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351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당신의 직업은? -

그는 들떠 있었다. 목이 마른 듯 연거푸 물을 들이켰다. 그는 30세쯤이나 되었을까? 수더분한 외모에 튀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누구나 입는 듯한 옷차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생김새. 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중이다. 물론 끝이 있는 이야기리라.

"그래 그래서? 어떻게 하곤 하나?"

"당신처럼 제 말을 잘 들어주는 이는 처음이군요."

사내는 수줍은 듯이 웃었다.

"관찰이란 즐거운 것이지요. 물론, 추리소설 몇 권 쯤은 읽어보셨겠죠?"

"뭐..몇 권 정도는.."

"어디라도 좋습니다. 당장 번잡한 거리에 신문을 들고 나가보세요. 그리고 목 좋은 곳에 신문을 펼쳐들고 앉는 거지요. 그리고 사람들을 관찰해보세요. 걸음걸이, 옷차림, 시선, 표정 그리고 그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를. 볼테르가 그랬다죠? 자연은 말하고 있다고, 마찬가지로 우리가 보는 사물은 말하고 있죠. 어느 형태로든 자기가 묻혀온 냄새를 풍기고 있어요. 또, 냄새가 나지 않더라도, 최소한 묻어있곤 하죠. 전 그러한 것들을 하나의 실로 본답니다. 그 실을 당겨버리면 천천히 풀어지기 마련이죠. 그냥 당겨버리면 되요. 그걸로 끝이랍니다."

사내는 과장스럽게 실을 당기는 몸짓을 하고는 멋적은 듯이 날 바라보았다. 아마 뭔가를 물어보길 바라겠지..

"그 실오라기를 찾는 건 자네의 재능인가?"

"재능이요? 하하"

  "단순히 재능만은 아니죠. 재능과는 조금 다른 측면의 이야기랍니다. 정말 조금 다르죠. 훈련을 해야해요. 음 훈련이라고 하기가..수련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연습을 조금쯤은 해야죠. 뭐 모든 것이 다 그렇듯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종합입니다. 그래요. 종합이죠. 실오라기를 하나씩 모아야 합니다. 그래야 완전한 형태가 나오죠. 이를테면.."

  "그래, 자네가 어제 본 건 무언가. 아, 미안하네. 계속 하게나"

  "어? 미안해요. 말씀하세요."

  "아 괜찮네."

  난 사람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네, 고마와요. 예를들어 당신의 직업을 알아볼까요?"

  "하하하 무슨 소리야. 내가 하는 일이야말로 잘 알고 있지 않나."

  "당신 전직을 말하는 거에요. 처음부터 이 일을 하지는 않았을테니. 사실 말이 그렇지. 당신 일은 매우 특이한 일이잖아요. 어디 흔한 일인가요?"

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이 자가 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라기 보다는, 일단 할 일이 있으니까.

  "아 알겠네. 그런데, 자네가 어제 본 것이 도대체 뭐지? 뭘 이야기 하고 싶다는 건가."

  "아 네. 그 이야기를 깜빡 했네요. 미안해요. 전 어제 새벽 두 시쯤에 잠이 깼죠. 일어나보니, 보일러가 꺼져있더군요. 아마 추워서 깼나보죠.문득, 담배 한 대가 피고 싶어서 베란다에 나갔습니다. 조용한 밤이었죠. 거리엔 사람하나 없더군요. 가로등만 외롭게 빛나더라구요.근데, 한 남자가 보였어요. 담배를 피고 있더군요. 그리고 시계를 보더니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매우 급한 듯이 걷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그 일정한 보폭으로 보아 뭔가 당황하고 있거나, 쫓기는 것 같지는 않았구요. 그런데 갑자기 어느 집 문 앞에 멈췄습니다. 이상도 하죠? 그렇게 빨리 걷던 사람이 갑자기 속도도 줄이지 않고 멈춰버리다니. 그렇게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다구요? 아 네.  물론이죠. 하지만 무언가 급해 보였지만, 매우 계획적인 몸놀림이었다구요. 그래.   정말 계획적으로 보였어. 그가 문을 열고 있었습니다. 열쇠를 사용해서 문을 여는 것보다 조금 오래 걸리더군요. 그리고 그의 손에 장갑과 조심스럽게 문을 여는 태도로 보아 전 강도나 도둑이라고 생각했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그가 들어간 이후에 집에 불이 켜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는 약 30분 쯤 후에 나왔습니다. 그게 제가  본 것 전부죠..뭐."

