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마운틴
용사, 도적은 마의 산을 공략하고
여마법사는 마왕성을 탐색하다
3층의 내 룸에 들어가서 거실에 둘러앉아 오늘부터 어떻게 해 나갈지 의논을 하기로 한다.
그 전에 벽에 걸린 이 액자의 설명도 궁금해서 먼저 보기로 한다. 액자를 떼고 뒷면을 보니 여기도 설명이 붙어있다.
이 그림의 제목은 ‘루브르 미술관에 있는 앙리 2세의 방의 천장 그림’이라고 돼있다. 원래 그림에는 명칭이 없어서 구분 짓기 위해 이런 긴 이름을 달아 놓았나보다. 이것의 진품을 그린 사람은 브라크이다.
<브라크는 1952년부터 루브르 미술관의 의뢰를 받아 앙리 2세의 방 천장에 커다란 벽화를 그렷다. 그의 생애의 대작이며 그의 예술적 생애를 장식하는데 안성맞춤의 기회였다. 2년간에 걸쳐서 이 대작을 그려냈다. 완성된 이 그림은 브라크의 작품으로서는 가장 단순한 것이며 극히 도식적인 장식이었다. 천장 벽화라는 점에서 이 같은 주제와 구도 연출된 것으로 보인다. 긴 생에의 종말에 작가가 자기의 화신으로서 그리고 싶어 한 것은 이 새였다>라고 설명이 돼있다.
“나도 좀 봐요.”
아연씨에게 액자를 넘겨준다. 그림을 보고 설명을 읽고는 다시 그림을 본다. 아돌도 옆에서 같이 들여다본다. 액자를 넘겨받아 다시 벽에 건다.
“이 룸의 그림은 매우 단순하네요.”
“아연씨 거실에는 어떤 그림이 걸려있나요?”
“상당히 호화로운 그림이던데요. 이 그림과는 완전 다른 분위기에요. 사람도 많이 그려져 있고 말과 개도 있고요.”
아연씨 룸에 들어가게 되면 봐야겠군.
“네 룸에는 어떤 그림이야?”
“제 거실에 걸린 그림은 별로 재미없는 그림이에요. 차라리 이 작품이 더 제 마음에 드는데요.”
그림감상도 했으니 본격적인 얘기로 들어가자.
“내가 어제 미리 숙고한 바로는 우리를 포함해서 거주자가 있는 룸은 모두 8개야. 여기에는 총16개의 객실이 있으니까 파악이 안 되는 룸은 8개인 셈이지.”
“아니죠. 식당에 모인 사람이 8명에 안본사람이 1명으로 9개 룸이 확실하고, 나머지 룸은 7개죠.”
“아니야, 이강씨 말이 맞아. 마마와 윌리는 하나로 쳐야해. 둘이 한 객실을 쓸 거야.”
“아하! 그렇구나.”
아연씨는 역시 예리하다. 아돌이 질문을 던진다.
“설마 이 집에 관시리즈에 나오는 건물처럼 비겁하게 이상한 장치나 숨겨진 공간이 있는 건 아니겠죠?”
“관시리즈라니?”
“아야츠지 유키토가 쓴 십각관, 시계관, 암흑관같은 추리소설을 관시리즈라고해요. 모두 이상한 건물의 이름인데요, 이상한 장치나 비밀통로 같은 것이 숨겨져 있어요.”
“너 추리소설 좋아하나 보구나. 많이 읽었으면 꽤 도움을 기대할 수 있겠어.”
아돌에게 도움 될 구석을 발견해서 한층 기운이 솟는다. 아연씨가
“정말로 그런 식으로 돼있다면, 정보가 너무 없는 우리들을 상대로 비겁한 짓을 하는 거예요. 절대 못 찾는다고요.”
“그렇진 않을 거야. 그렇게 전제를 깔고 가면 우리가 절대 이길 수 없는 게임을 제시한 거니까 완전 반칙인 셈이지. 그자가 그럴 거라고는 생각 안 해.”
