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도서실
「세상에는 참 별난 사람도 다 있네요! 아무리 별난 사람이라도 이렇게 바닥이 기울어진 집 같은 걸 일부러 지어가지고. 나는 제대로 된 집 한 채도 없는데! 미친 짓입니다. 부자들 도락도 이정도면 화가 납니다.」
하야카와 코헤이가 안내를 끝내고 돌아가자, 젊은 오자키 형사는 독이 올랐고, 창 밖에는 바람이 포효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해는 이미 지고 있었다.
「뭐, 너무 그러지 말게.」
우시코시가 달래며 말했다.
「부자란 것들이 도락을 즐기든지, 더욱 더 돈벌이에 열중하든 간에, 우리 서민한테는 별로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
우시코시는 그냥 앉으라고 하는 듯, 다리를 비스듬하게 자른 의자를 오자키쪽으로 뺐다.
「그런데다 말이지, 세상에는 모든 사람이 도장을 찍은 것처럼 똑같이 생긴 인간만 있으면 재미도 뭣도 없다고. 부자가 있으면 우리 같은 가난뱅이 형사도 있다, 이걸로도 괜찮다고 나는 생각해. 부자가 반드시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잖나.」
「그런데, 부대는 어떻게 할까요?」
오쿠마가 말하자,
「그렇군. 이제 돌려보내도 될거야.」
우시코시가 대답하자, 오쿠마는 지시를 전하러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이것은 미치광이 저택입니다. 아까 충분히 조사해 두었기는 해도.」
오자키가 하던 말을 계속했다.
「여기에 일단 겨냥도(도형을 일정한 방향으로 바라 본 것을 약식으로 그린 그림)를 그려보았습니다. 이겁니다. 좀 봐주십시오(그림1 참조).
이 서양관은 유빙관이라는 세련된 이름을 붙여놓았고 지하 1층, 지상 3층의 서양관과 그 동쪽에 인접한 피사의 사탑을 본뜬 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탑이 피사의 사탑과 다른 점은 제일 윗층에 하마모토 코자부로의 방이 있는 것 외에, 아래에는 일체 방도 없고 계단도 없습니다. 즉 아래 층에 입구가 없습니다. 지상에서 직접 이 탑에 들어가서 오르는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마모토가 자기 방에 돌아가는가 하면, 안채, 즉 이 서양관에서 쇠사슬을 당겨 도개교식의 계단을 걸쳐서, 탑의 방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돌아가면 이번에는 탑 쪽에서 다시 쇠사슬로 다리를 끌어올려두는 것입니다. 참 별난 짓입니다!
그리고 이쪽 안채측 말이지요, 여기는 15개의 방이 있습니다. 각각 동측의 위쪽, 즉 탑의 방에 가까운 순서대로 번호가 매겨져 있습니다. 그 방 중에, 이 그림을 보십시오, 여기 3호실이 그 인형 같은 것을 놓아두는 골동품실입니다. 그리고 그 옆 4호실, 이것이 도서실. 즉 우리들이 있는 이곳입니다. 그 아래 5호실, 아까 그 살롱입니다. 그리고 서쪽으로 가면 살인이 있었던 10호실, 이것은 스포츠 용구실입니다. 원래 사람이 묵는 방은 아닙니다. 그 옆은 11호, 실내탁구장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하면, 지금 예로 든 5개의 방을 뺀 이 관의 방 전부가 목욕탕, 화장실이 딸린 객실입니다. 일류호텔수준이군요. 객실 10호실과 각종 오락실이 완비된 무료호텔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흠 흠, 그렇군.」
그 때, 오쿠마가 돌아와서 청중에 참여했다.
