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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석의 사건집-2]
        
                                               경포대 자살 사건


지난번의 '태양빌라 사건' 이후 나는 씨엔씨 사무소에 간식을 사다 나르며 거의 출근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프리랜서 기자를 위해 마련된 작업실을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정신없는 신문사보다는 씨엔씨 사무소가 편했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작고 안락한 사무소의 편안한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무엇보다 한상현 그녀석에 대해 좀 더 연구해 봐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한상현 기자를 그녀석이라고 호칭하게 된 것은, 얼마 전 친한 친구들과의 저녁모임에서 새로 시작한 내 일에 있어 빼놓고는 말할 수 없게된 한기자를, '그녀석'이라고 지칭하면서부터이다.
물론 한기자의 탁월한 사건분석 능력은 인정하지만 그의 인간성만큼은 내게 그리 좋은 인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후부터 나는 속으로 한기자를 그녀석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사무소에 드나든 지 삼일째 되던 날, 내가 아예 씨엔씨 사무소에 출근을 하겠노라고 멋대로 선언을 했는데도 최소장은 언제나처럼 웃으며, 어차피 책상 하나가 남으니 편하게 쓰라며 자리까지 내어 주었다. '간식 환영'이라는 말과 함께.
매일 사무소에 출근하면서 알게 된 사실들로는 우선, 사무소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상담을 하러 온다는 것. 그리고 꽤 여러 명의 형사나 경찰들이 수시로 와서 차를 마시고 가거나 사건에 대해 의논을 하고 간다는 점이다.
그리고 최소장은 생각처럼 깐깐하거나 까다롭지 않으며, 그녀석은 생각보다 더 게으르고 나만큼이나 커피를 많이 마신다는 점이다.
최소장은 나름대로 심각한 고민을 안고 찾아오는 상담자들에게 매우 자상하고 현명하게 때로는 인내심을 가지고 상담을 해준다. 상담자가 없을 때에는 홈페이지에 답글을 적거나 자료를 찾거나 책을 읽는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본 기억은 없다.
추리를 잘하고 싶으면 공부를 해야 한다며 법의학이니, 심리학 책들을 들이밀었기 때문에 나도 조금씩 책을 읽게 되었다.
  언제나 짙은 감색 정장과 마찬가지의 짙은 감색 바바리코트를 입고 나타나는 그녀석은, 특별히 사건이 없을 때에는 책을 읽거나 소파에 드러누워 빈둥대거나 의자를 한껏 뒤로 제치고 잡지책을 뒤적인다. 그도 아니면 밖에 나가 종로나 인사동 거리를 한참동안 걸어다니다 돌아오곤 하는데 그때의 산책이 아마도 그녀석이 하는 유일한 운동이라고 생각된다.
그녀석은 말이 별로 없는 편인데 그나마도 사건얘기가 아니면 대부분 빈정대는 투라서 나는 가급적 그녀석과 길게 대화하는 일은 피하는 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황스러운 점은 일상생활에 있어서의 지나치게 평범한 그녀석의 모습이다. 아니, 평범하기 보다는 오히려 한심할 지경이다. 스파이 영화속의 멋진 모습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의 뛰어난 사건분석을 지켜봤던 나는 아마도 그가 추리퀴즈 정도는 1분도 못되어서 척척 풀어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의 기대는 너무나 허무하게 무너졌다. 그녀석은 인터넷의 추리카페에 무수히 올라있는 간단한 추리퀴즈를 전혀 맞추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심한 수준의 수수께끼나 퍼즐도 풀지 못했으며, 숨은그림 찾기나 그 어떤 게임에서도 나를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하다못해 간식당번을 정하기 위해 하는 가위바위보까지도.  

출근한지 일주일쯤 지나자 사무소 분위기에 어느 정도 동화가 됐다.
하지만 가끔 최소장과 그녀석이 나누는 한 두 단어로만 이루어진 대화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내용을 잘못 이해한 내가 가끔 엉뚱한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그럴 때면 그녀석은 조소를 흘리며 무시하는 투의 '바보'라는 한마디로 나를 머쓱하게 만드는데, 최소장까지 그녀석과 합세해서 놀릴 때면 사태수습을 하려다 더욱 꼬이는 상황에 진땀을 흘리기도 한다.  물론 악의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냥 받아넘기고는 있지만, 성격 하나만큼은 대한민국 제일이라고 자부하는 나로서도 가끔은 빈정대는 그녀석의 안면에 주먹을 날리고 싶을 때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 익숙해지며 이제나저제나 그녀석이 새로운 사건분석에 착수하길 기다리던 때였다. (물론 나는 매시간 보도되는 각종 사건들을 들이대며 조사하자고 했지만 그녀석은 끄덕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혼자서 조사해 보리라 마음먹고 현장에 갔던 적도 있지만 엄두가 나질 않아 결국 그냥 돌아와야만 했다.)
오랜만에 쌀쌀한 겨울추위가 찾아온 날이었다. 어두운 표정이지만 건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박혜경이라는 여자가 친구의 자살이 믿기지 않는다며 사건을 다시 조사해 달라고 찾아왔다.
  그녀가 들고 온 사건의 내용은 이러했다.
  지난 12월 초순경 박혜경의 절친한 고교동창이며 26세인 이선영이 경포대 해수욕장에 위치한 한 민박집 방에서 화장실 문손잡이에 목도리로 목을 매어 죽은 채 주인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사망한 방안이나 소지품에서 유서가 발견되지는 않았는데, 수사를 담당한 강릉경찰은 이선영이 대학졸업 후 1년 동안 취업이 되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전전했고 지난 7월에는 대학 때부터 만났던 남자친구와도 헤어져 이를 비관해 왔으며, 사망 전 이틀간 휴대전화기를 꺼놓은 채 친한 친구와도 연락이 되지 않았던 점, 문이 안으로 잠겨 있었던 점, 방안에서 다른 사람의 지문이 발견되지 않은 점, 비명소리를 듣거나 수상한 사람에 대한 목격자가 없는 점을 들어 발견 이틀만에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결론짓고 수사를 종결했다는 것이다.  
  박혜경은 친구의 죽음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슬픔을 이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비교적 차분하게 사건내용을 설명했다.  