"그 이후에 아침 뉴스를 보고 두 사건을 연결시켰다는 건가?"

"그렇죠. 주소도 그 집이 맞았으니."

"하지만, 그 남자의 신원을 밝힐만한 확실한 무엇을 본 것은 아니잖나? 별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군. 내 참. 이거 시간만 낭비했군."

나는 그를 자극해보기로 했다. 이래서는 내가 움직일 필요도 없다.

"물론 당신 말이 맞아요. 제 말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죠. 하지만, 전 그 사람의 많은 걸 안다고요. 충분히 당신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텐데요?"

남자는 약간 분한 듯이 말했다.

"도대체 무얼 알고 있다는 건가. 단지 45분 정도밖에 보지 못했지 않은가."

"일단 바라보았으니, 성별과 키를 알 수 있겠죠. 그렇죠?"

"그거야 뭐 당연한 일이지."

"그가 그 집에 들어가면서 남긴 발자국을 제가 본떠놓았으니 발 크기도 알죠."

"언제? 그런일을?"

"그가 떠난 후에 그 집 앞을 가보았죠. 전 호기심이 생기면 어쩔 수 없거든요. 후후"

"음 그랬었군."

난 내가 잘 끼어들었다고 생각했다. 이 자는 참 많은 것을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난 호기심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래 발 크기는 얼마나 되던가."

"265mm."

"음 그리고?"

"그는 또 왼손잡이라고 생각해요. 이건 좀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그가 했던 동작들 중에 약 80%는 왼손을 사용했어요. 아..자세히 보면 금방 알 수 있을텐데."

"오호..또 없어?"

"음 그가 그 집에 들어가기 전에 버렸던 담배꽁초를 주어놓았죠. 이 담배에는 물론 타액이 있겠죠? 많은 도움이 될거에요. 필터를 깨문 것으로 보아 침도 많이 묻었을 거에요."

"음 그거 참 중요한 증거로군. 하지만, 뭔가 모자라. 뭔가 결정적인 증거 없어?"

나는 솔직히 말하면 긴장하고 있었다. 결정적인 증거 하나에 문제는 달라지는 것이다. 정말 크게 달라진다.

그는 씩 웃었다.

"음 있어요."

"그게 뭔가?"

나도 모르게 몸이 앞으로 쏠렸다.

"이걸 보세요."

그건 가로 세로 2cm의 작은 비닐조각이었다. 나는 그걸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웃음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그건 지문을 본 뜬 것이었다. 그것도 꽤 선명했다.

"음 놀라운 걸? 장갑을 끼고 있었다고 하지 않았나?"

"네 물론이죠. 이 날씨에 장갑을 낀다면 우스운 일이겠죠?"

"그런데 어떻게? 그걸?"

"그가 집을 떠난 후에 바로 그가 버린 담배를 집어들고 난 그의 뒤를 따라나섰죠. 꽤 오래 걷더군요. 무려 25분 이상을 따라갔습니다. 그는 장갑과 모자를 벗고, 편의  점에서 음료수를 하나 사더군요. 그리고는 택시를 잡아타고는 사라졌답니다. 물론 필요하시다면 택시 번호와 편의점도 알려드리죠. 그 시간에 아르바이트 한 사람까지 소개해 드릴까요? 그럼 대략 범인 얼굴은 알 수 있겠죠?"

"위험한 짓을 했구만, 그런데? 어디서 지문을?"

"물론 그가 쓰레기통에 버린 음료수 캔이죠. 하하하. 바보같은 놈이죠. 내가 뒤 따르는 것도 모르다니."