“주인의 페어플레이 선언을 믿는 바탕으로 해서 진행하자는 거죠?”
아돌도 호응하듯이 일단 전제는 그렇게 되어야한다. 그 전제가 아니면 시작부터 진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우리가 할 게 딱히 있어 보이진 않아. 먼저 어느 객실에 사람들이 묵고 있고, 어느 룸이 비어 있는지를 조사하는 게 선결과제야.”
“저도 지금은 그렇게 시작하는 방법 말고는 없는 것 같아요.”
쉽게 떠오른 거고 유일한 길이지만 시작은 정해졌다.
“현재 아는 것은 우리들 룸과 옆 303호실의 캐츠씨 룸밖에 없어.”
“아래층에는 그 가족들이 있고요. 어느 객실인지는 모르지만.”
“이 정도야 간단한 거니까 나 혼자 해볼게요. 둘은 달리 여기서 시간 보낼 일 없으니까 주인일행과 산에 가서 여기 주변은 어떤 지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밖에 나가고 싶었는데 그럼 바람 좀 쇄고 올게요.”
“그럼 오늘은 아연씨에게 맡기죠.”
오늘은 아연씨 혼자 알아보기로 결정하고 둘은 등산에 따라가는 것으로 미팅은 끝난다.
11시. 산을 타기로 한 부대가 저택 앞에 모여 있다. 핸섬맨(주인, 남궁재오)과 스마일맨, 캐츠씨, 그리고 터프가이(이강), 블루 캡(권아돌) 이렇게 5명이 오늘의 등산대원들이다. 산에서 먹기 위해 식당에서 챙겨 준 도시락을 지참하고, 겨울이지만 산을 타면 땀이 날 것이기에 가급적 가벼운 복장으로 모여 있다. 의복을 많이 챙기지 못한 터프가이와 블루캡은 이곳에 입고 왔던 복장 그대로 가기로 한다.
“라라씨는 안 왔군요. 아무래도 할 일이 있으니 한 사람은 저택에 남아 있기로 했군요.”
“스마일맨은 저 잘 따라오셔야 돼요.”
“열심히 따라갈 겁니다. 담배도 끊기로 했으니 체력도 좋아질 거구요.”
핸섬맨의 말에 이은 캐츠씨와 스마일맨의 대화다.
“그럼. 출발합시다.”
핸섬맨의 호령에 일행들이 산을 향해 움직인다. 그 광경을 라라가 자신의 방에서 창밖으로 보고 있다.
“나도 이제 시작해 볼까!”
자신의 방에서 나와 3층에 있는 객실들부터 확인에 들어간다. 차례차례 문을 두들겨본다. 305호까지 두들겨도 아무런 응답이 없다. 바로 계단을 타고 2층으로 내려가 201호를 두들긴다. 무반응. 뒤돌아 205호를 두들긴다.
“똑! 똑!”
우향우하여 다음 룸으로 향한다. 그때 뒤편에서 방금 전에 두들겼던 205호의 문이 열린다.
“아, 계셨어요!”
“무슨 용무이시기에?”
마마가 상체를 내밀고 물어본다.
“205호실에 계시네요. 윌리도 같이 있는 건가요?”
“네. 어린 아이니까요.”
“다른 분들은 어느 객실에서 지내고 있는지 알아보던 중이에요.”
“그래요? 전 여기고 아들은 앞에 201호에요.”
201호의 스마일맨은 마침 산에 가서 응답이 없었던 것이다.
“아드님은 201호군요. 고맙습니다.”
205호의 문이 닫히고 다시 복도를 걸어 같은 층의 다른 문들을 두드린다. 혹시나 열린 문은 없는지 손잡이를 돌려본다. 모두 굳게 닫혀 있다. 204호의 주인은 산에 간 것을 알고 있으므로 모든 객실의 확인은 끝난 셈이다.