"꼭 조사를 해 주셨으면 해요. 경찰은 이미 사건을 종결했지만. 선영이는 절대 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성격이 아니에요. 그리고 죽던 그날 오후 6시에 저한테 전화까지 했었어요. 머리가 복잡해서 혼자 경포대에 왔는데 내일은 올라 온다고요. 저한테 밝은 목소리로 분명히 내일 올라 올거라고 했는데 자살을 할 리가 없잖아요? 아. 물론 경찰한테도 얘기했죠. 그런데 제 얘기는 그냥 무시하더라구요. 뭐라더라. 올라 갈려고 했다가 그냥 죽기로 마음이 바뀌었을 거라나요. 기가 막혀서! 선영이는 경포대를 좋아해서 전에도 답답한 일이 있을 때면 종종 내려가곤 했어요. 대부분은 저랑 같이 갔지만 때론 혼자서도 잘 갔어요. 그런데 겨울에 여자 혼자 바닷가에 갔다는 이유로 무조건 자살이라니 말도 안돼요."
흥분을 참지 못한 박혜경의 말소리가 높아지자 최소장이 찻잔을 밀어 권하며 침착하게 얘기를 이끌어 나갔다.
"그랬군요. 그런데 이선영씨의 평소 성격은 어땠나요? 그리고 이틀 간 연락을 끊고 혼자 강릉에 내려간 구체적인 이유는 뭔가요?"
"선영이는 어려운 일이 있다고 해서 피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대학도 2년간 재수해서 원하던 전자공학과에 들어갈 정도로 열심히 노력했어요. 뭐. 졸업하고 바로 취업이 안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좌절하거나 하지도 않았어요. 준비하고 노력하면 분명히 원하는 회사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늘 얘기했거든요. 하지만 대학 다니며 사귀던 남자친구 기범씨와 헤어지고 나서는 최근까지도 좀 힘들어 하긴 했어요. 기범씨한테 다른 여자가 생겨서 헤어졌는데 선영이가 겉으론 강해 보여도 속이 여리거든요. 몇 개월간 많이 힘들어했어요. 그런데 한해가 다 저물어 가니까 취업문제도 그렇고 기범씨 문제도 그렇고 해서 아마 심란했었나봐요. 아마 그래서 마음을 정리하러 갔을 거예요. 뭐. 전화를 꺼놓은 건 생각을 정리하는데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요. 가끔 그랬던 적이 있거든요. 그래도 금방 다시 먼저 연락하곤 해서 별로 걱정하지 않았어요. 사건 나고 아주머니께 여쭤 보니까 이틀 간 특별한 일없이 평소처럼 귀가했었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사건 날 아침에 머리 좀 식히고 오겠다고 아주머니께 얘기하고 내려갔더군요."
"하지만 정황으로는 경찰의 자살추정에 별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만, 박혜경씨는 이선영씨의 전화와 평소 성격상 자살을 할 리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타살을 주장하시는 건가요?"
소파에 깊숙이 앉아 얘기를 듣던 그녀석이 불쑥 한마디를 던졌다.
"예! 그래요! 저는 제 친구가 자살 같은 걸 하지 않았다고 확신해요. 그러니 다시 조사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경찰에는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이 없어서…"
박혜경은 단호하게 대답하고는 이내 애원하는 표정으로 최소장과 그녀석 그리고 나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데, 그날 이선영씨가 가지고 있던 소지품은 뭐가 있었나요? 그리고 당일 경찰 조사에 박혜경씨도 참석하셨나요?"
"네. 물론이죠. 소식을 듣자마자 저는 곧바로 비행기를 탔죠. 경찰서에서 선영이 가족을 만나 함께 진술을 했어요. 그리고 선영이 소지품은, 입고 갔던 옷과 작은 가방하나가 전부였어요. 가방엔 손수건과 휴지, 수첩과 볼펜, 화장품, 껌 정도가 있었고, 지갑엔 현금 8만원과 신용카드 2개, 로또복권, 내려갈 때 사용한 고속버스 표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녀석이 질문을 하자 박혜경이 열심히 기억을 떠올리며 설명을 했다.
"그럼, 지금은 수사가 종결됐으니까 소지품은 가족에게 있겠군요."
"네. 장례가 끝나고 나서 목도리만 빼놓고는 전부 돌려 받았다고 들었어요."   몸을 앞으로 쑥 내밀며 커피를 한 모금 마신 그녀석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면 사건 당일 입었던 옷차림과 같은 모습을 한 이선영씨의 사진을 구 할 수 있겠어요? 만약 같은 사진이 없다면 옷과 이선영씨 다른 사진을 합성하면 됩니다. 가능하겠어요?"
"네. 구해 볼께요"
"그리고 한가지 더. 이선영씨 지갑에 있던 로또의 추첨일자가 언제인지, 어디에서 발행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겠어요? 아무래도 소지품이 가족에게 있으니까 박혜경씨가 해줘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버스표도 있다고 했죠. 몇 시 차였는지도 확인해 주세요."
"네. 그것도 가능할 거예요. 제가 알아볼 수 있어요."
"좋아요. 그럼 내일까지 가능하겠죠? 확인되면 내일 같이 경포에 가도록 하죠. 하지만 너무 기대를 갖지는 않는 편이 나을 겁니다."
얘기를 마친 박혜경은 몇 일간 휴가를 냈으니 아무 문제없다며 감사의 인사를 하고 서둘러 사무소를 나갔다. 최소장은 의아한 듯 그녀석에게 물었다.
"한선생. 이 사건 조사 할거야? 뭔가 짚이는 거라도 있어?"
"네. 조금. 추워서 귀찮기는 하지만 걸리는 게 있어서."
나는 뛸 듯이 기뻤다. 일주일만에 드디어 사건조사를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박혜경의 얘기를 듣는 내내 '이선영씨는 강한 사람 같아. 그렇게 열심히 살던 사람이 갑자기 자살 같은 걸 할 리가 없어. 분명히 수사가 잘못됐을거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역시 자살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어쨌든, 그녀석이 조사를 한다니까 나도 열심히 따라다니며 조사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사무소에 도착한 나는 최소장에게 받은 열쇠로 문을 열고 불지도 못하는 휘파람 소리를 내면서 청소도 하고 환기도 시키며 그녀석이 출근하기를 기다렸다.
두 잔째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최소장이 사무소 문을 열고 들어서며 말을 건넸다.
