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KEY OF GATE
1화 key
모험단, 지원군을 얻다
주인이 나오고 208호는 다시 닫힌다. 주인이 다시 다가와
“살인 사건이 났고 이 안에 살인자도 있다고 알렸습니다. 자신도 그런 분위기를 느껴서 나왔다고 합니다.”
“형이 맞는 거죠? 형도 게임을 포기 한 거죠!”
“이강씨는 게임을 포기했습니까?”
“저도 더 이상의 진행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합니다.”
대답이 없이 뭔가를 결심한 눈빛으로 주인은 자신의 룸으로 들어간다.
‘혹시?’
갑자기 그의 룸에 들어가는 것이 수상하게 여겨져서 그 문 앞에 이르렀을 때 문을 열고 안을 쳐다본다. 주인은 서재 쪽에서 나오더니 나와 눈이 마주치자 당황한다.
“왜 안을 들여다보고 계십니까?”
“갑자기 룸으로 들어가기에 의아해서요.”
“그냥 뭔가 잊은 게 있나 해서…….”
주인도 머쓱한 얼굴로 룸에서 나와 쉼터로 간다. 범인이라고 의심을 했었던 것이 영향을 끼친 것인지는 몰라도 그의 얼버무리는 태도에 신경이 쓰인다.
“저기 오빠도 불러야죠. 그리고 또 다른 한명도요.”
아연씨가 지적한 것에 주인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이렇게 살인 사건까지 난 이상 끝까지 게임 운운 하며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군요. 그럼 잠시 기다려 주세요. 제가 먼저 들어가서 얘기를 하고 같이 나오도록 하겠습니다.”
208호에 노크를 한다.
“접니다.”
노크와 주인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문이 열린다. 이제 보니 종업원들이 소리를 질러서 안쪽의 사람을 불러도 될 것을 사인을 만든 이유는 우리에게 어드밴티지를 준 셈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종업원을 포섭할 수도 없는 우리에겐 이 게임은 너무나 벅찬 승부인 것이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 먼저 가 계시겠습니까?”
그 말에 종업원들은 쉼터로 향한다. 내가 움직이지 않아서인지 아연씨와 아돌도 가려던 걸음을 멈춘다.
믿어야 할까? 여기에 그를 놔두고, 아니 그와 나머지 두 사람만을 남겨 둔 체 이 자리를 벗어나도 되는 건가. 저 중에 만약 살인자가 있다면?
주인이 살인자라서 형을 죽이려 한다면? 지금 주인에게 흉기는 없다. 어쩌면 방에 들어갔다 나온 것이 흉기를 숨겨서 갖고나오려고 한 것일지도 모른다. 알리바이로서는 혐의가 벗겨졌으니 그는 범인이 아니다. 그런데도 불안하다. 마마와 윌리의 문제는 별개로 볼 수도 있으니까 역시 그의 가능성도…….
아니다, 범인은 캐츠씨가 분명하잖아. 팽이가 증명하고 있잖아. 자작극이라고 했나?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
벌써 주인은 들어갔고 문은 닫혔다. 이미 때는 늦었다.
“주인은 아니에요.”
문득 뒤에서 들리는 아돌의 목소리에 공상에서 돌아온다.
“분명 수상하기는 해요. 하지만 범인은 따로 있잖아요.”
수상하지만 범인은 아니라고?
“캐츠누나가 범인. 알리바이가 정확하다는 전제로.”
“?”
알리바이가 정확하다는 전제?
“알리바이에 틀린 데가 있다는 이야기야?”
“모두의 증언이 참말이라고 확증 할 수 없죠. 믿고서 작성한 거긴 하지만요.”
“거짓말을 했다면 믿을 수 없다는 말이지?”
아연씨가 거든다. 알리바이 증언에 거짓말이 있다면 당연히 의심의 대상도 달라진다.
떠밀리듯이 모두와 쉼터로 오게 된다. 문 앞에서 스마일맨이
“왜 안 오나 해서 되돌아가려던 참인데.”