「그러면 우에다는 그 목욕탕이 붙은 10호실 중 하나에는 배정 받지 못했다는 거지? 10호실은 원래 용구실이었다니까.」
「그렇습니다. 사람이 많이 모였을 때, 방 수가 모자랄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깨끗한 10호실에도 사람이 묵을 수 있도록 일단 침대는 들여 놓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면 어젯밤도 방 수가 부족했던 건가?」
「아뇨,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15호실은 비어있었으니까요. 그러니까……」
「즉 운전수 따위는 스포츠용구 급이라는 말이군. 누가 방을 배정했지?」
「하마모토 에이코입니다.」
「역시.」
「방은 말입니다, 지하를 포함해서 이 관은 4층이고, 그것이 동서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4개씩 8개의 층, 그리고 그것들이 각각 남북으로 2분할 되어 있으므로 16이 되는데요, 그렇지만 살롱이 넓어서 방 2개분이라, 숫자가 하나 줄어 15개 방이 되는 것입니다.」
「흠 흠. 그렇군, 맞아 맞아.」
「그리고, 남측보다 북측방 쪽이 넓습니다. 그것은 계단이 남측에 있기 때문에, 방이 그만큼 좁은 것입니다.」
「그렇군.」
「따라서 부부는 모두 북측 넓은 쪽으로 방을 배정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이 집에 있는 부부는 2쌍, 카나이 부부와 고용인 하야카와 부부입니다만, 카나이는 3층 북측의 9호실이고, 하야카와는 지하 북측의 7호실인데, 그 부부는 이 집이 완성되었을 때부터 주욱 그 방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계단 말입니다만, 이 놈이 매우 이상합니다. 동서로 두 곳에 있습니다. 동측은 살롱에서 올라갑니다. 그것은 1호실과 2호실, 그리고 탑의 코자부로 방으로 가는 계단입니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을 위해서 놓은 것입니다. 2층의 3호실과 4호실은 지나가 버립니다. 이 계단을 이용해서는 2층으로 절대 갈 수 없습니다.」
「허어!」
「왜 이런 이상한 짓을 해놨는지를 저도 꽤나 고민했습니다. 살롱에서 계단을 올라가니까 갑자기 3층에 닿아 버렸지요. 그리고 동측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도 없습니다. 마치 미로 같습니다, 걷다 보면 짜증이 납니다.」
「그러면 2층에 갈 때도, 지하에 내려갈 때도 아까 우리들이 올라온 서측 계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거지? 하지만, 아까 계단은 2층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좀더 위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렇습니다. 2층과 지하로 가는 데는 이 서측의 계단을 이용한다. 3층으로는 동측 계단으로 올라가는 거니까, 여기 서측은 2층에서 계단이 끝나도 되는 게 아닌가 하고 저희들은 생각하지만, 그런데 서측 계단도 3층까지 있습니다.」
「호오, 그러면 3층 사람들은, 동서 2개의 계단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군.」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서측의 계단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3층의 8, 9호실 두 곳의 사람뿐, 동측의 계단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똑같이 3층이라도 1, 2호실 사람뿐입니다. 즉, 3층에는 동서를 잇는 복도가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예를 들어 8, 9호실 사람은 같은 층의 1, 2호실로 잠시 놀러 가는 게 안 되는 것입니다. 가려면 1층까지 일단 계단을 내려가서, 1층의 살롱을 지나 둥글게 우회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허이구! 귀찮은 일이군!」
「그래서 미치광이 저택이라는 거지요. 정말로 복잡합니다. 저도 아이쿠라 쿠미가 이상한 아저씨를 봤다고 하는 1호실에 가려고 서측 계단을 올라가서 꽤나 허둥대다가 다시 내려와서야 살롱에서 그걸 들었습니다」
「그랬겠군.」
「하마모토 코자부로라는 사람은 그렇게 해서 사람을 놀래키거나 허둥거리는 것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나쁜 취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바닥도 이렇게 기울어지게 만들어 놓았겠지요. 익숙해 지지 않는 동안에는 넘어지는 녀석도 있을 것 같고, 익숙해지면, 이 동서쪽 창문을 기준으로 해서 위를 아래로 착각하거나 하는 것입니다.」
「창쪽이 비스듬하게 보이면 뭐 벌써 이쪽이 진거지. 창틀은 바닥에서 거리가 떨어진 쪽을 위쪽이라고 생각하기 쉽고.」
「하지만 바닥의 공은 위쪽을 향해서 굴러가겠군요.」
「깜짝 저택이군. 그러나 그 남북으로 이웃한, 예를 들어 8호실과 9호실은 왕래할 수 있겠지?」
「그거야 그렇습니다, 하나의 계단으로 올라가는 거니까요.