"김선생. 기분이 좋은 모양이네. 사건조사 하는게 그렇게도 좋아? 하지만 이번 사건은 어려울 것 같은데. 증거도 없고, 성격적으로는 자살할 것 같지 않지만 사람이란게 알 수 없는 존재거든."
"그렇죠. 자살일 확률이 아무래도 높겠죠. 하지만 한선배가 뭔가 걸리는게 있다니까…, 그리고 로또 말인데요. 어제 저녁에 박혜경씨가 어렵게 확인했다며 전화해준 바로는 그게 그 주에 추첨될 것이었대요. 죽을 결심을 한 사람이 뭣 하러 그것도 강릉에서 그 주에 추첨될 복권을 샀겠어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렵지 않을까? 사람 마음은 매 순간 변하니까."
"그렇기는 하죠. 하지만."
내가 뭔가 반박할 말을 찾으려 할 때 감색 코트 깃에 파묻힌 무표정한 그녀석의 얼굴이 나타났다.
'저녀석은 오늘아침도 변함없이 맘에 안드는 저 얼굴인군.'
이런 생각을 하며 인사를 건네는데 박혜경이 붉어진 볼을 부지런히 문지르며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인사를 건네고 다같이 소파에 앉아 커피 한 잔씩을 마시며 박혜경이 가져온 사진에 시선을 고정했다.
"같은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이 없어서 제가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서 다시 합성했는데 그럭저럭 나온 것 같아요. 그리고 버스는 오전 11시24분 동서울터미널에서 강릉까지 무정차 버스더군요"
사진 속의 이선영은 날씬한 몸매에 자신감 있는 미소가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그녀석은 이선영의 경로를 따라가 보자고 했다.
사진을 챙겨들고 우리는 동서울터미널에서 11시24분에 출발하는 강릉행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서 박혜경에게 이선영에 대한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선영의 어머니는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던 착한 딸을 잃은 슬픔에 넋이 나간 상태이고, 남동생은 평소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아서 자살을 할 정도로 고민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자책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원한을 살 일도 없는데 타살일 리가 있겠냐'며 다시 사건을 들추는 박혜경을 못마땅해 했다고 한다. 그래도 자신은 친구로서 절대로 자살을 믿을 수가 없다며 평소에 이선영이 얼마나 밝은 성격이었는지,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했다.
그리고 자살이 아니라면 누군가가 죽였을텐데 만약 그렇다면 자신은 김기범이 가장 의심스럽다고도 했다.
"기범씨가 좀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마음 넉넉한 선영이가 늘 챙겨주고 이해하는 편이었어요. 기범씨는 조그만 일에도 굉장히 화내고 삐지고 그랬거든요. 선영이가 같은 과 남자친구들과 얘기하는 것만 봐도 사귀는 것 아니냐며 의심하고 화내고 했는데, 결국 지난여름 길에서 우연히 동창을 만나 차 한잔 같이 마신 일로 크게 싸웠대요. 그런데 며칠 뒤 기범씨가 다른 여자가 생겼다며 헤어지자고 해서 헤어지게 된 거거든요."
"그래요?"
"사귀는 동안 선영이가 가끔 힘들어 하긴 했어도 많이 좋아했는데, 그런 이유로 헤어진다는게 좀. 그리고 그렇게 빨리 다른 여자를 다시 사귀었다는 것도 좀 그렇고."
그렇게 우리가 한참 얘기를 나누는 동안 그녀석은 의자를 약간 눕힌 채 창 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평일이라선지 버스에 손님은 몇 명 없었다. 잠시 뒤 버스가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휴게소에 정차했다.
"어? 이 버스 무정차라고 그러지 않았어요?"
박혜경이 화장실에 간다며 먼저 일어나서 저만치 걸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무심결에 물은 것이 잘못이었다.
"바.보."
주춤거리며 일어서는 내 귓가를 스치며 익숙한 투의 나즈막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듯 그녀석은 성큼성큼 걸어 나가고 있었다. 순간 화가 치밀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내가 착각했던 것이기에 할 말은 없었다.
15분간이나 정차를 한다기에 하릴없이 먼 산만 바라보며 커피를 한잔 마시고 다시 버스에 올랐고 새로 뚫린 고속도로 덕분인지 2시5분이 되자 버스는 벌써 강릉터미널에 멈춰 섰다.
터미널을 빠져 나오자 버스정류장 앞에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의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다. 길 건너엔 연두색 간판의 훼미리마트가 보이고 문 앞엔 로또 판매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선영은 아마도 저 곳에서 로또 복권을 샀을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진을 들고 가게로 들어갔지만 점원은 이선영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석은 일일이 사진을 보이며 이선영을 기억하는 택시 기사를 찾았다. 두 명의 택시기사가 사진 속 이선영의 행동을 기억해 냈다.
"그 날 버스정류장에서 아마도 경포대행 버스를 기다리는 것 같았드래요. 근데 한 아주머니가 버스에서 많은 짐을 도로에 내려놓았어요. 그런데 그 아가씨가 얼른 달려와서 짐들을 인도로 같이 옮겨 주는 거예요. 참 착한 아가씨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이선영의 행동을 전하는 강원도 억양의 택시기사 얘기를 듣자 이미 세상에 없는 친구의 변함없는 행동에 슬픔을 참지 못한 박혜경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녀석은 이선영에게 일행이 있었는지를 다시 물었고 두 명의 택시기사는  혼자였던 것 같다고 대답을 했다.
"혼자 왔다면 역시 자살일까요?"
내가 조심스럽게 그녀석에게 속삭였다.
"확실해 보이는 사건도 한 번쯤은 의심 해봐야돼."
여전히 인정머리 없는 말투였지만 냉정한 그의 말이 이번엔 오히려 믿음직스럽게 느껴졌다.
"자. 박혜경씨 그만 진정하시죠. 이선영씨는 여기에서 경포대까지 저 202번 버스를 타고 갔겠지만 6시까지는 생존이 확인되니까 우선 검시의와 경찰을 만나보기로 합시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강릉병원으로 이동했다. 이선영의 사망을 확인한 검시의는 이제 막 신경외과 전문의 자격을 딴 젊은 의사였다. 무테 안경을 낀 깔끔한 차림의 젊은 의사는 질식사로 사체검안서를 발급했다고 했다.
