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메이슨은 호텔 로비에 있는 구내전화를 집어 들었다.
“패럴 여사를 연결해 주시오.”
전화교환대에 있던 여자가 의심쩍은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벌써 10시가 넘었는데요. 그 분이……?”
“그녀는 이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을 거요.” 메이슨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잠시 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전 변호산데요, 패럴 여사. 중요한 일로 당신을 좀 뵙고 싶군요.”
“당신은 제 남편을 대리하고 계신가요?”
“아니오, 그렇지 않습니다.”
“언제 저를 만나고 싶으신가요?”
“지금 당장이요.”
“지금 당장이라고요? 그건 불가능해요……! 참, 댁의 성함은 어떻게 되시나요?”
“메이슨이라고 합니다.”
“그……, 페리 메이슨 씨는 아니겠죠?”
“왜 아니겠습니까?”
“메이슨 씨, 지금 어디 계셔요?”
“로비에 있습니다.”
“로비에요? 누구 동행하신 분이라도 있나요?”
“아니오, 저 혼잡니다.”
“왜 저를 만나자고 하시는 건지 여쭤 봐도 될까요?”
“전화상으로는 말씀드리고 싶지 않군요.” 메이슨이 말했다. “굉장히 긴급한 일이고, 당신에게 이익이 되었으면 되었지 손해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은 보장할 수 있습니다.”
“좋아요. 메이슨 씨, 조금만 있다가 올라와 주시겠어요? 저는 파자마를 입고 책을 읽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괜찮으시면 지금 당장 올라가 뵙고 싶군요.”
“좋아요 곧장 올라오세요. 제 방 번호는 알고 계신가요?”
“알고 있습니다. 곧장 가지요.” 메이슨이 말했다.
메이슨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복도를 걸어가서, 패럴 여사의 아파트의 문 옆에 달린 버튼을 눌렀다. 용무늬가 수놓아진 중국풍의 실크 파자마를 걸친 붉은 머리칼을 한,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가 즉시 문을 열어주었다. 아파트 내부에서는 동양의 향냄새가 풍겼다.
“메이슨 씬가요?” 그녀가 물었다.
메이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손을 내밀었다. “처음 뵙겠어요. 들어오시겠어요?”
메이슨은 방이 최소한 두 개 이상은 되는 널찍한 아파트의 거실로 들어섰다. 불빛은 은은했고, 뭔가 신비한 분위기가 떠돌았다.
그래도 방안에서는, 비단 갓을 씌운 독서 램프가 희미한 불빛을 던지고 있는 안락의자와 발 받침대가 가장 밝았다. 안락의자의 팔걸이 부근에 있는 책상에 책 한 권이 펼쳐진 채로 엎어져 있었다.
“앉으세요, 메이슨 씨.” 패럴 여사가 말했다.
그녀는 메이슨이 의자에 앉자, 안락의자 쪽으로 걸어가 깊숙이 앉았다. 그리곤 절반쯤 피운 담배가 꽂혀진, 길쭉하고 구부러진 상아 물부리를 집어 들었다.
그녀는 담배연기를 한 모금 빨아들인 다음, 말했다. “메이슨 씨, 당신이 저랑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뭐죠?”
“텍사스 글로벌 회사의 경영권 싸움에 관해서요.”
“아, 그러세요? 그런데 왜 당신이 거기에 관심을 갖는 거죠?”
“저는 제리 콘웨이 씨를 대리하고 있거든요.”
“오!”
“왜 당신은 그와 통화하고 싶어 하셨나요?” 메이슨이 물었다.
“제가요? 콘웨이 씨와 통화하려고 했다고요?”
“그렇습니다.”
그녀는 단어 하나 하나를 신중히 골라서 말했다.
“저는 그와 통화하려고 한 적이 없어요. 저는 콘웨이 씨를 잘 알고 있고, 그를 좋아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의 사업 경영능력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어요. 메이슨 씨, 당신도 알고 계시겠지만 남편과 저는 별거 중이에요.
저는 그저 그렇고 그런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려고 해요. 음, 솔직히 말하면, 메이슨 씨, 당신은 변호사이시니까 그런 일들을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혼 동기는 현재 진행 중인 재산 분할에 관한 분쟁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달려있다고도 할 수 있어요.”
