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디 머더(1972)>의 작가이다. 그의 비평이 좋았던 나로서는 그의 소설은 어떤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추협의 그랜드마스터상도 받았다는데 작품들이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까닭은 뭘까? 1967년 작품이니 시기가 애매한가?
범죄심리소설이라 하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루스 렌들 정도가 떠오른다.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악의만큼 무서운 것이 있을까? 우리 모두 멀쩡해 보이기만 하니까 말이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무섭다기보다는 불쌍하다. 평범한 아니 소심하고 유약한 주인공은 땅에 발을 딛고 살지 않은 죄로 파멸한다. 악의도 현실적인 사람이 휘두르는 것이지 몽상에 가까운 실행력으로는 자신을 포함한 세상을 망가뜨릴 뿐이다. 또한 그의 악의는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지 않는 게으름을 뜻했다. 그리고 그것을 이상하게도 피해자가 되는 와이프들만 빼고 다 눈치채는 것 같으니 이상할 노릇이다. 여튼 주인공이 어떻게 망가지는지 따라가보는 여정은 어이없고도 재미있다.
역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제목의 구현이다. 자신을 죽인다는 말이 자살을 의미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자신을 살해한다 또는 그것을 인정한다 는 뜻이다. 마지막에 그것을 파헤치는 경찰의 논리가 놀랍고 흥미롭다. 아...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물론 주인공의 실수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을 짜집기한 누더기 몽둥이로 뒤통수를 때리는 경찰이 멋졌다. 그리고 경찰만큼 중요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내 이웃의 악의를 본능적으로(?) 간파하는 사람들이다. 현실은 범죄자들과 그 새싹들에게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범죄수사는 cctv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정말 평범한 사람들처럼 각자의 마음 속 cctv 또한 꼭 필요하다. 알콜중독으로 보였던 의사나 무관심하게 보였던 먼 친척 아저씨나 대문 앞에 서 있던 이웃집 부부까지. 실제로 우리는 잘해내고 있고 그렇게 해서 하루하루를 무사히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잘하고 있어요, 힘 냅시다, 보통사람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