"사실 저는 이런 일은 잘 모릅니다. 우리는 산 사람을 살리는 병원이라서 변사체에 대한 검안 같은 일은 어쩌다 한 번이고 그나마도 저는 처음이었습니다. 목에 졸린 흔적이 있었고, 경찰 말이 민박집에서 목맨 채 발견된 사체라 하기에 저로서는 특별히 법의학적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사망만 확인해 줬죠."
젊은 의사는 성실하게 대답해 주었고, 보관용 자료에 첨부된 한 장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녀석은 안광을 빛내며 사진에 집중했다.
"이선생님 흐릿하지만 여기 목에 평행한 방향으로 자국이 보이시나요? 위쪽으로 난 자국 말고요."
"아-네. 그러고 보니 자국이 있군요."
"보이시는군요. 보통 스스로 목을 매 죽는 경우는 위쪽으로 비스듬히 난 한 줄만 있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만 이 사체는 두 줄이군요. 평행하게 하나, 위쪽으로 하나."
그녀석이 사진을 뚫어져라 들여다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을 끝내자,
"아마 잘못 묶었었나 보죠. 아니면 괴로워서 몸부림쳤거나."
젊은 의사가 자못 진지하게 대답했다.
"글-쎄요."
차마 못 보겠던지 박혜경은 사진은 외면한 채 열심히 두 사람의 얘기에만 집중하고 있었고,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사진을 살펴봤다. 얘기를 듣고 보니 뚜렷하진 않지만 흔적이 보이는 듯 했다.
"어쨌든 바쁘신데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녀석의 인사와 함께 우리는 진료실을 나섰고 깔끔한 젊은 의사는 다시 환자진료를 하기 위해 밖의 간호사를 불렀다.

병원을 나온 우리 일행은 다시 택시를 타고 강릉경찰서로 향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장형사가 박혜경을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지난 번 사건의 친구였었죠. 그리고 한기자님 김기자님도 처음 뵙겠습니다. 서울청에서 서경감님께서 전화를 주셨더군요. 내려오시면 가능한 대로 편의를 좀 봐드려 달라구요. 뭐 필요하신게 있으면 저한테 얘기하세요. 하지만 이선영이 사건은 자살이 확실합니다. 뭐. 정황도 그렇고 특별한 타살혐의는 없었으니까요."
아마도 최소장이 태양빌라 사건으로 신세를 진 서경감에게 미리 부탁을 해놨던 모양이었다.
"네. 그렇겠죠. 하지만 사망자의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아무래도 믿고 싶지 않은 사건이니까요. 저희가 한번 볼 수 있도록 해 주시면 고맙겠어요."
내가 장형사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뜻을 섞어 말하면서 슈퍼에서 산 음료수 한 박스를 건네 주자 장형사는 반색을 하며 받아서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현장 사진 좀 볼 수 있습니까?."
그녀석이 장형사에게 말하자, 장형사는 캐비넷에서 서류뭉치를 들고 왔다.
"여기가 현장인데요. 아무 것도 없는 작은 방이에요. 조그만 창문은 안으로 잠겨 있었고, 주인 할머니가 문을 열려고 했지만 안으로 이렇게 눌러 잠겨 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딸을 불러 밖에서 억지로 열었답니다. 사체는 이렇게 화장실 문손잡이에. 유서는 없었지만, 특별히 지문도 나오지 않았고, 사망 전 이틀간은 전화기도 꺼 놓았고, 이런 겨울에 젊은 여자 혼자 바닷가 민박집에서…."
장형사가 서류에 붙은 사진을 가리키며 얘기를 해나갔다. 박혜경은 경찰서에 들어오기 전에 그녀석에게 들은 대로, 형사 얘기에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고 그저 화난 표정으로 사진을 노려보다가 사체사진이 나오자 차마 더 이상은 볼 수가 없었던지 밖으로 나가버렸다. 박혜경이 나가자 장형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울림이 있는 큰 목소리로 말을 계속했다.
"사실 친구나 가족들은 그럴 리 없다지만 사람 마음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한 순간 '욱'하면 살인도 하고 자살도 하고. 실연의 상처도 있겠다. 어렵게 대학 나와도 취직도 안되고 세상 살기도 힘들고, 그러다가 그냥 꽉. 뭐 뻔한 것 아니겠어요. 젊은 여자들 가끔 바닷가 와서 잘 죽어요. 주로 실연으로 인한 상처죠. 아. 그래서 경찰에서는 혼자 투숙하는 손님은 꼭 신분증을 확인하고 주민번호를 적어 놓도록 업주들을 교육하고 있지요. 이번 사건에도 경찰에서 교육한 대로 신분증을 잘 확인해 뒀더군요. 하하하. 지난겨울에도 두 명이 바닷가 모텔에서 자살했다니까요. 참 내. 죽는 걸 왜 그렇게 쉽게 아는지 원."
목소리가 큰 장형사가 몸동작을 섞어가며 시끄럽게 얘기를 하는 중에도 그녀석은 아무런 대꾸 없이 사진만 열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나는 장형사의 얘기에 틈틈이 후렴을 붙여주며 나름대로 열심히 사진과 그녀석을 살폈다.
지난 태양빌라 사건의 사진은 화재로 온통 시커먼 사진뿐이어서 그렇게 끔찍하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이번 현장사진은 보기가 괴로웠다.
낡고 초라한 작은 방에서 외롭게 죽어있는 젊은 여자의 처참한 마지막 모습에 마음이 아파 왔다. 썰렁한 방안의 풍경은 '현장이라는 곳은 이렇게 음침한 걸까'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마음이 아픈만큼 한시라도 빨리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은 내 안의 욕심은 더욱 커져갔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고작 '사람이 죽어 있구나'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사진을 눈에 익히는 것이 전부인 한심한 상황이었다.
그녀석은 사체가 목도리에 묶여 문손잡이에 걸려 있는 발견당시 사진을 가장 자세히 살펴보는 것 같았다.
"잘 봤습니다. 민박집은 어딥니까?"
사진을 다 보고 나자 그녀석은 장형사에게 민박집 위치를 묻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건에 대한 별다른 질문이 없자 장형사는 자신에게 물어볼 것이 없는지 재차 확인하며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한편으론 자신을 귀찮게 하지 않는 것이 내심 다행이라는 눈치였다.
밖으로 나오자 한바탕 울고 난 박혜경이 붉게 변한 눈자위를 훔치며 물었다.