그리고, 계단이 그런 식으로 달려있으면, 계단이 전실을 망라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동측의 계단이 동측의 2층을 지나쳐 버리는 것과 같이, 당연히 서측의 계단도 서측의 3층을 지나쳐 버리는 것입니다. 서쪽 끝의 두 방이 그 살인이 있었던 10호실과 11호실의 탁구실인 것입니다. 실내에서는 갈 수 없습니다.」
「응……그렇지.」
도면을 보면서, 우시코시는 간간히 대답한다. 이해하기가 약간 힘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스포츠실과 스포츠용구실이니까, 밖에서만 출입이 가능하다고 해도 별로 상관이 없는 겁니다.」
「역시 그렇군! 머리를 좀 썼구나.」
「이 두 방만 밖에 있는 계단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10호실을 배정 받은 사람은 이런 계절에 자러 가려고 추운 바깥을 돌아가는 것은 힘듭니다. 뭐, 운전수니까 별 수 없겠지요.」
「뭘하든 고용살이는 힘들지.」
「10호실에도 사람이 묵게 되어, 심하게 더러운 것, 예를 들어 농기구라든지, 빗자루, 도끼,낫 같은 그런 잡동사니 종류는 말입니다, 수납하기 위해서 별도로 뜰에 헛간을 만든 것 같습니다. 그 곳은 하야카와 부부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특수한 안채의 구조를 이용해서 에이코가 꽤 머리를 굴려서 방을 배정했습니다. 먼저, 아이쿠라 쿠미, 꽤나 남자를 밝히게 생겼습니다. 오늘 아침, 사쿠라다몬(주:일본경시청)이 아주 신속하게 움직여 준 덕택에 이미 조사 자료가 도착해있습니다만, 치요다구 오오테마치의 키쿠오카 베어링 본사에서 비서 아이쿠라가 사장의 첩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내년에 들어올 신입사원 정도랍니다. 그런 고로, 둘을 가깝게 두면 끈적끈적하게 굴지도 모르니까, 건물의 제일 끝과 끝으로 떨어지도록 해 둔 것입니다. 2층 동쪽의 1호실에 아이쿠라, 지하 서쪽의 14호실에 키쿠오카입니다.
단지 키쿠오카가 14호라는 것은 정해져 있었던 듯합니다. 14호실은 하마모토 코자부로가 이 안채에 만든 서재입니다. 사물(私物)이라든지 중요한 서류 같은 것을 놓아두고, 게다가 영국제 벽판재나 조명기구, 몇백만 엔이나 하는 페르시아 카페트 등, 엄청난 돈을 들였습니다. 언제나 여기서 자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침대는 작은 것 같습니다. 뭐 일종의 긴 의자니까요. 그러나 쿠션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답니다.
키쿠오카는 이번 손님들 중에서는 주빈이라서, 이렇게 돈을 가장 많이 들인 방에 묵는 것이지요. 하마모토가 어째서 이 방을 서재로 선택했는가 하면, 여기가 지하고, 안채에서 가장 따뜻한 것 같습니다. 다른 방은 이중창이라고 해도, 외풍 때문에 좀 춥습니다. 게다가 창문이 없으니까 생각할 것이 있을 때엔 산만해지지 않겠지요. 경치를 보고 싶을 때는 탑 위로 돌아가면 360도 전망이라, 그 이상 가는 경치는 없으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아이쿠라 쪽입니다만, 에이코가 옆방인 2호실을 처음부터 자기방으로 정했습니다. 1호실에 배정해서 아이쿠라를 감시할 작정이었겠지요.
같은 이유로 순진한 요시히코를 서쪽 3층의 8호실로 했을 겁니다. 이것은 아까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같은 3층이라도 아이쿠라의 방인 1호실과 요시히코 방인 8호실은 왕래가 불가능합니다. 오히려 가장 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에이코는 요시히코가 산전수전 다 겪은 아이쿠라에게 유혹이라도 당하면 큰일이라고 생각했겠지요.
