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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발간
2004.12.18 07:02

품평 빅슬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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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은 상처받은 마음보다 무겁다.

무엇을 기다리는지 알지 못했지만, 무언가 기다려야 한다는 느낌이 왔다. 또 시간이 느릿느릿 행진하는 군대처럼 흘러갔다.

이런 밤에 택시를 기다리다가는 턱 밑에 수염이 새카맣게 자랄 것이다.

..............................................................

이 책의 감상을 쓰는 것은 바람부는 날 담배불 붙이는 것처럼 쉽지 않았다. 특히 이곳에서는.

그렇기때문에 이 책은 한포기 선인장처럼 선뜻 그 쪽으로 손이 가지 않았다. 오랫동안.

그러나 이제 용기를 내어 책을 펴고 읽었지만 한동안 눈앞에 오락가락하는 험프리 보가트의 얼굴땜시 스턴우드가의 음험한 두 자매가 번갈아 말로를 유혹하는 장면이 나오기까지 ............
그렇게 추를 단 듯 한동안 넘어가지 않는 책장의 무게를 견뎌야만 했다.

그저........ 험프리 보가트는 참으로 아니었기 때문에..................
그 흑백영화가 얼마나 훌륭한 영화인지는 몰라도,  나는 그거보다 Big Sleep(?)으로  빠져버렸기 때문에...........(그렇다고 정말로 돌아가실정도로 재미없던 건 아니고 자다가 보다가 자다가 보다가 했다..흑흑.........)


그래도 어쨋든!!!!!!!!!!!!!
그 잔인하고 정신나간 두 자매가 그렇게 말로에게 걷어차인 다음부터는 정신을 차리고 읽기 시작했어요. 필립말로는 제가 좋아하는 그 멋진 류아처같은 사람이더군요. 느와르...하드보일드...어쩌고 해도 제게 비친 그는 '매우 이성적인 사람' 이었어요.
마치 한낮의 햇살속에 먼지를 세듯 인생을 그렇게 관조하는 사람.........
그렇게 더럽고 위험하고 추잡한 헐리우드의 한복판에서 균형을 잡으며 사는 사람..............
책 속의 한구절에 따르면 '젊음과 군인의 눈(러스티 리건의 눈빛을 말하는..)을 가진 사람' 이었어요.  

그가 묘사하는 캘리포니아의 뒷골목은 참으로 생생하게 생선 비린내스러운데, 그럴수록 그속에 숨어있는 인간의 순수함이 더욱 빛납니다. 예를 들면, 말로가 의뢰인인 스턴우드 장군에게 연연해하는 마음, 스턴우드 장군이 실종된 러스티 리건을 그리워하는 마음, 그리고 말로가 만나보지도 못한 러스티 리건에 대해 연민과 일종의 동질감을 느끼는 부분 등..................

아니면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를 보호해주려고 거짓말을 하고 청산가리 삼킨 사람이나..........그가 죽은 것에 충격을 받은 말로가 빗물을 삼키는 장면이나..........



그리고 ................
나는 지금 필립 말로와 시답지 않은 '삶'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고자 한다.
.............................................................

말로:   나는 점심을 먹으러 나갈까 생각하다가 삶이 아주 지루하고 술을 한잔하더라도 여전히 지루할 것이고 하루 중 어떤 때라도 혼자 술을 마시는 일은 어쨋거나 재미가 없겠거니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kyrie:   이봐요. 무얼해도 지루한 건 당신이 혼자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러니 살아서도 혼자,  죽어서는 더더욱 혼자.......그러니 당신이 그렇게 눈에 뵈는 게 없는거에요. 두려운 것이 없으니 참 좋겠어요.....훗훗


말로:   아하, 나는 아주 영리한 사람이오. 감정도 없고 양심의 가책도 없지. 오로지 아쉬운 것은 돈뿐이라고. 얼마나 돈에 대해 탐욕스러운지 하루 이십오불과 주로 기름값하고 위스키값에 들어가는  활동비 조금에 그걸로 뭘 하나 생각한다니까. 그 돈에 내가 인생을 걸고 경찰들이나 에디 마스와 그 부하들한테 미움 사는 일도 감내하며 총탄에 돌진하고 곤봉에 머리를 얻어맞고 당신같은 사람에게도 고맙다고 하는거요................


kyrie:   돈? 합리적이군요. 합리적인 가면이네요. 하지만 당신이 정말 받은만큼 일했는지 의심스럽네요. 그들은 모두 당신에게 일을 시키면서 제발 받은만큼만 일해주기를 바라고 또 바랬을거예요. 사실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탐정을 부르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겠어요? 또 정말로는 뭘 바라겠느냐구요? 그 쓰레기들에게서 당신은  돈이란 합리성을 내세워 그들의 불의를 강탈(?) 하는 '강도' 예요! 강도!!!!!!


말로: 일단 죽으면 어디 묻혀 있는지가 중요할까? ..................죽어버린 방식이나 쓰러진 곳의 비천함에는 신경쓰지 않고 당신은 깊은 잠에 들게 되는 것뿐이다. 나도, 이제는 그러한 비천함의 일부가 되었다...........


kyrie: 그래요. 언젠가 우린 모두다 깊은 잠에 빠져들겠죠. 그래도 난 그때까지 살아가는 방식이나 내가 숨쉬는 곳의 행복에 신경쓸 거예요. 그리고 다른 사람의 기억속에서 영원히 살거예요............
내가 필립 말로 당신을 기억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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