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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발간
2004.08.20 02:29

[감상] 하이 윈도 - 레이몬드 챈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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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줄거리 및 감상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립탐정 필립 말로우는 머독부인이라는 괴상한 노부인에게서 집나간 며느리가 훔쳐간 머독 집안의 보물 - 브랴셔 더블린 금화- 을 되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금화를 장물로 여겨 연락한 화폐상 모닝스타를 조사하던 중, 얼빠진 초보 탐정 필립스의 협조 제의를 받고 아파트로 찾아가자 필립스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필립스의 시체를 발견할 때의 정황으로 경찰에게도 심문 받는 등 궁지에 몰리는 말로우는 모닝스타의 시체까지 발견하게 되고 머독부인에게서는 사건의 종결을 요청받는다. 하지만 머독 부인의 며느리 린다와 친분이 있던 갱 두목의 부인때문에 갱 두목에게서 조사를 요청 받은 부인의 정부 바니에르와 사건의 연관성을 깨닫고, 우연히 방문한 머독 부인의 비서 멀 데이비스 때문에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다....

간만에 읽은 챈들러의 하드보일드 소설입니다. "안녕 내사랑" 이후에는 읽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얼마전에 번역 출간된 북하우스의 시리즈로 접하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일종의 전형적이라 할 수 있는 공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복잡한 복선을 깔고 있는 의뢰와 의뢰받은 사건을 조사하던 중 점점 커지게 되는 사건, 그리고 의외의 등장인물들이 얽혀서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는 점이 그렇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하드보일드가 이러한 공식을 따르고 있어 진부하거나 식상할 수 있지만 오리지널리티가 숨쉬는 거장 레이몬드 챈들러의 작품이니 만큼 범작 이상의 재미와 흥분을 가져다 주고 있습니다.

중간중간 우연으로 이루어지는 사건 전개, 특히 바니에르의 친구 치기공사 티거와 "브랴셔 더블린"을 연결시키는 핵심적인 트릭은 약간 억지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역할 분담 및 전개가 무난하며, 챈들러 특유의 문체가 잘 살아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의외로 말로우 답지 않은 의외의 기사도 정신이 등장하는 후반부라던가, 팜므파탈이 별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 점 등은 다른 작품과 구별되네요. 오히려 머독 부인이라는 노부인이 챈들러의 다른 작품들의 팜므파탈적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 독특합니다.

하지만 권선징악이랄까... 악인이 어떤식으로든 처벌받는 그간의 하드보일드 공식과는 다르게 조금 흐지부지 끝나는 결말은 아쉽습니다. 말로우의 표현대로 그 싸이코 할망구에게 "양손에 야구 방망이 두개씩 든 양키스 팀의 외야수" 정도는 끌고가서 맛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 개인적으로는 외야수만으로는 부족할 정도입니다. 그래봤자 3명인데, 최소한 구단 전체 선수는 동원해야...)

흥미진진하고 몰입하여 재미있게는 읽었지만 챈들러 작품 중에서는 범작축에 끼는 작품인 듯 합니다. 유별나게 재미있거나 특기할 만한 점은 없거든요. 다만 그다지 사람이 많이 죽지는 않고 사건의 전개도 깔끔하며 나름대로 여성에 대한 미덕(?) 이 살아있는 편이니 여성분들의 입문서로 최적의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뒷부분 해설을 보니 흑백시절 2편이나 영화가 제작되었더군요. "빅 슬립"은 영화로 보았는데 이 영화들도 한번쯤은 보고 싶어 집니다.

PS : 번역은 무난하지만 북커버와 제목은 조금 불만이네요. "하이 윈도"라.....
  • 모리타 2004.08.22 17:21
    주변의 모든 미인들이 옷을 홀딱벗고 유혹해도 꿈쩍도 않고 임무완수에만 몰두하는 필립말로우. 냉철한 이미지가 너무 멋있었는데. 이작품에서는 과연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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