나는 나 나름대로 생각에 빠졌다. 정말 대단한 작자군. 영리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미행을 잘하는군. 그 조용한 새벽에 어떻게 뒤를 밟았을까.  딴에는 프로라고 자부하는 사람일텐데. 이 놈 거짓말 하는 건 아닐까? 어떻게 할까. 일을 시작할까? 내가 생각에 빠져있자 그는 대화에서 벗어나서 나의 사무실을 관찰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여기저기 둘러보던 그가 문득 말했다.

"일반 사무실하고 많이 다르군요. 여기는 이 벽은 아무래도 방음벽 같은데요? 방화벽이기도 하네요?"

"이런 사무실은 좀 달라야지. 비밀스러운 곳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당신은 왼손을 거의 쓰지 않는군요. 다치셨나요?"

이 뜻밖의 질문에 난 상당히 당황했다. 사실 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주머니 안의 물건에 서서히 신경을 집중시켜 갈 무렵이었으니까. 난 왼손을 주머니에서 빼서 앞뒤로 흔들고 애써 미소 지었다.

"아닌데? 왜?"

사내는 멍해 있었다. 내가 주머니에서 손을 빼는 순간에 주머니가 안에 든 물건으로 인해 축 쳐지는 순간을 정확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계속 중얼대기 시작했다.

"당신 펜이 오른쪽 주머니에 있군요. 그리고 손수건도. 책상위의 펜통은 왼쪽에 스탠드는 오른쪽에 있군요. 당신 왼손잡이죠? 거기다가 발크기는..또..."

"정말 당신이 말한 것도 모두 사실이군. 능력도 분명히 있고. 이제 내 전직을 알 수 있겠나?"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곧 쓰러졌다. 꽤 좋은 방음벽이다.

"일을 끝낸 후 습관 따위는 이제 버려야 겠군. 내가 미행한 걸 눈치 채지 못했다고 생각하나? 사실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뿐이지. 자네가 이정도의 인간이라는 소문을 조금만 빨리 들었다면 우린 더 빨리 만날 수 있었을 텐데."

나는 물론 사립탐정이다. 단지 부업으로 청부업을 조금 할 뿐이다. 내가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은 거의 없다. 내가 저지른 사건 말고는..

                                                     THE END...
  • 귀염이 2004.04.22 23:33
    전형적인 추리방법이 나오는군요. 결말이 좋았다는... 재미있었습니다.
?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사항 이곳은 '연재 및 번역'입니다. decca 2014.11.21 2252
공지 공지사항 이곳은 '연재 및 번역'입니다. decca 2003.03.16 8508
223 번역 메르카토르 악인 사냥 (6,7) - 마야 유타카 모르그 2024.08.01 295
222 번역 메르카토르 악인 사냥 (5) - 마야 유타카 모르그 2023.11.15 371
221 번역 메르카토르 악인 사냥 (3,4) - 마야 유타카 로오 2023.09.28 157
220 번역 메르카토르 악인 사냥 (2) - 마야 유타카 모르그 2023.09.21 138
219 번역 메르카토르 악인 사냥 (1) - 마야 유타카 모르그 2023.09.19 468
218 번역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15. 즌부리코 hansang 2023.07.09 386
217 번역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14. 잠자는 인형 hansang 2023.07.03 103
216 번역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13. 나사 저택 hansang 2023.06.18 101
215 번역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12. 카라쿠리 미로 hansang 2023.06.08 114
214 번역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11. 베이지 않는 말 hansang 2023.05.24 96
213 번역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10. 밥을 먹는 쥐 hansang 2023.05.15 95
212 번역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9. 역립(逆立) 인형 hansang 2023.05.08 98
211 번역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8. 만화경 hansang 2023.04.30 100
210 번역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7. 곰 인형 hansang 2023.04.24 95
209 창작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6. 비스크 인형 hansang 2023.04.17 85
208 번역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5. 오뚜기 hansang 2023.04.09 96
207 창작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4. 도넛 시계 hansang 2023.04.01 119
206 번역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3) hansang 2023.03.26 100
205 번역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2) hansang 2023.03.19 148
204 번역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1) 1 hansang 2023.03.12 34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2 Next
/ 12

copyright 1999 - now howmystery.com all right reseved. deccaa@gmail.com / haanakiri@gmail.com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