산에 가서 잠시 주인이 빈 2개의 객실을 제외하고 응답이 없었던 8개 룸 중에 분명히 오빠와 클라인펠터 증후군환자가 있다. 하지만 2명은 응답을 하지 않았다. 오빠는 이 기간 동안 개입을 안 하는 것이니 당연히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어도 가만히 있었을 것이다. 혹시나 문을 노크한 사람이 나일지도 몰라 하는 기대감은 없었을까? 아직 얼굴은 보지 못하고 목소리는 들었지만, 또 다른 기분에 휩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환자는 왜 응답이 없던 거지? 그도 방에서 두문불출한다고 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는데 아무 이상 없는 상태라 들었는데 반응이 없다. 역시나 남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나보다. 그래도 안쪽에서 목소리라도 들려줄 수는 있지 않은가.
잠시 의아한 대목이 떠오른다. 이들에게는 따로 식사를 가져다준다. 어디로 들어가는지 보고 싶지만 필시 우리 3명 모두가 식당 안에 있을 때에만 그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면 식사시간은 늘 정해져 있으니 그 때만은 문을 열어 준다고 봐야한다.
문을 늘 잠가놓고 있는 상태에서 문이 열리는 타이밍은 식사를 받을 때와 빈 그릇을 내놓을 때뿐이다. 오로지 그 순간 밖에 없다고 보여 진다. 여기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한편 산의 초입에서 어느 정도 올라와 지금은 산의 중턱을 지나고 있는 등산 팀 가운데 터프가이와 스마일맨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스마일맨은 호칭처럼 늘 웃음 짓는 얼굴로 대화를 나눠주니 상대방들이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부류의 사람으로 보인다.
“여기에 계신지는 어느 정도 됐습니까?”
“1개월 정도요. 어머니와 조카는 6개월 전에 먼저 와 있었고요.”
“제 형은 봤겠지요?”
“물론이요. 지금 핸섬맨과 여러분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도 압니다.”
전방에는 우리로부터 50여 미터 앞서가고 있는 핸섬맨과 그 뒤로 캐츠씨와 블루캡이 보인다. 스마일맨과 대화를 하며 오르니 그들과는 쳐져서 뒤쫓아 가는 형국이다. 건장한 남자로 보이는데도 의외로 산은 잘 못 타는지 걸음이 더뎌 나도 스피드를 늦추고 보조를 맞추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누나의 아들이라고 하던데 왜……."
"본 것처럼 조카가 장애가 있는지라 거기엔 좀 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그쪽도 아직 저처럼 미혼이신가 보죠?”
“네.”
앞에서 아돌과 중간 그룹을 이루고 있는 캐츠씨가 때때로 이쪽을 돌아보곤 한다.
“아직 저의 섣부른 참견일지는 모르지만 캐츠씨가 그쪽에게 호의를 품고 있지는 않나요?”
“그냥 여기서는 나이에 어울리는 사람이 캐츠양에게는 주인과 저밖에 없으니까요. 좋게 대하는 거죠.”
지금도 돌아보다 내 눈과 마주친 캐츠씨를 보면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과 달리 캐츠‘양’이라고 부르는 구나.
“전에는 담배를 많이 피웠나 봐요?”
“몇 달 전부터 늘어가는 것 같아 안 되겠다 싶어서요.”
천천히 걷는 데도 전혀 겨울날씨를 못 느낄 정도로 몸에서 열기가 느껴진다.
“여기에서는 지내기가 많이 불편할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어머니나 조카를 위해서도 도시보단 이런 곳에서 지내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빨리 좀 따라오세요!”
앞에서 아돌이 소리친다. 직업은 어떻고 생계는 어떻게 꾸리는지 더 물어보고 싶지만 여기서 대화를 멈추고 앞 그룹과의 간격을 좁히려 속도를 낸다.
