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아동 유괴사건이 발생합니다. 유괴범이 아이의 모친에게 몸값을 지정장소로 가져오라 요구하여 수사본부 요원들이 뒤를 쫓아가지만 육교에 이미 아이의 잘린 손가락이 놓여 있습니다. 그 손가락을 모친에게 줍게 한 것이죠. 다행히 아이는 살아서 돌아 왔습니다. 그 후 도내 주택지에 인질 농성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기동대와 경시청 수사 1과 특수범수사계(SIT)가 출동하여 인질범과 협상을 벌이기 위하여 여경 “가도쿠라 미사키”를 통해 음식물을 반입하려다 되려 그녀는 범인에게 붙잡히고 맙니다. 대치상황이 길어질지도 모르던 차에 여경 “이자키 모토코”가 현장에 돌입, 과감히 진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가도쿠라”를 구출하고 범인을 검거하는 공을 세우게 됩니다.
인질범을 취조하던 중 그가 아동 유괴사건의 공범이었을 뿐만 아니라 “지우”라는 이름의 중국 10대 소년의 배후에 있음을 밝혀냅니다. 이제 “지우”의 검거를 위해 수사망을 좁혀가다가 이번엔 신주쿠에서 가두연설 중인 총리를 겨냥한 테러가 발생합니다. 많은 사상자 발생과 혼란 속에서 “이자키 모토코”를 필두로 SAT 대원들이 총리를 구하지
만 그것으로 안도의 한숨을 돌릴 상황이 아닙니다. 무엇인가 새로운 음모와 파괴의 서막이 열리려 합니다.
“지우”라는 소년은 중국출신으로 추정되는 부모에게 버림받아 거리를 방황하다 앞서 언급했던 인질범과 알고 지냈습니다. 동체시력이 뛰어나 어떤 공격으로부터 몸을 지켜낼 수 있는 신체적 능력이 뛰어나며 유괴부터 각종 인질극, 테러 등을 조종하는데 단순히 돈이 목적만은 아닌 듯합니다. 그렇다면 “지우”가 진정 원하고 바랐던 소망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만이 2차, 3차 범죄를 저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지우”는 어려서 상상도 할 수 없이 끔찍하고 잔악한 성적 학대를 받았으며(표현 수위가 경악할 만합니다.) 말수가 적은 와중에 살인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저질러버리는 사이코패스이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지우”를 축으로 두 명의 여경 “가도쿠라”와 “이자키”는 성향이 대칭지점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애교와 눈물이 많고 세상물정 모르는 여린 성격에 툭하면 현장에서 범인에게 잡혀 곤욕을 치르는 “가도쿠라”와 달리 “이자키”는 격투기로 다져진 실력에다 눈에 조금만 거슬려도 상대를 죽이고 싶어 하는 전투력 만점, 호전성 만점의 살인병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자키”는 물러터진 “가도쿠라”를 혐오합니다. 제 자신이 보았을 때 너무 약해 빠진 “가도쿠라”도 보기 싫지만 인간미 없는 “이자키”의 살인본능도 눈에 무척이나 거슬리죠.
물론 “이자키”의 호전적 성격은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데서 기인한 점을 다소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극단적으로 보여 지니 공감대가 형성되긴 힘듭니다. 만약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으로 출정했다면 얼마나 많은 학살을 저지른 살인귀가 되었을지 상상조차 끔찍합니다. 마지막에야 가서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새로 거듭나는 장면에서는 계기가 주어졌지만 갑작스럽게, 너무 쉽게 각성한 듯해서 무리수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죠.
여기에 ‘신세계 질서’를 주창하는 “미야지”라는 인물이 등장하고 그 집단의 상징으로 여전히 “지우”가 있습니다만 ‘신세계 질서’는 정치가 아니라 사회 그 자체를 뒤엎어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이론이 맞는 것 같습니다. 쉽게 정의하기 힘들지만 차라리 전부 파괴하여 상류층이 기존 사회구조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단물을 쪽쪽 빨아먹지 못하도록 새로운 정의를 수립해보자 이런 거 아닐까 싶습니다.
얼핏 보면 허황되고 과대망상에 빠진 이론 같기도 하지만 마약처럼 급속도로 퍼져나가 곳곳에 추종자들이 암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찰 조직 내부도 온전치 않습니다. 숨어있는 내부의 적이 누군지 알아내는 수사마저 서스펜스가 넘칩니다. 단순히 쫓고 쫓기는 선과 악의 대결로 마무리 지을 것 같은 이야기는 “지우”가 이 같은 범죄의 조장을 통해 얻고자 한 진정한 이유가가 무엇인지 설명되는 말미에서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동기를 만났을 때 가슴 먹먹한 순간이 찾아옵니다.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그를 인면수심의 사이코패스로 단정 짓기에는 안타까움이 앞서서 그가 자라온 환경이 사지로 내몰지 않았냐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죄는 미 워 하되 사람은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나 봅니다.
“지우” 3권은 “혼다 테쓰야”의 장담대로 오락성이 농후한 작품임에는 틀림없으니 빠른 속도와 액션, 스케일 등이 굉장합니다만 그 폭력과 선정적 묘사에 있어 과감함이 지나친 면이 없잖아 있어 순간순간 움찔거리게 하는 것도 분명합니다. 그래도 “혼다 테쓰야”는 인정해줘야겠지요. 독자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포인트를 잘 집어내는 족집게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