“누가 범인인지 모르니 주인도 떨어져 있는 게 불안해서요.”
“캐츠양이 범인이지 누가 범인입니까? 여기 모여 있어 봤자 소용없는 것 아닙니까. 캐츠는 이미 도망갔어요.”
“그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혹시 모르니 일단 들어갑시다.”
아직 낮이긴 하지만 내부가 조금 어두워서인지 불이 켜진 가운데 종업원들이 바닥에 앉아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실내에 들어서자 반원문제가 떠오른다. 여기는 그 문제 때문에 들락날락 했던 곳이다. 요전에 발견한 그게 생각난다.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아직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단서가 있던 구석으로 가서 장판을 들어올린다. 장판의 모서리부분 뒷면에 동그란 자석이 붙어있다. 이 부분을 분명 자석을 붙인 어떤 것으로 끌어올려 장판 뒷부분을 바닥에 넓게 포개어 이 뒷부분을 밟고 중심에까지 갈수 있었던 것이다.
주인이 책에서 봤다던 우리에게 종이에 그려 보이라 했던 문제와 같았다. 종이는 양면이 존재한다. 보이는 앞면에서만 기를 쓰며 방법을 찾고는 불가능이라고 치부하는 문제를 뒷면을 이용하면 쉽게 해결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고정관념을 깨는 발상을 해내는 것이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기해 버린다.
쉼터의 반원문제도 이 문제와 흡사하게 종이의 뒷면을 이용하듯이, 바닥자체를 뒤집을 수는 없기에 바닥에 깔린 장판의 뒷면을 이용해서 이를 해결한 것이다.
그러나 문에서 2미터 가량 떨어진 반원의 끝 지점에서 그 보다 훨씬 거리가 먼 이 구석에 있는 장판을 끌어당기려면 긴 도구가 필요하다. 팔로는 절대 닿을 수 없는 위치에 있고, 저기에 닿는 도구가 있더라도 끌어당기기도 쉽지가 않다.
그래서 주인은 장판 뒤에 자석을 붙여서 이 난점을 극복한 것이다. 자력을 이용하면 장판에서 조금 거리가 떨어져도 끌어당길 수가 있다.
그러면 이 자석을 끌어당기는 데 사용한 도구는 무엇일까?
“?”
장판을 들고서 맨바닥을 보고 있는데 벽과 바닥의 직각이 진 부분에 뭔가 딱 붙어서 튀어나온 가는 봉 같은 게 보인다.
‘뭐지?’
그 튀어나온 부분을 잡고 쑥 당기자 거기서 나온 물체는 낚싯대였다.
“뭐하세요?”
“웬 낚싯대에요?”
나를 보고 있었던지 뒤통수 뒤에서 둘의 목소리가 난다.
“이거야! 이걸 이용 한 거야.”
“그랬구나. 낚싯대로 했구나.”
“긴 도구라면 바로 연상했어야 했는데. 이 안에도 있었고.”
사실 쉼터 안에 들어오면서 낚싯대 통을 보는 순간 직감은 하고 있었다.
“이거 푸느라고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냈었는데 말이에요.”
“이렇게 주인이 사용한 방법을 알고 보니 너의 외다리 건너뛰기 같은 아이디어가 더 참신해. 낚싯대나 자석, 장판을 이용한 것은 너무 많은 도구를 이용하고 있잖아.”
“그렇긴 해요. 장판의 뒷면을 걸어 다녀서 발자국을 감춘 것은 인정하지만요.”
“그래. 이걸 이렇게 자석 가까이 갖다 대면…….”
그러나 낚싯대가 자석에 들러붙질 않는다.
“안 붙잖아? 어라?”
“이게 아닌가 봐요.”
“근데 왜 여기에 이게 숨겨져 있죠?”
여러 번 자석에 갖다 대도 두 물체는 붙지 않았다. 그럼 이 낚싯대는 뭐지?
낚싯대를 손안에서 돌리며 의아하게 살펴본다. 대의 손잡이와 가까운 쪽에 일부러 표시를 낸 듯 선이 그어져 있고, 끝부분에 가까운 쪽에도 같은 선이 그어져있다.