산 정상에 발을 디딘다. 오르기 힘들 정도로 높은 산은 아니라서 운동 삼아 다니기에는 안정맞춤일 것 같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르는데도 오랜만에 산을 타서 그런지 숨이 꽤 가쁘다. 나와 함께 가장 마지막에 올라온 스마일맨은 처음이 아닌데도 상당히 힘들어 하는 모습이다. 나도 저절로 이 사람에게 보조를 맞추다 보니 뒤쳐진 그룹이 되어버렸다. 먼저 올라와 있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주인과 캐츠씨와 아돌은 이미 자리를 펴고 식사준비를 하고 있었다. 구름은 낮게 드리워 있고 산에서 부는 바람은 시원하다.
“안 그래도 뒤처지는데 터프가이랑 얘기하면서 오니까 더 늦잖아요.”
“그러게 말에요. 아직도 숨이 차네요.”
주인의 말에 숨을 헐떡거리며 간신히 웃는 표정으로 말하는 스마일맨이다.
“이렇게 높은 곳에 오르니 기분도 좋고 상쾌하지?”
“기분 정말 좋은데요. 와, 멀리까지 보이네요.”
캐츠씨의 말에 호응하는 아돌이다. 산 정상에서 도시락을 먹고 여유 있게 휴식을 취한 다음 저택으로 돌아가는 하산을 시작한다. 나는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아연씨는 의외의 작은 성과라도 올렸을라나 하고 생각한다.
2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저택에 돌아와서 각자의 룸으로 돌아간다. 계단을 올라 3층 복도에 이르니 우리가 온 것을 본 것인지 아연씨가 나와 있다.
“등산은 좋았나요?”
“예, 모처럼 산타고 운동하니 힘들어도 기분은 좋네요.”
“블루캡 학생이 더 잘 오르던 걸요.”
캐츠씨의 칭찬에 아돌이 우쭐한다.
“아직 생생한 학생이잖아요.”
“기분 좋게 샤워나 해야 되겠네요.”
캐츠씨가 들어가고 세 명이 모이게 되자 아연씨가
“좀 쉬고 4시에 제 방으로 오세요.”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다. 나와 아돌은 그러겠다고 답하고 자기 방에 들어간다. 역시나 운동부족의 표시가 나는지 다리에 알이 배긴 듯 얼얼하다.
옷을 벗고 욕실에 들어가서 더운 물로 샤워를 한다. 따뜻한 물줄기가 산행에서 쌓인 피로감을 풀어준다.
한편 아연은 잠시 바람을 쐬기 위해 3시 10분경에 룸에서 나와 1층으로 내려간다. 저택의 현관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온다.
하늘은 맑고 바람도 시원하게 뺨을 스친다. 깨끗한 공기가 허파까지 들어와서 기분을 개운하게 해준다. 이렇게 좋은 날이면 ‘내가 산에 가는 건데’하고 아쉬워하는 아연이다.
앞마당을 저택 왼편에서부터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담장 편에 자리하고 있는 화단에는 꽃이 져서 앙상한 마른 가지만 내밀고 있는 꽃나무와, 마찬가지로 잎이 거의 떨어진 이파리나무들이 그 뒤에 심어져 있다.
방향을 틀어서 육중한 대문을 지나 오른편 화단을 끼고 저택방향으로 나아간다. 눈을 들어 바라보니 저택 오른편에 몇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이 보인다.
걸음을 조금 빨리해서 화단을 보며 그쪽으로 향한다. 저택의 오른편 벽 쪽에 가까이 앉아 있는 사람들은 2층의 가족 세 사람이었다.
마마가 돗자리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고 약간 뒤 쪽에 스마일맨과 윌리가 같이 붙어서 앉아 있다. 내가 다가가자 스마일맨이 나를 보며 말을 건다.
“바람 쇄 세요?”
“날씨가 무척 좋네요. 그리 춥지도 않고.”
“예. 그래서 그런지 산에 갔을 때는 땀이 많이 나더라고요.”
담배연기를 뿜고 있는 마마를 보며
“아, 휴게실에서 말하던 거기가 여기였구나.”
