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 소개
요즘처럼 진심을 확인하기 어려운 시대에, 향으로 거짓말을 읽어내는 조향사의 이야기는 낯설면서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말은 얼마든지 꾸며낼 수 있지만, 몸에 밴 냄새는 그 사람이 실제로 어디에 있었는지, 무엇과 접촉했는지를 정직하게 드러낸다.
주인공 한시우는 자신을 찾아온 손님의 향 속에서 섬유유연제 하나, 비누 한 조각의 흔적만으로 그 사람이 숨기고 있는 이야기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흥미로운 것은 시우가 그 진실을 캐내려는 탐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손님들이 미처 말하지 못한 진심을 향으로 다시 확인시켜 주는, 조용한 목격자에 가깝다.
에디터 정유나가 취재를 위해 시우의 공방을 드나들면서 이야기는 한 겹 더 깊어진다. 거짓말을 밝혀내는 통쾌한 추적기가 아니라, 거짓말이 지워진 자리에 무엇이 남는가를 잔잔하게 되묻는 이 소설은, 읽고 난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 한쪽에 남는 온기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