그리고 두 선을 잇는 긴 흔적이 몸통을 따라 길게 쭉 이어져있다. 이 흔적은 매끈한 낚싯대에 일부러 사포질을 해 놓은 것 같이 표면이 벗겨져 있다.
‘뭐 때문에 낚싯대에 이런 자국들을 만들 거지?’
반원문제의 트릭용 도구라고 여겼는데 자석에는 붙지도 않고 이상한 표시만 해 놓았다. 주인에게 물어볼 요량으로 갖고 와서 자리에 앉은 다음 엉덩이 뒤편에 놓았다.
내 양옆으로 아연씨와 아돌이 앉았다. 우리 반대편에는 종업원들이, 그 옆으로 스마일맨이 앉았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왜 안 오는 거야?”
“제가 가볼까요?”
내 대답을 구한 것은 아니었던 듯 남자 종업원이 바로 일어나서 쉼터를 나간다. 그 환자와 주인 간에 실랑이라도 있는 건 아닌가. 형은 나와 있는 건가.
나는 바닥에 앉으면서 다시금 생각한다.
정말로 25일의 11시 40분에서 12시 20분까지라면 그 누구라도 범인이 될 수가 없다. 모두 알리바이가 존재한다. 모두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사실?’
이 증언이 모두 참말인가? 만약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어떻게 되는 거지. 표를 꺼내서 확인하고 싶지만 이 분위기에서 이상하게 보일까 봐 머리로 떠올린다. 조금 전에 봤던 부분이니 무리는 없다. 나와 주인은 실제로 복도에서 마주친 것이 사실이니 이 증언은 진실이다.
스마일맨은 앞의 아연씨와 아돌을 따돌리고 정상에 먼저 가 있을 수 없으니 이 역시 아연씨와 아돌의 증언대로 라면 진실이다. 마마와 윌리는 이미 고인이니 재고의 여지가 없다. 다만 마마가 캐츠씨를 죽이고 자신도 죽은 것이라면? 마마는 나이도 있지만 산에 간 적이 없는 것으로 알기에 역시 마마는 제외다. 아연씨와 아돌의 증언은 그 둘이 서로 알리바이의 증인이므로 이 또한 진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거짓 증언이 가능한 사람을 뽑으라면……
이 둘밖에 없잖아. 아연씨와 아돌이 거짓으로 서로의 알리바이를 입증하고 있다면? 그 이야기는 둘이 공범이라는 소리다. 실제도 산 정상에서의 일은 둘의 얘기로만 전해들은 것이다. 증언에 거짓말이 가능한 사람은 이 두 명뿐인데.
아니다. 그 둘이 범인이라니 설득력이 없다. 그러니까 이 진술은 참말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범인은 역시나 캐츠씨이다. 하지만 이런 등식이 성립되는 것은 캐츠씨가 살아있다는 가정 속에서이고, 누군가에게 죽었다면 가능한 것은 아연씨와 아돌.
캐츠씨의 생사여부에 따라 가름이 된다는 것인데. 이 두 경우에 하나를 고르라면 내 입장에서는 캐츠씨를 범인으로 택할 수밖에 없다.
이 알리바이 증언에 다른 거짓말이 있다면 이것만 보고 찾아 낼 수는 있을까?
내 역량으로 더 이상의 파악은 어렵다. 누군가 범인을 밝혀 줬으면 좋겠다. 쉼터에 앉아 있는 다른 사람들은 살인자로 누구를 가장 의심하고 있을까. 종업원들은 가장 최근에 들어온 우리 세 사람을 의심할 여지가 가장 많다. 그렇게 따지면 주인과 스마일맨도 우리를 의심하겠지. 아연씨와 아돌은 누구를 범인으로 보고 있을까.
증언을 의심한다 치면 나와 주인도 해당한다. 둘이 복도에서 봤다는 말은 둘만의 증언이니까. 그런데 나와 주인을 공범으로 간주하기는 쉽지 않다. 아무 접점이 없어서.