“재산이 상당하신가 보군요?” 메이슨이 물었다.
“그 문제에 관해서는 두 가지 견해가 있어요. 기포드 패럴은 도박사인 동시에 투기꾼이기도 해요. 따라서 상당히 많은 재산이 있어야 해요. 그런데도 기포드의 변호사는 재산이 거의 없다고 주장해요.”
“그렇지만, 그는 이익을 쫓는 능력이 상당했던 것 같던데요?” 메이슨이 말했다.
“물론이죠. 그는 큰일에 뛰어들어 크게 한판 벌이곤 했으니까요.”
“그렇다면, 그가 회사의 경영권 싸움에서 이긴다면, 당신에게 크게 이익이 되겠군요.”
“왜 그렇게 보시는 거죠?”
“그렇게 되면 그는 재정적으로 아주 풍족해지기 때문이죠.”
그녀는 담배연기를 다시 깊숙이 빨아들였다가 내뱉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떤가요?” 메이슨이 물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타당한 것 같군요, 메이슨 씨.”
그녀는 상아 물부리에서 담배를 빼낸 다음, 재떨이에 비벼 껐다.
“술 한 잔 드릴까요, 메이슨 씨?”
“지금은 괜찮습니다.” 변호사가 말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방문해서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만약 당신이 제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주시기만 한다면, 당장 떠나도록 하죠.”
“메이슨 씨, 제가 당신이 원하는 무슨 정보를 가지고나 있는지 모르겠군요. 그러나……, 참, 당신은 콘웨이 씨를 대리하고 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맞습니다.”
“그리고 그를 위하여 이곳에 왔고요?”
“예.”
“알고 싶으신 게 뭔가요?”
메이슨은 의자에 앉은 채로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당신이 남편과 재산 분할에 관하여 협상하고 있고,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받아내려고 한다면, 어째서 위임장을 보낸 주주들의 명부를 콘웨이 씨에게 주려고 하셨습니까?”
“메이슨 씨,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는 거예요?”
“당신은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를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메이슨이 말했다. “저는 그 이유를 알아야겠습니다. 그리고 왜 당신이 목소리를 가장하고, 로잘린드라는 이름을 사용했는지도 알아야겠습니다.”
그녀는 꼼짝도 않고 앉아서, 얼굴이 창백해진 채 그를 쳐다보았다.
“왜죠?” 메이슨이 채근했다.
“메이슨 씨, 당신은 어떻게 해서 제가 그런 일을 했다고 생각하시게 된 건가요?”
메이슨은 조바심을 내면서 말했다. “이것 보시오! 당신은 전화를 사용했었소. 당신이 아시다시피, 전화통화는 추적할 수가 있어요.”
깜짝 놀라며, 그녀가 말했다. “그렇지만 나는 이 전화기를 사용하지 않았는데요. 나는…….”
갑자기 그녀는 말을 뚝 끊었다.
메이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날카로운 눈초리로 그녀를 쏘아보기만 했다.
“결국 당신의 말솜씨에 제가 진 것 같군요.”
메이슨은 계속해서 침묵을 지켰다.
“좋아요.” 그녀가 갑자기 말을 쏟아냈다. “다 말씀드리죠. 저는 텍사스 글로벌 회사의 주주예요. 그것도 상당한 양의 주식을 가지고 있어요. 그 주식이야말로 재정적인 면에서 제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밑천일 것 같은데, 만약 기포드 패럴이 그 회사의 경영권을 거머쥔다면 그 주식은 2년 이내에 휴지조각이 되고 말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제리 콘웨이 씨가 계속 회장으로서 경영을 한다면, 그 주식의 주가(株價)는 계속해서 뛸 거고요.”
“그래서 당신은 콘웨이 씨의 편을 든 거군요.”
“그래요. 저는 콘웨이 씨의 편을 들기는 하겠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할 용기는 없었어요. 기포드의 변호사들이 눈치 채고 저에게 불리한 증거로 조작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어, 드러내놓고 할 엄두가 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당신은 무슨 방법으로 그 전화를 제가 걸었다는 것을 아시게 되었어요?”
