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제 1막 1장

by decca posted Mar 1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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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막 유빙관의 현관

「만일, 진정한 지루함을 달랠 수 있는 춤이 이 세상에 있다고 하면, 그것은, 사자(死者)의 그것이다」

제1장

 저택 안의 살롱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새어 나오고 있다.
 조금씩 내리는 눈 속을, 체인 소리를 삐걱이며, 검은 벤츠가 언덕을 올라 온다. 파티의 초대객이다. 현관의 열어놓은 좌우 여닫이문 앞에, 파이프를 문 하마모토 코자부로(浜本幸三郎)가 서 있다. 멋진 아스콧 타이(주: 폭이 넓은 타이)를 메고, 머리는 완전한 은발에, 높은 코, 몸에는 군살도 없어서, 왠지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파이프를 입에서 떼고, 하얀 연기를 내뿜은 후, 웃는 얼굴로 옆쪽을 보았다.

 거기에 막내딸인 에이코(英子)가 서있다. 보기에도 고가(高價)인 듯한 칵테일 드레스를 입어서, 드러난 어깨가 추워 보인다. 머리는 위로 틀어 묶었다. 부친을 닮은 매부리코, 턱 뼈가 꽤 튀어나오긴 했지만, 미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 용모이다. 키가 크다. 부친보다 조금 큰 정도이다.
 이런 밤에 여성들에게 어울릴 정도의 진한 화장에, 마치 조합원의 변명을 가만히 듣고 있을 때의 사장처럼 입도 다물고 있다.
 차가 노란 조명을 물들이며 주차장에 들어와 두 사람의 앞에서 멈추고 자리를 잡았다. 기세 좋게 차문이 열리자 풍채가 좋고 머리숱이 적은 덩치 큰 남자가 성급하게 내리면서 눈을 밟았다.
「아니 일부러 마중까지 나오시다니 황송합니다.」
 체격이 큰 키쿠오카 에이키치(菊岡栄吉)는 불필요할 정도의 큰 소리로 말한다. 입을 열기만 하면 큰소리를 내는 성격 같다. 태어날 때부터 현장 감독이 잘 어울리는 듯한 이런 남자는, 비교적 사회에서 자주 보게 된다. 그런 탓인지 그의 목소리는 쨍쨍하다.

 관의 주인은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에이코는 “수고하셨어요.”라고 말했다.
 에이키치를 따라 자그마한 여자가 내렸다. 이것은 관의 두 사람, 적어도 딸 쪽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불안한 일이었다. 검은 드레스에, 표범모피코트를 슬쩍 걸치고, 꽤나 우아하게 허리를 움직이면서 내려섰다. 하마모토 부녀는 처음 보는 여성이다. 새끼고양이를 연상시키는, 작으면서 매우 귀여운 용모다.
「소개 드리겠습니다. 비서 아이쿠라 쿠미(相倉クミ)양입니다…. 이쪽이 하마모토씨다.」
 키쿠오카의 말에는 열심히 억누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자만 같은 여운이 있었다.
 아이쿠라 쿠미는 생긋이 미소 지으며, 놀랄 정도로 높은 목소리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라고 했다.

 그 목소리를 에이코는 전혀 듣지 않고, 그때는 재빨리 운전석을 들여다보며, 아는 사이인 우에다 카즈야(上田一哉)에게 차 댈 곳을 지시하고 있었다.
 뒤에 대기하고 있던 하야카와 코헤이(早川康平)가 두 사람을 살롱 쪽으로 안내하며 사라지자, 하마모토 코자부로의 얼굴에 유쾌한 듯한 미소가 잠시 떠올랐다. 아이쿠라 쿠미는 키쿠오카의 몇번째 비서가 되는 것일까? 메모라도 해 두지 않으면 기억할 수도 없다. 그녀도 이제부터 기껏해야 키쿠오카의 무릎에 앉거나, 팔짱을 끼고 긴자(銀座)를 걸어 다니거나 하는 비서 업무에 힘을 쏟아, 한 재산 마련하겠지.
「아버님.」
하고 에이코가 말했다.
「응?」
코자부로가 파이프를 문 채 대답한다.
「아버님은 이제 됐어요. 남은 건 토가이군이랑 카나이씨잖아요. 아버님이 일부러 마중나와 계실 필요는 없죠. 저랑 코헤이씨로도 충분해요. 아버님은 키쿠오카씨 상대라도 해 드리세요.」
「흠. 그러면 그렇게 할까. 하지만 너, 그런 차림으로는 춥지? 감기 든단다.」
「그럴지도요…. 그럼 아주머니한테 밍크 좀 꺼내달라고 해주시겠어요? 아무거나 괜찮으니까. 쿠사카군한테 맡겨서, 여기 가져다 달라고 해주시겠어요? 토가이군 슬슬 올 때가 됐으니까, 쿠사카군도 마중나오는 편이 좋아요.」
「알았다. 코헤이씨, 치카코상은 어디?」
코자부로는 뒤를 돌아보며, 말한다.
「주방쪽에 계셨습니다만….」
등의 이야기를 나누며, 두 사람은 안으로 사라졌다.
홀로 남자, 에이코는 드러낸 양팔을 안는 듯 모았다. 잠시 그렇게 하면서, 콜 포터의 음악을 듣고 있으니, 어깨에 살짝 모피가 걸쳐졌다.
「고마워.」
에이코가 돌아보며, 쿠사카 슌(日下瞬)에게 쌀쌀맞게 말했다.
「토가이군, 늦네.」
쿠사카가 말한다. 피부가 하얀 꽤나 잘생긴 용모의 청년이었다.
「눈길이라 어차피 헤매고 있을 거야. 그 사람 운전 서투니까」
「그럴지도 몰라.」
「당신 올 때까지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거야.」
「아아….」
잠시 침묵. 곧 에이코가 자연스레 말을 꺼낸다.
「좀 전에 키쿠오카씨 비서 봤어?」
「아… 응… 봤는데?」
「대단한 센스지.」
「…?」
「인간은, 환경이 중요해」
그녀가 하는 말은 대부분의 경우, 억누른 감정의 견본같은 것이다. 그것이 그녀의 주위에 있는 젊은 남성들에게는 수수께끼에 쌓인 듯한 효과를 낳는 것이었다.