‘접점?’
둘이 여기 말고도 만난 적이 있었다. 나와 도박을 할 때. 그때 나로부터 돈을 따간 것은 그 혼자였다. 그런데 아연씨와 아돌이 나와 주인의 이런 사실까지 기억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특별히 기억력이 뛰어나지 않은 이상 주인을 만났을 때 딱 한 번 꺼낸 말을, 그리고 자신과 별 상관이 없는 것을 기억하고 있으리라고 보지 않는다. 아돌도 자신이 직접 섭외한 대상이 아니기에 아연씨와 마찬가지로 그때 한번 들은 것 밖에 없다.
지금 이 시점에서 어느 부분에서 의심을 받고 있는 지를 한명씩 분석해 보자.
아연과 아돌은 서로 공범이라면 산에서의 일이 의심의 대상이지만 난 이들을 믿는다.
주인은 물건들이 없어졌다고 한 것이 그 타이밍 때문에 가장 수상하다. 하필 그 시점에 누군가 나타나서 마침 필요했던 물건들을 훔쳐갔다고 알려온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 그리고 왠지는 모르지만 캐츠씨는 이미 죽어있다고 믿는 구석이 있어 보이는 것도 수상쩍다.
캐츠씨는 행방불명이라는 자체가 걱정되는 부분이면서도 의심도 되는 상황이다. 그녀가 범인이라면 어떻게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범행을 저지르는 것인지가 의문이다. 스마일맨 말대로 그녀가 가져갔다는 팽이가 현장에 있던 것도 그녀가 살인범으로 의심되는 부분이다.
스마일맨은 마마가 타살일 경우라면 명백히 그자가 범인이다. 그런데 내가 범인의 입장이라면 그렇게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독을 이용했다면 굳이 마마의 곁에 없어도 살해가 가능하다.
형은 조금 전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계속 숨어 있었지만 혈육이고, 내가 아는 형인 이상 믿을 수밖에 없다.
가장 아리송한 것은 클라인펠터 증후군 환자다. 여기까지 오니까 정말 객실 안에서만 지내고 있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가장 수상하다면 수상한 인물이지만 정보가 거의 없는 사람이기에 너무나 불확실하다. 미지의 인물 그 자체다.
마지막으로 종업원들은 늘 주방에서 단독으로 있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세 명 전부가 공범이 아닌 이상 재고의 여지는 없는 것 같다. 만약 그들이 범인이라면 우리는 그들의 손바닥에서 완전히 놀아난 것이라 보면 된다.
“두 사람과의 이야기가 긴가 보네요.”
옆에서 아연씨가 퍼뜩 말을 걸어온다.
“이 상황에서 안 나오겠다고 고집부리면 말이 안 되죠. 아까 208호에서 나왔으니 한명은 틀림없이 올 겁니다. 아마도 형일걸요. 다만 그 환자는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우리가 알게 된 그런 콤플렉스 때문에 은둔성향이 굉장히 강해 보입니다.”
“범죄자도 아닌 장애를 가진 환자일 뿐인데 너무 폐쇄적인 것 같아요. 요즘 TV에서 나오는 방구석 폐인 만큼이요.”
“히키코모리.”
아돌이 은둔형 외톨이의 다른 용어를 알려준다.
‘!!!’
대화의 화제가 된 인물. 왜 이 사람을 고려치 않았지. 형도 마찬가지지만 내 형이 살인자일리는 없고, 이 사람도 용의자 중 한명이지 않은가. 이 자의 알리바이는 확인도 하지 않았잖아. 당연히 본인 객실에만 쳐 박혀 있다고 단정들하고 있지만 혼자만의 증언을 어떻게 믿으랴. 주인에게도 그렇게 말했겠지만 이것도 신빙성 없기는 마찬가지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소리친다.
“범인은 그 환자야!”
2
내 이런 느닷없는 돌발행동에 주위 사람들이 놀란다.
“너는 추리를 잘하는 것처럼 말하더니 왜 그자를 잊은 거야!”
