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의 살인>을 재미있게 보았어서 주저없이 골랐다. 뒷표지를 보니 1막과 2막으로 이야기가 나누어지는데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이 충격적이란다. 다 읽고 난 지금의 소감은....... 작가가 참 욕심이 많은 것 같다.
먼저 각각의 막에서 무수히 많은 형태의 추리가 시도된다. 등장인물들이 친절하게 유명한 추리소설들의 이름을 들먹이며 그와 같은 경우라고 설명한다. 심지어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가 겹쳐진다. 또 심지어 형사도 추리소설을 바탕으로 추리를 한다. 역시 위대한 크리스티 여사님......특히 1막 종반에 남겨진 두 사람이 서로 죄를 전가하려고 사건의 전말을 마구잡이로 추리하는 장면이 나온다. 두 사람은 서로 이게 맞지? 아니다 저게 맞지? 하며 논리(?)의 대결을 펼친다. 물론 독자는 서술 시점때문에 범인이 누군지 아는 상태다. 그러니까 범인이 하는 거짓 추리는 아무리 그럴싸해도 억지스럽고 피곤할 뿐이다.
둘째, 2막을 1막과 완전히 다른 구성으로 쓰려고 했다. 1막의 내용이 만만치 않게 헤비해서 그런 시도의 출발은 좋았다. <세상 끝의 살인>처럼 여성 콤비를 만들어서 1막과의 연결점까지 서서히 다가가는 부분은 분명 흥미롭다. 충격까지는 아니라도 분명 재미있다. 페이지도 막 넘어간다. 하지만 마무리를 짓기 위해 펼쳐지는 형사의 추리가 비약이 심하다. 아무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엄청난 상상력이다. 작가는 이렇게 쓰면 본격이 되고 이렇게 쓰면 사회파가 되는 거라고 연습을 해본 건지도.... 그냥 둘 중에 하나만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작가는 복수의 허망함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한때 복수를 권장하기까지 했던 일본의 역사가 남긴 슬픈 잔재의 이야기. 그렇게 정리해야겠다. 다만 정말로 피해자를 위하는 일은 피비린내나는 복수가 아니라 혼자 두지 않고 곁에 남아서 얘기를 들어주고 필요한 도움을 주는 따뜻한 마음이라는 것을 이렇게까지 피비린내나게 얘기했다는 것이 씁쓸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