“예. 이 시간쯤에 늘 여기 나와서 어머니와 같이 담배를 피웠어요. 기분전환도 할 겸 이 아이도 함께요.”
윌리가 반가운 듯 나를 빤히 바라본다. 이에 내가 웃으며 반가워해준다. 이 아이도 장애만 없으면 훨씬 귀엽고 예쁠 텐데.
“어머니, 입술에 립크림 좀 바르세요.”
“응. 입술이 겨울이다 보니 자주 트네.”
마마가 스틱형 립크림을 꺼내 입술에 골고루 바른다.
“윌리도 바르자.”
윌리의 입술에도 손수 발라준다. 내가 윌리를 보고 물어본다.
“윌리는 몇 살이야?”
말없이 쳐다보기만 한다.
“여섯 살입니다. 곧 일곱 살이 되죠.”
스마일맨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윌리야, 이것 봐라!”
손에서 돌린 무언가가 튀어나가 땅에 떨어진다.
“아하, 아하”
땅에 떨어져 돌고 있는 것은 팽이였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팽이를 보고 가까이 다가가며 윌리가 무척 즐거워한다.
“손팽이네요.”
“예. 제가 이걸 잘 돌리는데요. 아이가 이게 도는 걸 보면 무척 좋아해요.
한참을 돌다 힘이 빠진 팽이가 멈춘다.
“윌리야, 가져 와봐. 또 해줄게.”
“아아, 아하”
팽이를 두 손으로 들고 와 스마일맨에게 주고, 스마일맨이 다시 더 힘차게 돌린다. 힘이 가득 실린 팽이는 회전력으로 땅바닥을 패면서 구멍을 뚫는다. 다시 회전이 멈춘 팽이를 내가 주워든다.
“예쁘네. 생각보다는 조금 무겁네요.”
“무게가 있어야 힘이 더 잘 실리거든요.”
손에 든 팽이를 나도 한 번 돌려본다. 몇 바퀴 돌다가 옆으로 기울어져 쓰러진다. 한 번 더 힘을 주고 돌려보지만 조금 전보다 겨우 조금 더 돌다가 서버린다.
“의외로 쉽지 않네요.”
“그럼요. 이것도 손기술이 있어야 돼요.”
팽이를 주워 물건의 주인에게 돌려준다.
“몇 분 됐냐?”
마마의 물음에 스마일맨이 손목에 찬 시계를 본다.
“40분 됐네요. 이제 그만 들어가죠.”
세 명이 일어나고 스마일맨이 돗자리를 접는다. 나도 시간을 보니 3시 40분이다.
“어, 그거 캐츠씨꺼 같은데?”
스마일맨이 내 손목에 찬 시계를 보고 묻는다.
“맞아요. 당분간 제가 빌렸어요.”
“어쩐지 똑같다 했죠.”
스마일맨이 스마일맨답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 가족들과 자리에서 떠난다. 나도 4시에 미팅이 예정되어 있으니 이만 들어가야겠다.
시간이 되어 아연씨의 룸에 모여 있다. 아연씨가 말을 연다.
“제가 알아보니 각 객실의 주인은 이래요.”
하면서 표를 그린 종이를 내민다.
(표는 첨부파일에)
" 확인 되지 않는 룸이 3층에 넷, 2층에 다섯이에요. 모두 잠겨있고요.”
“그 환자 룸은 파악이 안 되던가요?”
“아무데서도 응답이 없었어요.”
잠시 자리를 뜰 수 없는 상황에 있었나? 화장실에 있다 던지.
“시간 차이를 두고 한 번 더 돌아봤는데 똑같았어요.”
“짐작대로라면……."
내가 이야기하자 아연씨도 같은 짐작을 하고 있다한다. 사람들 앞에 조금이라도 비추기가 싫은 것이다.
“문제는 모두 잠겨 있는데 어떻게 들어가죠?”
“그게 지금부터의 고민인데 말이야.”
“유일하게 문이 열리는 타이밍이 있어요.”