아돌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그 자를 잡아야 돼, 이것 갖고 있어!”
아돌에게 낚싯대를 맡기고 내가 쉼터에서 뛰쳐나가자 아연씨와 그리고 남자 종업원도 따라온다.
208호의 문을 두드리며 외친다.
“주인 나와요! 그 환자가 범인일겁니다!”
문을 시끄럽게 두들기며 소리치자 문이 열린다. 주인이다.
“범인이라니 무슨 소리입니까?”
“그자가 범인일 가능성이 많아요. 어디 있습니까?”
“이제 곧 나올 겁니다. 저와 쉼터로 가있읍시다.”
“혼자 두면 안 됩니다. 위험해요!”
“당신 형과 함께 있으니 괜찮습니다.”
그 말은 형이 지금 이 208호 안에 있다는 소리다. 처음부터 여기에 있었던지 아니면 다른 룸에 있다가 주인이 데리고 온 것이지는 몰라도 말이다. 아마 그 가면이 형이라고 생각되어지기에 다른 룸에서부터 환자가 여기에 왔을 거라고 여겨진다.
“그럼 형이 위험하잖습니까?”
“그 사람은 절대 형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는 사람이니 안심하세요. 갑시다.”
주인이 나와 나를 따라왔던 두 사람을 떠밀며 쉼터로 이끈다.
‘절대 형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다고?’
어째서 이런 수수께끼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것이냐. 여전히 의문점은 많은데 그것도 모자란 것처럼 ‘눈덩이가 불어가듯 하다’는 식상한 표현 마냥 의문사항은 더해간다.
쉼터 안에 앉아 두 사람을 기다린다. 주인은 창문가에서 바깥을 보고 서 있다. 넓게 퍼져서 원을 그리며 앉아 있다. 우리 세 명은 북서쪽에, 종업원들은 남동쪽과 북동쪽에 스마일맨은 남서쪽에 있다. 내 옆으로 반시계방향으로 아연, 스마일맨, 여종업원 2명, 주인, 남종업원, 아돌 순으로 위치해 있다.
가까이 앉은 아연씨가 속삭인다.
“지금 208호에 같이 있다고 했죠?”
“네. 그 환자를 먼저 그의 룸으로부터 데리고 와서 208호 안에서 형과 함께 주인이 데려오려던 참이었나 봅니다.
“그러면 그 환자는 나오기로 먼저 의사를 정한 거잖아요. 208호에서 세 명이 얘기하느라 못나오고 있었다면 오빠 때문에 늦어지는 게 아닐까요?”
“아까 형은 문을 열고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했잖아요. 그런데 이제와 망설이다니 이상하네요.”
아연씨가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젓고
“제가 저번에 208호에는 주인의 가족인 그 환자가 있을 가능성에 대해 말했죠. 아무래도 가족이니 가까운 곳에 둘 거라고요. 그런데 거기에서 나온 사람은 가면을 썼지만 외형을 보니 정상인이라 오빠라 여겼어요. 클라인펠터 환자는 팔다리가 긴 편에 가슴이 나오기도 하는 등 외형이 좀 다르다고 했잖아요.”
“용케 특징까지 다 기억하네요.”
“그래서 환자가 208호에 있을 것이란 내 예상이 엇나간 거구나 했는데, 환자가 먼저 나오고 이제 오빠가 나오기를 망설인다는 게 뭔가 이상해요. 그리고 우리가 고정관념에 빠진 것이 있어요.”
고정관념? 이건 종이에 원과 점을 그리는 문제와 반원문제에서 나온 거잖아.
“어떤 것을 말하는 거죠?”
“마마와 윌리는 한 객실에서 같이 지냈잖아요. 그렇다면 그 두 사람도 한 룸에 같이 있을 수 있다고 의심해 볼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한 객실에 한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에 빠져있었다는 말이군요. 실제로 마마와 윌리처럼 한 객실에 두 사람이 있는 경우도 보고 있었으면서 말이죠? 그런데 이 두 사람은 성인 남자잖아요. 계속 룸 안에서만 지내는데 한 룸에서 같이 지내기는 무리죠. 윌리는 어린아이니까 마마와 같이 있던 거고요.”