“말하자면 깁니다.” 메이슨이 말했다. “어떤 일이 발생했는데,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를 밝히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되었거든요. 그건 그렇다 치고, 당신은 콘웨이 씨를 레드펀 호텔로 보내셨는데, 왜 그러셨죠?”
“제가 그 사람을 레드펀 호텔로 보냈다고요?” 그녀가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맞습니다! 당신이 분명히 그렇게 하셨어요.” 메이슨이 말했다. “그를 미행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따돌리게 하려고 그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게 만들었어요. 그런 다음 6시 15분에 그에게 전화를 걸어서 말했어요…….”
“제가 6시 15분에 그에게 뭐라고 말했던가요?” 그녀가 물었다.
“다 알고 계시면서……,” 메이슨이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은 그에게 레드펀 호텔로 가서 제럴드 보스웰 씨에게 온 메시지를 달라고 하라고 시키셨죠.”
그녀는 상아 물부리를 집어 들더니 신경질적인 손놀림으로 비틀기 시작했다.
“그러지 않으셨나요?” 메이슨이 물었다.
“전 그러지 않았어요, 메이슨 씨. 레드펀 호텔과 관련된 어떠한 것도 알지 못해요. 저는 콘웨이 씨더러 그곳으로 가라고 말한 적이 없어요.”
“그럼, 그에게 뭐라고 말하셨습니까?” 메이슨이 물었다.
그녀는 생각에 잠기면서 머뭇거렸다.
“패럴 여사, 절 믿으시는 게 당신에게도 유리하리라고 생각됩니다만…….”
“좋아요!” 그녀가 갑자기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이미 많은 것을 알고 계시는 것 같군요. 당신이 신중하게 행동하실 걸로 믿고 말씀드리겠어요. 만약 당신이 잘못 해서, 제가 행한 행동을 기포드가 알아차리기라도 한다면 저는 매우 난처한 입장에 빠질 수도 있어요.”
“당신이 행한 대로만 저에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저는 콘웨이 씨에게 제가 가지고 있던 어떤 정보를 드리고 싶었어요. 위임장을 보낸 사람들의 명단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에게 극히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정확하고도 최신의 정보라고 생각했어요. 그에게 그 명단을 전해주고 싶었어요.”
“그렇담 왜 그에게 우편으로 보내지 않았습니까?”
“제가 이 명단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누군가가 알게 될까봐 겁이 나서 그랬어요. 만약 그 명단을 보낸 사람이 저라는 게 밝혀지고, 회사의 경영권을 놓고 싸우는 상대방에게 제가 그 명단을 보냈다는 사실을 남편이 알게 되면, 법정에서 저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도록 그걸 이용할 게 뻔하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습니까?”
“저는 아주 고심해서 줄거리 하나를 짜냈어요. 콘웨이 씨로 하여금 수상쩍은 약속을 지키러 어딘가에 있는 모텔로 가도록 만들고, 그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가 모텔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안 제가 그 명단을 그의 차안에 집어넣었다고 말해줄 생각이었어요. 저는 이 모든 것을 수상쩍게 뒤죽박죽이 되도록 만들어서, 그로 하여금 제가 기포드의 측근이고 매우 겁먹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들려고 했어요. 모든 일을 함에 있어서 최대한 제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했고요. 그래야 그런 일을 한 게 저라는 것을 콘웨이 씨가 눈치 채지 못할 테니까요.
저는 그와 두 번 연락을 취하려고 했어요. 오늘 밤 그가 미행자를 따돌리고 나면, 여기서 두어 블록쯤 떨어진 어떤 약국의 공중전화 박스로 가도록 했어요. 제가 그곳에 있는 그에게 6시 15분에 전화를 걸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전화를 걸었습니까?”
“전화를 했어요. 그런데 그가 받지 않더군요.”
“저에게 진실을 말하시는 거겠죠?”
“물론이에요.”
“그와 통화를 하지 못하셨으니까, 그에게 레드펀 호텔로 가서 제럴드 보스웰 씨에게 온 메시지를 달라고 하라는 말씀도 못 하셨겠군요?”
그녀는 머리를 가로 저으면서 말했다.