아연씨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 타이밍이란 건 식사시간이라는 것. 창문으로 넘겨주는 것이 아닌 이상 확실히 맞는 말이다. 걸림돌은 그 시간에 우리는 모두 식당에 있다는 것.
“그거야 간단하죠. 잠깐 다른 일을 보느라 늦게 온다고 하고 그 틈에 식사를 어디에 넣는지 보고 바로 쳐들어가면 되죠.”
“아마 늦는 한 명이 올 때까지 식사제공을 늦출지 몰라.”
“이러면 되죠. 속이 안 좋아서 식사를 건너뛴다고요. 그럼 아무 문제없잖아요.”
방법을 서둘러 내놓기는 하나 완벽하지가 않다.
“그렇다 치더라도 어디서 그 모습을 관찰할거지? 대놓고 지켜보면 종업원이 피할 수도 있잖아.”
“딱히 숨어서 지켜 볼 곳도 없잖아요.”
나와 아연씨의 문제제기에 아돌은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고 궁리에 들어간다.
“약간 거리가 있는 게 흠이지만 계단으로 꺾어질 때의 벽이 있잖아요. 거기서 살짝 고개만 내미는 거죠.”
내가 말이 없자 아연씨가 바통을 잇는다.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통해서는 어느 한 군데를 선택 할 수 있지만 3층은 하나잖아. 우리가 있는 객실 바로 옆은 그냥 막혀 있잖아.”
“맞아. 문은 있는데 안 열려. 거기도 안에서 잠겨 있나봐.”
“거긴 뭐죠? 객실은 아닐 텐데.”
건드리지 않던 수수께끼가 하나 생겨났다.
“그러게, 창고나 그런 게 아닐까?”
“어이없게 거기에 형이 있거나 한다면?”
아연씨의 창고라는 말에 내가 던진 말이다. 이 말에 아돌이
“설마요? 객실도 아닌데 거기에 있으려고요.”
“허를 찔러서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우리도 거길 거론할 것을 주인도 당연히 알거야. 오히려 그곳 한곳을 수상쩍게 보여서 관심을 유인하는 작전도 가능하지.”
“그러고 보니까 아직 우리는 그쪽 계단으로 안 다녀봤네요.”
아돌의 말대로 우리 쪽에서는 더 가까운 계단이 비밀의 문이 가로 막고 있어서 항상 객실과 먼 계단을 이용하고 있었다. 문 너머의 공간이 어떤 곳이고 저쪽 계단으로는 통해서 들어갈 수 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럼 2층만이라도 시도해 보자.”
“어느 쪽에 숨어 있죠?”
“쉽게 생각하자. 우리가 안 가본 계단으로는 3층까지 식사를 나르려면 조금 전에 말하던 비밀장소의 문을 열어야 하니까 불편하잖아. 자연히 우리가 늘 다니던 계단으로 다니겠지.”
아연씨의 말대로 식사를 두 손으로 떠받들고 문을 열고 들어와야 하는 쪽은 피할 것이다.
“오늘 저녁 식사 때 실행하자.”
“누가 하죠?”
“하는 사람은 식사를 못하게 되잖아.”
“그건 식당에서 따로 어디다 담아 달라고 하면 돼.
아연씨의 응답에 눈빛에 힘을 주며 아돌이
“그럼 내가 할게요.”
“잘 할 수 있겠어?”
“맡겨 둬요.”
탐색 역은 아돌로 정해졌다. 그리고 내가 표를 보다가
“이제 보니 우리가 오기 전까지는 캐츠씨 혼자만 3층 룸을 쓰고 있네.”
“그러네요. 주인도 스마일맨 가족도 모두 2층인데 말이에요.”
“2층에도 아직 빈 객실이 많은데 특이하네요. 식당가기도 더 먼데.”
ps: 본문에 표가 들어가지 않아 따로 첨부파일을 올립니다.
2009.03.05 02:16
[창작] 가려진 10분의2, 지워진 10분의2 그리고 10분의1 - 3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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