를 찾지는 않고 슈지의 시계방에 라즈베리 자명종 시계 수리를 의뢰했다. 여느 때처럼 아카리는 사쿠라 털실 가게에서 뜨개질 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뜨개질 수업을 받는 수강생 중에는 요코도 있었다. 아카리와 수강생들은 요코가 있는 곳을 비밀로 하고 있었다. 요코와 다모쓰는 고교 동창으로, 다모쓰의 소꿉친구 와카모토 코이치까지, 셋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요코는 학창시절 코이치와 연인 사이 였지만 헤어졌고, 그 후 의사가 된 코이치는 요코에게 야반도주를 제안했다. 요코는 약속 장소에서 기다렸지만 코이치는 오지 않았다. 그런 과거를 회상하던 중, 요코는 시립 병원에서 코이치를 찾았다고 말하며 병원으로 향하는데……. <딸기맛 아이스크림의 약속>


# '상대를 많이 알고싶다고 생각할수록 자신에 대해서도 많이 알려주고 싶은데 쉽게 표현할 수가 없다.' / P.102


어머니가 생전에 좋아하던 시계가 고장난 니이미는 어머니의 제삿날 슈지의 시계방에 시계 수리를 의뢰하고 떠났다. 한편 미용실에서 일하는 하야세 미키와의 술자리에서 우연히 고교 선배를 나카지마 히로키를 만난 아카리는 분위기에 취해 그만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술을 마시고 말았다. 아카리를 집까지 데려다 주던 히로키는 슈지를 만났고, 그에게 시계 수리를 부탁했다. 술자리에서의 내기로 만약 슈지가 히로키의 시계를 고치지 못하면 아카리가 공짜로 머리를 잘라주겠다는 것이었다. 그 제안을 수락한 슈지는 히로키의 시계를 받았지만, 시계의 화석이라 불릴 만큼 그 시계는 누군가 돌에 정교하게 조각해 놓은 돌 시계였다. 슈지는 돌이 된 크로노그래프를 고칠 수 있다고 말했지만 히로키는 수리를 취소하겠다고 하는데……. <돌이 되어버린 손목시계>


# '이다 시계방의 간판을 보고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는 사람이라면 고치고 싶은 과거가 있는 것이다.' / P.200


# '슈지가 시계를 행복하게 해줄 생각으로 가게를 연 것은 틀림없다. 자신과 인연이 있어서 받아들인 시계가 주인과 오랜 시간을 함께 새겨가기를 바란다. 가능하다면 평생 그 사람의 시간을 새겨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P.208


쓰쿠모 강가에 벼락이 떨어진 후, 천변에 쓰러진 모녀가 발견되어 응급차가 출동했다. 그리고 그 시각 흰 개가 강에 빠지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다. 요코에게서 받은 수박을 슈지에게 주려던 아카리는 강둑에서 본 긴 머리 여성이 슈지의 시계방 앞에 있는 것을 보고 그녀와 함께 출장간 슈지를 기다렸다. 그녀의 이름은 기시모토 사야로 보석 디자이너였다. 지난주 벼락으로 인해 드문드문 기억이 사라졌지만 손목시계 수리를 부탁한 일은 기억하고 있었다. 상가를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찾고 있던 흰 개의 사정을 알게 된 아카리는 낙뢰가 있던 날과 같은 날 인쇄소 모리무라의 젊은 후처 치카요가 흰 개와 함께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사노 부동산의 사노에게 듣게 되는데……. <멈춰버린 괘종시계의 비밀>


표지만 봐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여심을 공략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을 만큼 이다 슈지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을 긍정하며 따뜻하게 보듬어 안는 점, 평소에는 부드럽지만 시계 이야기만 나오면 힘이 들어간다는 점 등등 여성들이 좋아하는 점을 슈지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1권을 읽지 않고 2권부터 읽어서 시계사 슈지와 미용사 아카리, 쓰쿠모 신사 사무실에서 사는 대학생 다이치 등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만났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읽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 하라 베이커리의 새 신부 사키와 그녀의 남편 나오유키가 잠깐 등장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1권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건지, 1권에서는 어떤 시간을 수리할지 기대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공감하겠지만, 만약 슈지 같은 멋진 시계사가 운영하는 '추억의 시 수리합니다' 시계방이 존재한다면 한 번쯤은 문을 두드리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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