“레드펀 호텔과 관련된 일은 아무 것도 모르겠어요. 물론 그 이름이야 들어봤지만, 그 호텔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걸요.”
“죄송합니다만, 당신이 저에게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진실을 말씀드리고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저는 당신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당신을 그곳에 앉혀놓고 저를 반대 신문하도록 제안한 것도 제가 아니에요. 저는 그런 것을 허락해야할 정도로 콘웨이 씨에게 빚진 것도 없고, 당신에게도 마찬가지예요.”
“아마도 여사 자신에게 스스로 빚진 게 많은가 보죠.” 메이슨이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당신이 주겠다는 정보 때문에 오늘 저녁 한 여자가 레드펀 호텔에서 살해당했어요. 콘웨이 씨는 그 살해된 여자가 발견된 객실로 걸어 들어갔구요. 그는 그가 가야할 곳을 마지막으로 지시 받기로 했던 그 약국으로 전화를 건 어떤 사람에 의해 그곳으로 보내졌어요. 그리고…….”
“그게 그렇게 된 거군요!” 그녀가 외쳤다.
“뭐가요?”
“저는 어느 순간부터 그의 행로를 통제할 수 없게 되었어요. 제가 전화를 걸기 수 분 전에 그곳에 있는 그에게 누군가가 전화를 걸었던 게 틀림없어요. 약속했던 6시 15분보다 1, 2분 정도 전에 그에게 전화를 걸었었는데, 통화중 신호가 났었어요. 6시 15분 정각에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이번에는 응답이 없더군요. 계속해서 벨이 울리도록 두었더니 웬 남자가 전화를 받더군요. 콘웨이 씨라는 분이 그곳에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그 약국의 약사라고 하면서 이곳에는 아무도 없다고 그러더군요. 몇 분 전에 남자 한 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떠났다고요.”
메이슨은 자신의 담뱃갑을 꺼내서, 그녀에게 태우겠냐고 권했다.
“감사합니다만, 제 것이 있어요.”
메이슨은 일어서서 그녀에게 담뱃불을 붙여주려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그에게 앉으라고 하면서, 종이 성냥갑을 집어 들고 자신의 담배에 불을 붙인 다음, 성냥개비를 재떨이에 떨어뜨렸다.
메이슨도 자신의 라이터를 켜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래서요?” 그가 물었다.
“그의 전화가 도청된 것 같아요. 제 건 아닐 거예요. 저는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걸었으니까요. 그런데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보세요. 그가 미행당하지나 않을까 매우 걱정이 되었어요. 제가 그와 접촉한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거든요. 누군가가 그 통화를 엿들었던 것 같아요. 그의 비서는 어떤가요? 그녀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셔요?”
“아는 게 거의 없습니다.” 메이슨이 말했다.
“그럼, 알아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왜냐하면 누군가가 저를 앞질러서 전화를 걸었고, 그를 레드펀 호텔로 보냈기 때문이에요. 저는 그 사람을 그 약국에서 한 블록 반 떨어진 어떤 칵테일 라운지에서 만나자고 말할 예정이었었는데, 그가 미행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당신은 지금 그 주주들의 정확한 명단을 가지고 계십니까, 아니면……?”
“저는 그 명단을 지금 분명히 가지고 있어요.”
“당신이 그걸 어떻게 얻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그녀는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겨 담배만 피우고 있더니, 재빠르고 유연한 동작으로 안락의자에서 일어서면서 말했다. “메이슨 씨, 당신을 믿기로 하죠.”
변호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책장으로 걸어가더니, 지도책을 들어 내리면서 말했다.
“여자가 결혼을 할 때에는, 자기만을 사랑해줄 수 있는 남자를 바라는 거예요. 여자는 보호를 받고 싶어 하고, 안락한 가정을 원하는 거죠. 영원히 함께 할 동반자를 선택하는 거예요.”
메이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당초 기포드 패럴과 결혼하기 전에 더 자세히 알아봤어야 하는데…….” 그녀가 말했다. “그는 바람둥이예요. 그는 가정을 원하지도 않고, 한 여자만을 위해 살지도 않으며, 어느 누구에게도 안락함을 줄 수 없어요. 그는 도박사이며, 투기꾼일 뿐이에요.”
