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개정판을 빼면 와카타케 나나미의 소설은 2010년에 마지막으로 국내에 소개되었군요(명탐정은 밀항중). 이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도 꽤 있으실 듯한데 어느덧 존재감이 약해진 듯하여 쬐끔 서글프군요.
아마존 소개
탐정 하무라 아키라는 가출한 여고생 미치루를 데리고 돌아오는 일을 맡는다. 훼방을 당한 끝에 칼에 찔려 한 달간 쉰 후, 이번에는 미치루의 친구 미와를 찾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이윽고 드러나는 여고생들의 위험한 생태--부모에 대한 맹렬한 불신, 순수함과 날붙이 같은 잔혹함--하무라 아키라는 그 비밀스러운 마음에 천천히 다가간다. 마음을 털어놓는가 싶더니 금세 반발하는 미치루와 사람 좋은 게이 집주인 마쓰우라와 함께 행방불명된 여고생을 찾는다. 호평받는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대망의 장편!
하무라 아키라, 위기!
위에도 썼다시피 일을 하러 갔다가 험한 꼴을 당합니다. 같이 간 개망나니 탐정에게 발을 밟혀 다리에 금이 간 것도 모자라 미치루와 동거하고 있던 남자가 휘두른 칼에 찔립니다. 하무라가 아무리 터프해도 이런 건 견딜 수 없죠.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하고 부업으로 귀고리에 인조 보석을 다는 일을 합니다. 하지만 그 일만 가지고는 생계에 지장이 생기겠죠. 하무라는 탐정조사소 하세가와 소장의 지시를 받아들여 다시 사람 찾는 일을 시작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는가?
처음에는 단순히 가출 여고생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심상치 않습니다. 미와와 관련된 여고생 한 명이 살해당하고 미와가 실종되기 전에도 실종된 여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결국 미와를 찾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릅니다.
탐정이 힘들수록 정보는 더 들어온다고 할까, 하무라는 동료와 지인의 도움의 받아가며 차근차근 진상에 다가갑니다.
곁가지 사건도 쓸모없지는 않다
하무라가 탐정일을 하다보니 현재 맡고 있는 일 이외에도 다양한 일이 흘러들어옵니다. 냉정침착하고 건조해 보이지만 인간적인 하무라는 그런 일을 딱 잘라서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이는데요. 본격 미스터리라면 이러한 사건들이 복선으로 작용해 후반부에서 커다란 단서로 부각되겠지만, 하드보일드에 가까운 이 작품에서는 그렇게까지 유기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하무라 아키라라는 캐릭터를 깊이 있게 만드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당차고 강하면서도 여린 일면이 드러나는가 하면, 고달프게 살아가는 그 모습에 쓴웃음이 지어지기도 합니다. 가끔은 불여우 같은 모습이 드러나기도 하고요.
총평
국내에 출간된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네 탓이야'와 '의뢰인은 죽었다'를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캐릭터보다는 사건을 중심으로 작품을 읽는 편인데, 이 작품은 사건에 얽힌 궁금증도 끝까지 잘 끌고 가고 캐릭터 역시 잘 살렸네요. 하무라 아키라가 참 매력적입니다.
다만 마지막에 밝혀진 진상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어 보입니다(충격적이지 않다는 뜻은 아니지만요. 새로울 것이 없어 보여도 여전히 충격적입니다). 덧붙여 그러한 짓을 저지른 동기가 좀 석연치 않네요. 특히 아무개 씨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요.
어쨌거나 기리노 나쓰오의 '미로 시리즈'와 비교해서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