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이름은 <트러스트>, 에르난 디아스 작이다. 추리소설은 아니고 2023년 퓰리처 수상작이다. 추천하는 이유는 읽는 내내 제목의 뜻을 비롯하여 마지막 순간까지 진실이 무엇인지 계속 추리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트러스트의 뜻은 신뢰 혹은 신탁으로 이 소설의 제목의 뜻으로는 둘 다 맞는 것 같고 그래서 둘 다 엄청나게 씁쓸하다.
네 개의 이야기가 나온다. 소설, 자서전, 회고록, 일기. 소설은 1920년대 미국의 광기어린 증권가를 쥐락펴락한 신화적인 금융인과 가족의 민낯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자서전은 소설의 실제 모델이 격분하여 자신과 아내의 참모습을 밝힌다는 명목으로 옹호, 미화하는 내용이다. 회고록은 자서전을 대필한 비서가 진실의 열쇠는 소설과 자서전 모두에서 이상하리만치 평가절하된 부인에게 있음을 깨닫고 이를 추척하는 내용이다. 일기에는 마침내 발견된 부인의 진실과 숨겨진 진상이 담겨져 있다.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한 사람이 돈으로 돈을 벌어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하니 당연히 금융범죄가 나온다. 무엇보다 이야기를 차례로 읽어 소설과 자서전, 회고록까지 가게 되면 우리는 비서 아이다의 여정에 동참하여 진실을 쫓게 된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도 몇 번을 다시 돌아가 이상했던 부분과 실마리가 되는 부분을 훑었다. 어느 정도의 진실(그 추악한 금융인의 모습같은)은 밝혀졌지만 처음 소설이 어떻게 해서 쓰여졌는지, 부인의 마지막 기록은 누가 남긴건지가 끝까지 미스테리로 남는다. 그래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이렇게 저렇게 나만의 소설을 써 보게 된다.
소설 <트러스트>는 신탁에 대한 이야기지만 신뢰에 대한 이야기이다. 돈 앞에서 혹은 야망 때로는 신념이라는 이름 앞에서 신뢰를 저버리는 여러 사람이 나온다. 아마도 끝까지 신뢰를 지킨 것은 앤드루의 부인 밀드레드 뿐이었던 것 같다. 큰 비밀을 안고 있었던 그녀. 능력을 가짐이 저주스런 시대.
474쪽 지금부터는 그 무엇도 기억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는 데서 오는 무시무시한 자유.
슬프다. 마지막 순간에 쟁취한 것이 저런 말도 안 되는 것이라니....
스스로 아버지의 굴레에서 벗어나 당당히 취업을 하고 독립하는 수많은 아이다들을 거쳐 거쳐서 지금의 시대까지 왔다. 뭐가 더 나아지고 발전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모든 사람이 꿈을 꾸고 그것을 향해 나아갈 자유를 현재진행형으로 원하고 원하고 또 원할 뿐이다.
* 추리소설을 읽다가 시간이 남으시면 한번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