“누나 말 들으니 그 객실에 두 명이라면 가능하네요.”
옆에서 엿듣고 있던 아돌의 기습적인 발언이다.
“주인의 룸인 207호는 다른 룸의 2배잖아요. 반은 서재로 쓰고 있고요.”
“옳거니, 208호도 두 개의 룸이나 마찬가지거구나. 그러니까 두 사람이 그 안에 있어도 무리는 없어. 넓은 207호를 주인 혼자 사용하니 같은 크기인 208호도 한 사람이겠거니 신경을 안 쓴 거야.”
“그러니까 지금 208호에 있는 두 사람은 진작부터 거기 있던 거예요.”
이것으로 확정. 형이 있던 곳이 208호였음을 맞췄다.
205 206 207 208
마마 & 윌리 ? ? 클라인환자 or 이헌
205 206 207 208
마마 & 윌리 ? ? 클라인환자 & 이헌
208호는 or가 아니라 &이었다
“핸섬맨씨. 208호에는 처음부터 두 사람이 함께 있었습니다. 형이 있던 곳은 208호입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맞췄다고 보기는 어렵겠죠. 조금 전의 상황에서 추리한 것이니까요.”
내가 주인을 향해 말하니 주인은 돌아보고 다른 사람들도 나를 주시한다.
“거의 드러난 힌트를 보고 맞췄다고 해도 전 상관없습니다. 말했지만 형님을 이곳에서 데려가는 게 목적이지 맞추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요. 제가 이 게임에서 여러분의 정확한 승리조건에 대해 다시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기억나나요?”
“오빠를 이 저택 밖으로 나가게 하면 된다고 했어요.”
아연씨가 그때 주인이 다시 상세히 제시한 승리목적을 얘기한다.
“그보다 정확하게는 이 저택 바깥의 대문을 나서면 된다고요.”
“한 단어가 빠졌습니다. 아주 중요한 단어가.”
“게임기한, 즉 12월29일 24시가 되기 전까지 형과 함께 나가면 된다는 것 말이죠.”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의 설득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 말입니다.”
설득? 이 말은 여기서 처음 들었다. 형을 설득해서 데려가라는 건가. 형이 게임을 이기기 위한 대리자로 우리를 선택한 것이고 형을 찾기만 하면 따라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때 당신이 용사가 공주를 구하는 이야기를 했었죠. 공주의 입장에선 용사가 오기만하면 함께 탈출하면 되잖아요. 형도 단지 게임이라는 형태로 겨루는 당신과의 승부에 우리가 이길 것을 바라는데 설득이 필요한가요?”
주인이 턱을 쓰다듬으며 고요한 눈빛으로 응시한다.
“그때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단지 여러분이 별 의식 없이 이 단어를 듣고서는 바로 잊어버린 것뿐이죠. 저택부지 바깥의 대문 밖으로 형이 스스로 나가면 된다고 했습니다.”
“스스로?”
“지금은 일부러 들으려고 의식한 상태이고 짧은 한 문장으로 바로 얘기했기 때문에 그 단어를 놓치지 않은 겁니다. 그때는 많은 대화와 설명 속에서 나간 말이기에 여러분 귀에는 그저 스쳐 지나가 버렸던 겁니다.”
-그 예를 들은 이야기로 유추하면 결국 오빠를 이 저택 밖으로, 즉 여기서 지내는 것을 끝마치고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라는 이야기군요
-그것이 정확한 이 게임의 승리목적입니다. 나중에 논란거리가 없게 아주 세세하게 따지면 이 저택부지 바깥의 대문 밖으로 형이 스스로 나가면 됩니다. 게임 기간 동안 이 건물에서 나가서 바깥의 대문 밖으로 나가면 여기를 떠나는 거니까 말입니다
정말 그때 그렇게 말했었나? 분명히 의식하지 않고서는 중요하게 생각지 않고 지나갔을 것이다. 우리에겐 어디까지 데리고 나가면 되는가가 중요했지, 형의 자발적 의사가 담긴 ‘스스로’란 단어가 중요한 의미가 담고 있다고는 전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유는 당연하다. 형이 스스로 따라 나선다는 것은 처음부터 갖춰진 요소라고 당연시했으니까.