그리고 3, 4, 5호실은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사람이 묵을 수 없는 방입니다. 그리고 지하의 6호실이 요리사인 카지와라의 방입니다. 7호실은 같은 고용인인 하야카와 부부의 방. 아무리 따뜻하다고 해도, 지하실은 창문이 없어서는 잠깐 머무를 손님한테는 재미가 없으니까요. 집을 지었을 때부터 이 동측의 지하방 2개는, 고용인 방으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서쪽으로 가서 3층 8호실은 하마모토 요시히코, 9호실은 카나이 부부, 10호실은 우에다, 그리고 1층 12호실은 토가이입니다. 그 옆의 13호실은 쿠사카, 14호실은 키쿠오카고 15호실은 빈방이었습니다. 이상입니다.」
「엄청 복잡해서, 한번 설명 들은 거 가지고 간단히는 이해가 안가는데, 예를 들어서 3층 1호실의 아이쿠라나 하마모토의 딸 에이코가 한층 아래의 3호실에서 그 인형을 들고 나가려고 작정해도 쉽게는 안 된다는 말이군, 1, 2호실에서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없으니까.」
「그렇습니다. 서측의 8, 9호실이라면 바로 3호실 앞으로 내려갈 수 있지만, 1, 2호실에서 는 일단 살롱으로 내려가서 서측의 계단까지 빙 돌아서 우회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바로 밑의 방에 가는 건데도 말이죠.」
「8, 9호실에서 바로 아래층인 10호실 현장에 가는 것과 똑같군. 확실히 작은 미로 같군. 뭐 그렇게까지 오버한 것은 아니지만.
그 외에 알아 둘 건 없나?」
「저희들이 지금 있는 이 방 옆이 3호실입니다만, 별명이 ‘텐구의 방’이라고 모두가 부르고 있는 듯 합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방에는 아까도 말씀드린대로 하마모토 코자부로가 돈을 쏟아 부어 전세계에서 사들인 여러 가지 서양 잡동사니가 놓여 있습니다만, 벽 한면에 텐구의 가면이 걸려있습니다.」
「뭐어?」
「아주, 새빨갛다니까요! 특히 남측의 벽은 천장에서 바닥까지 빽빽하게 텐구의 가면으로 덮혀져 있습니다. 그리고 동측의 벽은 말이죠, 이 방에는 외부로 트인 창이 없기 때문에, 이 두 면의 벽은 창문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벽면 가득 텐구의 가면을 걸 수가 있습니다.
서측의 벽은 복도 측에 창이 있고, 북쪽은 이렇게, 서있는 사람을 향해서 덮칠듯이 기울어져있는 벽이라 걸 수 없겠지요, 북측과 서측 벽에는 가면은 걸려 있지 않습니다.」
「왜 그렇게 텐구 가면만 모았을까?」
「이것도 사쿠라다몬이 추오구 야에스의 하마디젤 본사를 탐문했는데요, 하마모토 코자부로가 어릴 적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텐구 가면이었다고 하는 추억담을 어떤 수필에서 썼던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40세 생일 축하연에 그의 형이 장난으로 가면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것을 계기로 수집을 시작해서, 일본 전체의 진귀한 텐구 가면을 모으게 되었답니다. 그러자 뭐 대단한 사람이니까요, 이야기를 전해들은 인간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경쟁적으로 가면을 보내서 금방 지금 정도 모였다고 합니다. 이것은 업계지(誌) 등에도 몇 번 실린 유명한 에피소드라서 그를 아는 인간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흐음……. 그 뭐라고 하는, 갈갈이 해체된 인형은 어떻게 됐나?」
「일단 감식이 가져갔습니다만, 돌려줘도 괜찮을 거라고 합니다.」
「돌려줘도 라고 한다면, 원래대로 돌아갈 것 수 있다는 말인가? 목이나 손발은.」
「예에.」
「끼웠다 뗐다 할 수 있는 거였나?」
「그런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