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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발간
2004.02.07 07:32

품평 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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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겨울입니다. 오늘은 바람이 그다지 세지 않아도 뼛속까지 파고드는 제대로 된 추위입니다. 그리고............마음은 이미 저기 지구 반대편 '스밀라'에게 닿아 있습니다. 페터 회 작품이구요..............

'스밀라'는 가짜 그린란드인입니다. 이누이트(그린란드 원주민)족 여자와 툴레공군기지의 덴마크인 의사의 딸입니다. 그녀는 눈과 추위와 얼음을 사랑합니다. 매일 항구에 나가 바다가 얼기를 기다립니다.

[.........................이어 기온은 떨어지기 시작한다. 어떤 시점에서 바다의 수면온도가 영하 1.8도에 이르면 첫 빙정이 형성되어 바다를 일시적인 막으로 덮는다. 이 막은 바람과 파도에 부서져 프래질 얼음이 된다. 이것이 서로 뒤엉켜 비누 같은 곤죽이 되는데, 이 곤죽을 그리스 얼음이라고 한다. 이어 자유롭게 둥둥 떠다니는 조각들, 즉 팬케이크 얼음이 서서히 형성되는데, 이것은 어느 추운날 정오에, 어느 일요일에, 하나의 단단한 판으로 얼어버린다.
그리고 더 추워진다. 나는 행복하다. 이제 결빙이 힘을 얻어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제 얼음은 떠나지 않을 것이다..........................]


어머니의 빈 카약이 발견되고 덴마크로 보내진 그녀는 도시라는 문명에 발을 담그면서도 마음은 그린란드를 떠나지 못합니다. 그녀가 머물러야 할 곳은 도대체 어디일까요? 혼란스러운 그녀의 정체성은 항구의 떠다니는 얼음판 위를 뛰어다니는 그녀의 모습에서도 보입니다.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사랑보다 눈과 얼음을 더 높게 친다. 같은 인간에게 애정을 가지는 것보다 수학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내게는 훨씬 편하다. 하지만 나는 삶에서 항상적인 어떤 것에 닻을 내리고 있다. 그것을 방향감각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나는 밑바닥의 기초 위에 서있으며,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 내가 내 인생을 별로 잘 정리해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절대공간을 꽉 붙들고 있다.-------한 번에 적어도 한 손가락으로는................................]


그녀의 아파트 아래층엔 강제로 그린란드에서 이주된 알콜중독의 이누이트여자와 귀가 먼 어린 소년 '이자이아'가 있습니다. 이자이아는 도시에 와 처음 배운 자전거를 타고 그린란드를 향해 첫 가출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스밀라와 이자이아는함께 '유클리드 기하학' 속에서  그린란드를 읽습니다.
...........어느날 이자이아는 아파트옥상 눈밭위에 곧게 뻗어 도움닫기한 발자국만을 남기고 추락사합니다. 스밀라는 그녀만의 '눈에 대한 감각'으로 살인임을 알게 됩니다.


["눈에 자국이 있었어요."
"그것은 가속 흔적이었어요. 눈이나 얼음에서 뛰어오를 때는 발목관절에 외전작용이 일어나죠. 마치 모래에서 맨발로 걸을 때처럼 말이에요."
"눈에서 노는 데 익숙해지면 그런 종류의 흔적은 남기지 않아요."

..............................눈을 읽는 것은 음악을 듣는 것과 같다. 자신이 눈에서 읽은 것을 묘사하는 것은 음악을 글로 설명하는 것과 같다...........................]


[나는 덴마크를 내 눈앞에 있는 얼음 덩어리처럼 생각한다. 덴마크라는 얼음 덩어리는 표류하고 있지만, 우리는 얼어서 그 얼음 안에 단단하게 붙박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고정된 위치를 가지고 있다. 이자이아의 죽음은 하나의 불규칙한 일이다. 균열을 일으키는 하나의 분출이다. 그 균열이 나를 자유롭게 했다....................얼음 위를 미끄러져 가는 낯선 몸뚱어리가 되었다...................]

북구의 (추리)소설은 차갑고 황량합니다. 마음이 따뜻하거나 외로움에 가슴 시린 사람들은 읽지 마십시오. 오로지 얼음같이 차갑고 세상을 소외시키며 북극성같이 오롯이 빛나는 방향타를 가슴에 품고 사는 저(!)같은 사람들에게 권해드립니다..........................................................................


* bgm - Secret Garden - Prayer
  • 케인즈 2004.02.07 08:49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근데 이 책 어디서 구하셨나요? 구하기 어렵던데...
  • decca 2004.02.07 18:28
    96년에서 98년까지 거의 제 인생 최고의 소설 중 하나였습니다.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kyrie 2004.05.10 06:30
    음악...내립니다...(그치만 읽으시는 분은 꼭 이 음악을 틀어놓고 읽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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