"발견하신 것 있어요?"
"네. 뭐. 조금. 매듭이 좀."
빨리 진상을 알고 싶은 나는 그녀석의 짧은 대답에 짜증이 나서 좀 더 긴대답을 유도하기 위해 질문을 했다.  
"매듭이 어쨌는데요? 경찰 말에도 일리가 없는 건 아니잖아요?"
"사건수사에 있어 무신경은 최대의 적이야."      
그녀석의 퉁명스런 대답이 돌아왔다. 무안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지만 더 이상의 대화는 무리라고 판단한 나는 몸을 휙 돌려 경찰서 정문을 향해 빠른 속도로 걸어 나갔다.
택시를 타고 경포대로 이동하는 동안 그녀석은 창 밖을 바라보며 오른손 검지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두드리고 있었다.

아름다운 경포호를 끼고 해수욕장 입구로 들어서자 익숙한 '강릉지구 전적비'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도 친구들과 자주 왔던 곳이라 내게는 꽤 익숙한 장소였다.
택시에서 내린 시간은 벌써 오후 5시를 지나고 있었다.
이선영이 묵은 민박집은 찾기가 쉬운 곳이었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식당과 민박을 겸하고 있는 집이었다. 통유리 너머로 푸른 바다가 바라보이기 때문에 예전에 친구들과 놀러 와서도 종종 들러 회를 안주 삼아 술도 한 잔씩 하곤 했던 곳이다.
시원한 바다가 눈에 들어오자 경찰서에서 느낀 답답함이 조금은 가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사건조사가 먼저였다. 우리는 형광색 종이에 '호박칼국수와 오징어 수제비 개시'라고 써 붙인 식당에서 민박집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아유. 그 아가씨 때문에 어찌나 놀랐던지. 왜 하필 우리 집에서 그랬는지. 지금도 꿈에 그 모습이 나와 무섭다니까. 여자 혼자 이 겨울에 자고 가겠다고 해서 찜찜해서 그냥 안 받을려고 했는데 칼국수 먹을 때 옆에 앉아서 얘기를 나눠 보니까 괜찮겠다 싶은 마음에 방을 줬지. 그것도 3만원은 받아야 하는데 하도 깎아 달라고 해서 만원 깎아 줬다니까. 아가씨가 너무 참하길래 혹시 우리 조카 어떻게 좀 맺어줄까 하는 욕심에 내가 한참 얘기도 했다구. 그래도 방 열쇠 주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숙박계 써야 한다면서 신분증까지 확인했어. 그랬는데도 그렇게…. 젊은 아가씨가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자살은 해. 자살을. 쯧쯧."
사망한 이선영의 친구라는 말을 듣자마자 할머니의 끝없는 한탄이 이어졌다.
"할머니. 이선영씨가 몇 시쯤 왔었습니까? 그리고 저녁에는 몇 시쯤 방에 돌아 왔나요?"      
그녀석이 할머니의 말을 막고 질문을 했다.
"그날 4시쯤 와서 칼국수를 달라고 해서 내가 한 그릇 끓여 주면서 이것저것 물어봤지. 혼자서 왔냐? 어디에서 왔냐? 왜 혼자 왔냐? 그리고 또 칼국수를 삶는데 호박이 그게."
"그래서 방엔 언제?"  
또 길어지는 할머니의 말을 자르며 그녀석이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칼국수를 먹으면서 하룻밤 자고 갈 수 있겠냐고 해서 내가 그러라고 하고는 111호에 보일러를 올려줬지. 가방을 갖다 놓길래 한참 있어야 따뜻해질 테니까 바다 구경 좀 하고 오라고 했어. 그리고 저녁에 손님 몇 상 받고 8시쯤에 가보니까 불이 켜져 있더라구.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10시 넘어도 안 나오길래 내가 가서 두들겨도 대답이 없어서 우리 딸 불러서 문을 열고 보니까 글세 그렇게 끔찍한 짓을."
우리는 할머니의 안내를 받아 씨엔씨 사무소가 들어있는 황룡빌딍 만큼이나 오래되 보이는 민박 건물로 들어갔다. 111호는 사방 1.5평정도 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방이었다.
문 옆에는 먼지를 뒤집어쓴 벽걸이 선풍기가 걸려 있었고 한쪽에는 14″TV와 리모컨이 놓여 있었다. 샤시로 된 화장실 문 안쪽에는 변기와 샤워기가 달린 수도, 세숫대야 1개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방문은 안에서 손잡이를 누르면 잠기는 단순한 구조였다.
정말 작고 허름한 방이었다. 하지만 지난여름 내내 많은 사람들이 머물다 갔을 방이었다.
'상당히 힘든 방법이군'
그녀석은 화장실 문손잡이를 보며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반투명 유리와 샤시로 된 화장실 문의 손잡이는 허리높이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아까 본 사진 속 이선영의 모습은 마치 비스듬하게 앉아 있는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자세였다. 아무래도 자살하기에는 좀 곤란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박혜경은 친구가 떠나버린 방안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흐느끼고 있었다. 마음이 무거웠다.
"그만 나가죠."

6시가 넘은 겨울바다는 벌써 어두워져 있었다. 멀리 수평선에는 오징어잡이 배의 집어등이 하나 둘씩 불을 밝히기 시작하고 있었다. 바닷가에는 나무로 만든 장승같은 모양의 12지신상이 죽 늘어서 있어서 한 해가 저물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쌀쌀한 날씨지만 경포 해수욕장엔 언제나 그렇듯이 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사연을 안고 찾아와 있었다.
수능을 마치고 온 듯 해방감에 뛰어다니는 학생들이 여러 팀 있고, 허리를 꼭 감싸안은 젊은 연인들도 많았다. 아직 어린 꼬맹이 손을 양쪽에서 잡은 젊은 부부도 있었고, 열 대여섯쯤으로 보이는 빨간 머리를 한 여자아이는 이어폰을 꼽고 비명 같은 소리를 질러대며 백사장을 혼자 걸어다니고 있었다.
유난히 높은 파도가 치는 멋진 바다를 배경으로 저마다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폰을 치켜들고 플래쉬를 터트리며 사진 찍기에 여념들이 없었다. 어두워진 바닷가에는 하얀 파도와 웃는 사람들, 플래쉬 불빛만이 빛나고 있었다.