“형이 여기를 차마 못 떠날 이유라도 있다는 소립니까?”
“그건 이헌씨가 마음먹기에 달린 겁니다. 그 마음의 결정을 여러분이 원하는 쪽으로 기울이게 하는 것이 형님을 얼마나 잘 설득할 수 있느냐에 달린 것이죠.”
무얼까. 형을 여기에 붙들어 매는 것의 정체는 무엇 일까
“당신은 아연씨를 두고 이 승부를 벌이고 있는데 이기기를 바라겠죠?”
“물론이죠. 당연히 내가 이기기를 원합니다. 져줄려고 이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형도 이기길 원할 텐데 스스로 따라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이기고 싶은데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요.”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포기할 때도 있습니다. 당신은 그런 경우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없었나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자진해서 포기한 적이 있던가?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게 없다. 내가 아니라 형의 경우라면 있지만. 형은 자신의 진학의 꿈을 포기한 대신 나를 대학에 가게 해줬다. 나한테는 그런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러면 형이 이번에도 나를 위해 승부를 포기할 수도 있는 것을 염두에 두고서 주인이 내게 하는 말인 건가. 형이 포기하는 대신 내가 무엇을 얻기에 갈등한다는 거야. 아연씨까지 포기하면서까지 나한테 또 무엇을 양보하려고 하는 거야.
문득 수첩에 남긴 형의 글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유서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다행히 그렇지 않았다. 주머니를 뒤져서 수첩을 꺼낸다.
난 도박을 하기로 했다. 첫 번은 실패했다.
이번이 마지막 도박이다. 모든 것을 걸었다. 미안하다 동생아
이번이 마지막이고 모든 것을 걸었다고 했다. 그런데 승부를 포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도대체 어떤 비밀을 감추고 있는 거냐.
그리고 여기에서 말하는 도박이란 말도 더 이상 내가 아는 그런 도박이 아닌 걸로 판명됐다. 인생에서 중요한 뭔가를 위험성을 감수하고라도 강하게 매진할 때, 우리는 흔히 ‘도박을 한다.’라고도 말한다. 형은 아연씨를 두고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1년여 간이나 이런 곳에 숨어 지내면서, 그리고 빚까지 지면서 말이다. 그런 도박을 하고 있는데 이제 와서 포기라니 있을 수 없는 얘기다.
그런데 첫 문장의 실패는 뭐지? 처음에는 사기성 도박에서 크게 잃은 것을 말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두 번째 문장은 빚까지 지고 돈을 마련해서 다시 도박을 하려한다는 의미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런 의미가 아니니 이 실패가 무엇을 뜻하는지 파악이 안 된다.
지금 상황에 빗대면 아연씨를 두고 한 번의 승부가 더 있었던 것인가. 그런데 거기서는 졌지만 다시 기회를 얻어 지금 재도전을 하는 것을 가리키는 건가. 당사자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당사자는 왜 이리 나타나질 않는 거냐?
주인이 문을 열고 나간다. 다시 데리러 가는 것이다.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거냐. 계속 이런 줄다리기를 하고 있을 셈인가. 범인도 이 안에 있다면 빨리 찾아내야 한단 말이다.
금방 닫혔던 문이 다시 열리고 주인이 들어온다.
“어떻게 된……!!!”
주인의 뒤를 따라 한 사람이 들어온다. 그 인물은 나에게 낯이 익은 사람. 복장은 조금 전에 본 가면아래의 모습과 같은 옷. 그리고 얼굴은……
2009.03.24 22:34
[창작] 가려진 10분의2, 지워진 10분의2 그리고 10분의1 - 5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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