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계 재판
다카기 아키미쓰는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로 알게 된 작가로 일본 추리소설을 대표하는 <문신 살인사건>으로 데뷔하였다고 한다. 작가는 실제 재판을 참관한 후 흥미를 느껴서 법정 미스터리 작품을 집필하기로 결심했고 법조 경력이 전혀 없는 공학기사 출신이기 때문에 형법 공부를 독학하여 출간한 작품이 <파계 재판 : 사람이 아닌 자의 이야기>로 일본에서 보기 드문 법정 추리의 명작이자 대표작으로 불린다. 실제 한 명예훼손재판에서 특별 변호사로 활약하기도 했기 때문에 독학으로 얼마나 많은 법을 배웠을까? 생각하며 작가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95% 이상이 법정 장면으로 이루어져 실제 재판 장면과 가장 가까운 소설이며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법정 재판 절차는 물론 법조인이 아니고서는 써내려가기 불가능한 법조계의 속사정, 구수한 객담, 극사실적인 묘사로 실제 사건 기록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 같다는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추리소설 작가이자 현직 판사인 도진기 판사는 <파계 재판>은 법적 오류가 전혀 없었다고 평가했다. 유일한 불만은 '일본 작품이라는 것'이라고 평가할만큼 법정 미스터리로는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지금까지 읽은 법정 미스터리로는 배심제를 소재로 한 아시베 다쿠의 <열세 번째 배심원>을 읽었고 <파계 재판>과는 다른 소재를 가지고 있어서 두 작품 모두 법정 추리 작품이지만 다른 느낌이었다. 미스터리 작품 중 법정 미스터리 작품은 많이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영화가 아닌 책으로는 어떻게 재판 과정을 나타낼지 궁금했다. 책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법정 장면은 아주 일부분만 등장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절차 과정을 알 수 없고 항상 보던 장면만 보게 되어서 친근함마저 느끼게 된다. 그래서 법을 깊게 배우지는 않지만, 형법을 배우고 있는 입장으로 내가 알던 재판 과정과 1960년대 일본의 재판 과정이 어떠한 점에서 같고 다른지 비교하면서 읽고 싶어서 이 책을 선택했다.
연극배우였던 무라타 가즈히코는 두 번의 연속살인과 시체 유기라는 죄명으로 검찰에 기소된다. 내연녀는 남편이 불륜을 눈치채자 격분한 남편을 우발적으로 살해했고 피고인은 내연녀를 위해 사체 유기를 도왔다고 증언한다. 첫 번째 살인이 일어난 후 시체 유기만 인정하고 나머지 3건의 범죄에 대해서는 전면 부정하고 무죄를 호소한다. 하지만 사건 정황상으로 누구라도 그의 무죄를 받아들이기에는 의심스러운 점이 많았다. 사건 현장에서 그의 소지품이 발견되었고 그가 범인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가장 큰 이유는 2명의 피해자가 그가 사랑했던 내연녀와 그녀의 남편이었기 때문에 그가 유죄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의 증언에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한 햐쿠타니 센이치로 변호사는 스스로 그의 변호인이 되기를 자청했고, 피고인에게 불인했던 재판 흐름이 바뀌었고 그의 꼼꼼하고 치밀한 조사와 노력으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파장을 일으킨다.
재판은 형법 기자를 다루는 도요신문 법정기자 요네다 도모이치의 눈으로 보는 시각에서 진행된다. 그래서 주관적인 시점에서 관찰할 수 있고 내가 배심원이 되어서 그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 법정 내부에서 벌어지는 증인들의 진술과 검사, 변호사의 반대심문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실제 재판 기록을 보는 것 같아서 소설이 아닌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재판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범죄과정이나 행위, 범인을 체포하기 위한 과정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일본 법정의 재판 절차 외에는 다른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도진기 판사의 평가처럼 일본 작품이기 때문에 예로를 쓰인 사건들의 사건의 과정을 자세하게 알지 못하고 간단하게 적힌 주석으로 정보 얻어야 하기 때문에 작품의 내적, 외적인 모든 것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다소 딱딱하고 어려울 수 있는 재판 절차를 쉽게 풀어서 보다 쉽게 재판 과정을 알 수 있었다. 스릴러 소설처럼 긴장감을 쥐었다 놓았다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반전 또한 기대 이상이었기 때문에 법정 미스터리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