수평선의 불빛들이 보이는 2층 횟집에 앉아 매운탕을 시켜 저녁을 먹는 동안 그녀석은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고, 나는 박혜경과 계속 사건얘기를 나누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요. 어떻게 허리 높이도 되지 않는 손잡이에 목을 매어 죽을 수가 있어요? 게다가 그 목도리 꽤나 두껍던데 아마 손잡이에 묶기도 힘들었을 거예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맞아요. 그렇게 해서 어떻게 자살을 할 수가 있겠어요? 선영이는 분명 자살한게 아닐 거예요. 지난번 금융감독원의 무슨 국장이 여관 목욕탕 수건걸이에 목매 자살했다고 뉴스에 나왔을 때에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어요. 어떻게 자기 키보다도 낮은 곳에다 목을 매고 죽을 수가 있겠어요? 숨이 막혀 괴로우면 본능적으로 일어나게 될 텐데 말이죠."
박혜경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맞장구를 쳤고, 이어서 나는 머리 속의 의문을 하나씩 얘기했다.
"하지만, 자살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왜 이선영씨를 죽였다는 거죠. 지갑에 돈이나 신용카드가 그대로 있는 것을 봐선 강도를 당한 것도 아니고, 그리고 누가 어떤 이유에서 죽였다고 해도 비명소리 한번 지르지 못했을까? 그것도 방안에 그런 모습으로….자살로 위장한 건가? 만약 그렇다면 왜 굳이 위장을."
"혹시 기범씨가 여기까지 몰래 따라와서. 설-마. 아무리 의처증 같은 증세를 보이던 기범씨지만 이미 헤어졌는데 그렇게까지야."
박혜경이 혼자 상상하듯 얘기하다 몸서리를 치며 말을 끊었다. 우리가 이런 대화를 하는 동안 그녀석은 밥을 다 먹고는 오른손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조용히 규칙적으로 손가락을 두드리고만 있었다.
답답해진 내가 그녀석의 얼굴을 보며 역시 경찰수사가 맞는 것이 아니냐며 대답을 필요로 하는 말들을 계속하자 그녀석은,
"사람이 죽는다는 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아."  
라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창 쪽으로 몸을 돌리며 담배를 피워 물었다.

저녁을 다 먹은 우리는 소나무 숲을 지나 경포호로 내려갔다. 낮보다 바람이 많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쌀쌀한 겨울 저녁이었다.
걷는 길에 나는 그녀석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6시부터 8시 사이인데.'
식당에서 들고 나온 커피를 마시며 경포호에 조성된 산책길을 따라 10분쯤 걸었을 때였다.
"오늘은 여기에서 자고 가지. 박혜경씨 괜찮겠어요?"
"네. 괜찮아요. 그런데 더 알아볼 것이 있나요?"
"네. 조금요. 타살은 맞는데, 동기와 범인을 아직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있어야겠습니다. 추우니까 숙소부터 정하죠."
그녀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타살이라는 말을 툭 던지고 방향을 바꿔 성큼성큼 걸어갔다. 깜짝 놀란 나는 박혜경과 함께 뛰듯이 그녀석을 따라잡았지만 더 이상의 말은 들을 수가 없었다.
전망 좋은 모텔에 방 두 개를 얻었지만, 궁금함과 답답함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던 나는 경포호 주변을 한 시간쯤 산책하고 나서야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옆방에 틀어박힌 그녀석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도대체 누가? 왜? 어떻게?'라는 해답도 찾지 못할 토론만 계속하다 결국엔 맥주 두 캔씩을 사다 먹고 2시가 되어서야 잠들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9시가 되도록 방에서 나오지 않는 그녀석을 깨워 1층 식당에서 황태 해장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박혜경과 나는 7시 조금 넘으면 떠오를 일출을 보기 위해 바닷가에 내려갔지만 날이 흐려 보지 못하고 경포호 주변만 산책하고 돌아왔는데 그 뒤에도 한참이나 기다린 아침 식사였다.
겨우 옷을 챙겨 입고 나온 그녀석은 잠을 못 잤는지 부시시한 얼굴이었다.  식사중에 그녀석은 박혜경에게 혹시 이선영의 휴대폰을 가족이 가지고 있는지 물었고, '그렇지!'하는 표정의 박혜경은 한참을 생각한 후에 없었다고 대답했다.
식사가 끝나자 그녀석은 주변 편의점과 마트에 이선영의 사진을 보여주며 본 일이 있는지, 혹시 휴대폰 급속 충전을 맡긴 사실이 있는지를 묻고 다녔다. 네 번째 편의점에 들어가 주인에게 사진을 보여주자 풍만한 몸매의 여주인이 반색을 하며 반겼다.      
"아이고 왜 이제야 찾아 왔드래요. 이 아가씨가 열흘도 전에 우리 가게에 휴대폰 맡기고 갔는데 오지는 않고,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바닷가 대전 민박집에 자살한 아가씨가 있다는데 혹시 이 아가씬가 하고서리. 어디에 물어보지도 못하고 걱정만 했드래요."
특유의 강원도식 사투리를 강하게 구사하는 여주인으로부터 이선영의 휴대폰을 받을 수 있었고, 그날 저녁 8시쯤에 칫솔과 치약을 사갔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박혜경씨.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이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
그녀석의 말에 박혜경은 얼른 휴대폰을 열고 저장된 사진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두 장이 저장되어 있네요."
박혜경의 얘기에 그녀석은 휴대폰을 받아들고 사진을 주의 깊게 쳐다봤다.
"됐어"
"뭐가요?"
궁금했던 나는 휴대폰을 빼앗다시피 받아들고 사진을 살폈지만 무얼 얘기하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뒤를 봐"
그녀석이 다시 말하자 나는 휴대폰의 뒤를 살폈다.
"바.보."
그녀석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웃는 얼굴로 비아냥댔다.
"사진 안의 이선영씨 뒤쪽을 보란 말이야"
그제서야 다시 자세히 사진을 살펴보자 경포호를 배경으로 서있는 이선영씨 뒷편으로 비스듬히 자동차 한 대가 서 있는 것이 보였지만 차안은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옆 건물 2층의 PC방으로 들어갔다. 그녀석은 박혜경의 도움을 받아 문제의 사진을 서울의 그녀석 친구에게 전송하고, 영상 보정이 가능한지, 사진 속의 차량번호를 정확히 식별할 수 있는지를 전화로 물었다. 아마도 친구는 가능할 것 같다는 대답을 해 준 것 같았다. 급하니 오후 2시까지 부탁한다고도 했다.