국산 중형세단이 숨이 찬 듯한 엔진음을 내며 언덕을 올라온다.
「온 거 같아!」
차가 옆에 멈추자 매우 허둥지둥하며 창이 열린다. 은녹색 안경을 걸친 살집이 좋은 얼굴이 나온다. 놀란 탓에 약간 땀이 맺혀 있다. 문을 조금 열었지만 앉은 채로, “에이코씨 초대 고마워요”하고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늦었어.」
「아니, 눈길에서, 헤매가지고… 허~! 오늘 밤은 한층 더 아름다우시군요, 에이코씨. 이건 크리스마스 선물.」
길고 가느다란 상자를 내민다.
「고마워」
「오~ 쿠사카. 거기 있었냐」
「여기 있다. 얼어죽을 뻔 했잖아. 빨리 차 대고 와.」
「그래」
두 사람은 도쿄에서는 가끔 만나서 한잔 하는 사이이다.
「빨리 대고 와. 어딘지 알지? 거기」
「네이, 알겠습니다.」
중형차는 눈 속을 비틀비틀 후진해 간다. 쿠사카는 살짝 뛰어서 그 차를 쫓아간다.
이어서 택시가 올라온다. 차문이 열리고, 아주 야윈 남자가 눈 위에 내려선다. 키쿠오카의 부하인 카나이 미치오(金井道男)이다. 그가 허리를 굽혀 아직 택시 안에 남아있는 애처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설원에 홀로 날아든 학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지금 겨우 좁은 시트에서 전력을 다해서 탈출한 듯한, 대조적으로 체격이 좋은 부인 하츠에(初江).
「고맙습니다, 아가씨, 또 신세를 지게 되네요.」
날씬한 남편 쪽이 웃는 얼굴로 말하였다. 이 카나이 미치오라는 남자는, 이렇게 말하면 불쌍하지만, 아무리 해도 거짓 웃음이 지나쳐서, 얼굴 근육이 굳어 버린 점이 있다.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아주 조금이라도 얼굴의 근육에 힘을 넣으면, 그것은 금세 그의 의지와 관계없이 웃는 표정을 만드는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웃는 얼굴 이외의 표정을 하고 있을 때야 말로, 얼굴 근육에 힘을 넣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남자의 얼굴을 후에 떠올리려고 하면, ‘아무리 해도 평범한 얼굴이 떠오르지 않아’라고 에이코는 자주 생각했다. 카나이의 보통 얼굴을 떠올리기 보다는, 차라리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게 분명한 쇼토쿠태자(聖徳太子)의 웃는 얼굴 쪽이 상상하기 쉬운 것이다. 태어난 이래, 계속 이런 얼굴을 하고 있을 리는 없을 거라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피곤하시죠?」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 사장님 오셨나요?」
「네, 벌써 와 계세요.」
「쳇! 늦었군.」
하츠에는 육중하게 눈 위에 서서, 그 여유있는 체격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이 빠르게 눈을 굴려 에이코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휙 점검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얼굴을 구기며 미소를 지으며, “정말 멋있는 옷이네요!” 라고 에이코의 드레스만 몹시 칭찬하는 것이었다.
손님은 이걸로 다 온 것이다.
두 사람이 저택 안으로 사라지자, 에이코도 점잔 빼는 듯한 몸짓으로 발길을 돌려, 살롱으로 향한다. 콜 포터의 음악이 점점 가까워 져 온다. 그 발걸음은, 대기실로부터 무대 가장자리를 지나 스테이지로 향하는 여배우의 적당한 긴장과 자신으로 가득 차 있다.


amaco 와 호리고메(堀込) 형제에게
번역: 모모깡 
교정: decca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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