이런 일들을 마친 후에 그녀석은 경찰에 줄 의견서를 만들어야 하니까 근처 커피숍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우리는 깔끔한 인테리어에 시원한 통유리를 끼운 2층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박혜경에게 아마도 사건이 다 풀린 것 같으니 걱정 말라는 얘기를 해 주고 휴대폰의 사진을 다시 자세히 살펴보았다.
사진에 찍힌 차량은 국산 중형차 같았다. 꽤 가까이에서 찍혔는지 차량번호 두 자리는 눈으로도 읽을 수가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약간 비스듬한 위치라서 나머지 두 자리는 희미하게 보였다.
커피 한잔을 다 마시고 나서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그녀석이 인쇄된 종이를 손을 들고 성큼성큼 걸어와서 내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종업원이 다가오자 커피를 주문한 그녀석은 박혜경을 바라보며 숨을 한번 크게 내쉬고  나서 차분한 어조로 드디어 사건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처음에 사무소에서 박혜경씨의 설명을 듣고 나서 우선 두 가지 점에서 의문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펜과 수첩을 가지고 있던 이선영씨가 어째서 자살하면서 유서를 쓰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추첨 예정의 로또 복권을 가지고 있었던 점입니다. 복권을 사는 심리는 일반적으로 희망과 기대를 갖는 것이죠. 자살을 할 사람이 삶에 미련을 갖는 행동을 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좀 이상하죠. 그래서 확인해 보기로 한 겁니다."
여기까지 말했을 때 종업원이 커피를 가져와서 그녀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말을 이었다.
"타살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 이유는 첫 번째로, 사체를 묶은 목도리의 매듭이 자살을 위해 스스로 묶은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끈에 졸릴 때 나타나는 교살흔적이 평행하게 나타난 점입니다. 이것은 일차적으로 타인이 뒤쪽에서 목도리를 이용해 졸랐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세 번째는 지갑에 현금이 8만원이나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자살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굳이 할머니에게 숙박요금 만원을 깎을 필요는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네 번째로는 자살 방법입니다. 물론 이선영씨는 가까운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자살 따위를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설혹 이선영씨가 자살을 결심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평소 성격상 영업하는 민박집 주인을 곤란하게 만들고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은 이런 방법보다는 '투신' 같은 좀 더 확실한 방법을 택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저렇게 낮은 곳에 목을 매고도 죽을 수는 있어요?"
우리는 거의 동시에 물었다.
"응. 죽을 수 있어. 키보다 낮은 곳에 목을 매는 경우는 자신의 체중을 이용해서 거의 앉거나 누운 듯한 상태로 사망하게 되는데 꽤 많이 볼 수 있는 자살의 형태 중 하나야."
그녀석은 우리가 오랜 시간 고민했던 내용에 간단히 대답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다음으로, 타살이라면 누가 어떤 이유로 죽였는가 하는 점이 문제인데, 사실 어제 저녁까지는 도무지 답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텔에 앉아 밤새 처음부터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우선 알 수 있었던 점은, 계획적인 살인일 확률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여행 자체가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고, 버스표도 미리 예매하거나 하지 않고 터미널에 나와서 바로 끊었으니까요. 게다가 혼자서 여행했다는 것은 우리의 여정 중에 확인이 된 사실입니다. 그리고 평소 생활태도나 성격 면에서 볼 때 살해당할 정도의 원한관계가 있다고는 생각하기가 어렵고 또, 아직 젊은 나이고 좁은 사회생활 범위로 볼 때 이익관계에 얽힐 일도 없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여행지에서 어떤 우발적인 사건에 연루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즉, 생존이 확인된 오후 6시에서 방에 불이 켜진 8시 사이에 어떤 문제에 휘말려 들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겁니다. 그리고 이유가 어떻든 이선영씨는 민박집이나 혹은 가까운 장소에서 살해되었을 겁니다. 굳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해하고 방까지 옮기는 수고와 위험을 무릅쓸 범인은 흔히 않으니까요. 최소한 숙소 주변까지는 자력으로 돌아 왔을 겁니다. 그리고 도중에 이선영씨는 한번쯤은 편의점에 들렀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분명 필요한게 한 두가지쯤은 있었을 테니까 말입니다."
"이 지점에서 생각이 멈췄는데 저녁 때 바다에서 본 광경이 떠오르더군요. 사람들이 플래쉬를 터트리며 사진을 찍던 모습 말입니다. 그 순간 이선영씨의 유류품에 휴대폰이 없었다는 사실이 생각나더군요. 그러자 한 가지 가설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저녁 6시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난 이선영씨가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조용하고 아름다운 경포호 주변을 산책하다가 '문득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는데 불행하게도 그 사진 속에 찍히지 말았어야 할 장면이 포착되었거나, 혹은 봐서는 안 되는 장면을 목격한 것은 아닐까'라고 말입니다. 그 중에 '직접목격'을 했다면 아마도 현장 주변에서 즉시 변을 당했을 테고 굳이 숙소에서 자살한 것으로 위장을 할 여유는 없었겠죠. 그래서, 사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범인은 범행현장이 찍힌 사진을 되찾으려 미행을 하고 결국 살해를 했을 겁니다."
"제 가설이 맞는다면 아마도 카메라폰에 찍힌 차량 안에서 범죄행위가 벌어지고 있던 중이었을 겁니다. 강간이나 살인 같은. 범인은 아마도 휴대폰에서 나는 빛을 보고 카메라에 범죄장면이 촬영되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당황한 범인은 이선영씨를 뒤쫒았고, 이선영씨가 혼자 여행 온 사실을 알고 숙소에 다다르자 목도리로 뒤에서 목을 졸라 살해했을 겁니다. 불의의 습격작에게 목을 졸린 이선영씨는 불행히도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겠죠. 그리고 카메라를 찾기 위해 주머니를 뒤지다 방 열쇠를 발견한 범인은 순간적으로 생각했을 겁니다. '겨울바다에 혼자 여행 온 젊은 여자가 자살했다'고 위장을 하기로 말입니다. 계획을 세운 범인은 즉시 방으로 들어가 그럴 듯하게 현장을 꾸며 놓았겠죠. 하지만 돌발적인 범행으로 침착성을 잃은 범인은 목표했던 카메라를 찾지 못하고 서둘러 도망을 가야 했습니다. 아마도 2시에 보정된 사진을 확인해 보면 확실히 알 수 있겠죠. 이상이 저의 분석입니다."
"하지만 방안에서 지문 같은 증거는 나오지 않았잖아요."
그녀석의 추리는 훌륭했지만 나는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문 같은 건 얼마든지 지울 수 있고, 선입견을 가진 경찰이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지. 그리고 확실한 과학적 증거라는 것은 때론 가장 불확실한 증거일 수도 있어."
과학적 증거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의 대한 위험성을 지적했지만 그녀석의 분석은 언제나 합리적이었다.
그녀석의 대단함에 새삼 속으로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는데, 맞은 편의 박혜경도 처음 그녀석의 추리를 들었을 때의 나와 마찬가지로 얼이 빠진 얼굴이었다.
정신을 먼저 수습한 내가 식은 커피를 마시는 그녀석에게 또다시 질문을 했다.
"한선배. 그러면 김기범씨가 했을 확률은 전혀 없나요?"
"그렇지. 우선 김기범은 여행 계획을 몰랐을 것이고, 주체성이 강했던 이선영의 평소 성격으로 보아 마음을 정리하기 위한 여행을 와서 새삼스레 김기범에게 전화를 건다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니 김기범은 갑작스런 이선영의 여행을 알 도리가 없지. 이런 일을 미리 알려면 거의 스토커 수준의 감시가 필요한데 만약 김기범이 그 정도의 행동을 평소에 했었다면 친한 친구인 박혜경씨가 알고 있었을 거야. 그러니 김기범은 아니라고 보는 편이 타당하지."  
시원한 그녀석의 답변에 박혜경의 멍한 얼굴은 1시간이 지나도록 그대로였는데, 충격에서 벗어나자 지금까지는 볼 수 없던 밝은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우리는 두근대는 마음으로 어서 2시가 되기만을 기다렸고, 얘기를 다 마친 그녀석은 테이블 밑으로 다리를 뻗고 반쯤 누운 자세로 소파에 기대 잠에 빠졌다.
2시가 되자 우리는 PC방에서 메일을 확인하고 사진을 프린트 할 수 있었다. 영상처리를 거친 사진 속의 승용차 안에는 흐릿하긴 하지만 벌거벗은 듯한 사람과 그 사람의 목을 조르는 듯한 또 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차량의 번호판 만은 확실히 알아 볼 수 있도록 처리되어 있었다.

우리는 즉시 택시를 타고 강릉경찰서로 이동했다.
휴게실에 있던 장형사를 만나 간단한 설명과 함께 의견서와 프린트한 사진을 넘겨주고 빨리 차량을 수배해 줄 것을 부탁했다. 설명을 들은 장형사는 너무 놀랐는지 설명이 끝난 후에도 2분여 동안 눈만 껌벅이고 앉아 있었는데, 신경질이 섞인 박혜경의 채근에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잠시 뒤 반장과 함께 휴게실로 돌아온 장형사는 즉시 차량을 수배했으니,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오후 중에는 소재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전하고, 확인이 되면 즉시 연락해 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확실히 하기 위해 기다려 보기로 했지만, 가만히 있기가 지루해진 내가 대포항에서 한턱 내겠다며 호기를 부려 속초로 옮기기로 했다.

시원한 바다를 내려다 보며 막 잡은 싱싱한 회를 안주로 해서 오랜만에 소주를 마셨다. 수배결과가 궁금하긴 했지만 어느정도는 홀가분한 기분에 우리는 꽤 여러 번 잔을 부딪혔는데, 그녀석은 원래 술을 많이 못 마신다며 두 세 번만에 잔을 한쪽으로 치워버렸다.    
시계가 6시를 가리킬 무렵 기다리던 전화가 왔다.
수배한 차량을 찾았는데 트렁크에서 나체상태의 여자 시체를 발견했고, 차량 소유주인 젊은 남자는 집에서 잡혔다는 소식이었다. 헤어지자는 애인의 말에 격분해 강제로 차에 태우고 가 강간한 뒤 목 졸라 살해했는데 범행 순간 밖에서 빛이 번쩍이기에 두려운 마음에 뒤를 쫓아 살해했다는 것이다.
범행 다음 날 다시 가보니 자살로 처리된 것 같아 안심하고 있었는데 결국 잡히게 되었다며 후회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도 했다. 범인이 진술한 살해 과정은 그녀석이 말한 그대로였다.
이어 장형사는 진심으로 고맙고 또 창피하다며 유족과 박혜경에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박혜경은 비로소 확인된 친구의 억울한 죽음에 한참동안이나 한탄의 눈물을 흘렸고, 친구의 명예를 회복시켜준 우리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했다. 과분한 인사에 나는 별로 한일이 없다며 손을 저었고, 그녀석은 그저 졸립기만 한지 퉁명스럽게 한마디를 했을 뿐 별 반응은 없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일입니다. 생각만 한다면."

두 건의 사건을 한번에 해결하고 돌아온 뒤 나는 고발기사를 썼다.
'죽은 자의 인권은 살아있는 사람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며, 경찰의 허술한 조사와 선입견에 가득 찬 잘못된 판단으로 열심히 살았던 한 여성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었으나 뛰어난 젊은 범죄분석가에 의해 진상이 밝혀졌다'는 내용이었다.      
          -끝-
  • 유항석 2004.02.24 21:58
    잘된 단편이네요. 전문작가길로 나가시는게 어떨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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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번역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11. 베이지 않는 말 hansang 2023.05.24 100
213 번역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10. 밥을 먹는 쥐 hansang 2023.05.15 95
212 번역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9. 역립(逆立) 인형 hansang 2023.05.08 98
211 번역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8. 만화경 hansang 2023.04.30 100
210 번역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7. 곰 인형 hansang 2023.04.24 95
209 창작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6. 비스크 인형 hansang 2023.04.17 85
208 번역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5. 오뚜기 hansang 2023.04.09 96
207 창작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4. 도넛 시계 hansang 2023.04.01 119
206 번역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3) hansang 2023.03.26 100
205 번역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2) hansang 2023.03.19 148
204 번역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1) 1 hansang 2023.03.12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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