메이슨은 입을 다물고 조용하게 앉아있었다.
패럴 여사는 지도책을 펼쳤다. 그녀는 책갈피 사이에서 8 × 10 정도 크기의 광택이 나는 사진을 꺼내서 메이슨에게 건네주었다.
메이슨이 힐끗 보니, 처음에는 여자의 나체 사진 같았다. 그러다가 다시 자세히 보니 사진 속의 그녀는 초미니의 밝은 색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메이슨은 도발적인 몸매를 보고 있다가, 갑자기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는 전등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패럴 여사는 짧게 웃었다.
“남자들은 다 똑 같을 줄 알았어요. 메이슨 씨, 그녀는 밝은 색의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있어요. 나체가 아니라고요!”
“저에게도 그렇게 보입니다.” 메이슨은 냉담하게 말했다.
“그런데도 그걸 두 번이나 쳐다보고서야 알아채셨군요.”
메이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두 번이나 보았죠.”
그 사진 속에는 몸매가 풍만한 금발의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 오늘 초저녁에 레드펀 호텔의 침대에 죽어 널브러져 있던 여자와 동일인물인 것 같았다.
“당신이 이 사진 속의 여자와 관계가 있다고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패럴 여사가 웃음을 터뜨렸다. “제가 아니라 제 남편과 관계가 있는 거겠죠.”
메이슨은 마치 묻기라도 하듯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패럴 여사는 메이슨에게 대중 잡지에서 잘라냈음직한 종이 한 장을 건네주었다. 그 종이에는 몸매가 좋은 여자가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서 있었고, 맨 위를 가로질러 굵고 검은 글씨로 광고가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이걸 사랑합니다.” 그 아래에는 좀 더 작은 글씨로 다음과 같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걸 사다주는 당신을 사랑하게 될 겁니다. 지금까지 판매된 적이 없는 이 비키니 수영복을 사십시오. 당신의 사랑하는 여인에게 멋있고 친밀한 선물을 하십시오.”
광고는 계속해서 특별히 제작된 비키니 수영복의 장점을 격찬하고 있었다.
“저도 이 광고를 본 적이 있어요.” 메이슨은 무심하게 말했다.
“제 남편은 이 광고를 보고, 우편으로 한 벌을 주문했죠. 그리고 이 젊은 여자를 설득해서 수영복을 입도록 했죠.”
메이슨은 사진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그럼 이것이 포즈를 취하도록 하고 찍은 사진이란 말씀입니까?”
“그래요.”
메이슨은 그 사진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메이슨 씨, 하나 알려드리겠는데요, 그 수영복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입혀졌던가 아니면……, 좋게 말해서 입혀졌다고 하는 거예요……. 당신의 얼을 완전히 빼놓을 정도로 그녀가 아름답다는 것을 아시겠어요?”
“죄송합니다만, 저는 사진의 배경에 관심이 있습니다.”
“글쎄요, 배경은 어두컴컴하고 초점에서 벗어나 있어서 흐릿해요. 메이슨 씨, 당신은 사진에서 알아낼 게 별로 없을 거예요. 그렇지만, 그녀의 다리맵시를 돋보이게 고안된 하이힐의 밑바닥에 있는 깔개의 무늬를 주의해서 보신다면, 매우 분명한 무늬가 보이실 거예요. 메이슨 씨, 그 깔개는 제 남편의 침실에 있는 거예요. 2, 3개월 전에 제가 뉴욕에 간 적이 있는데, 그 동안 찍은 사진이 틀림없어요.”
“그렇군요.” 메이슨이 말했다.
“제 남편은 아마추어이긴 하지만 상당한 사진작가였어요.” 그녀는 쓰디쓰게 말했다. “그는 이 사진 말고도 두 장을 더 찍었어요. 그는 이 여자를 기억할 무엇인가를 가지고 싶었나 봐요.”
“그런데 당신은 이 사진을 어떻게 얻었습니까?” 메이슨이 물었다.
“보통 작업실에 있어야 할 남편의 카메라가, 침실의 옷장 서랍에 들어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어요. 카메라에는 필름이 한 통 들어있고, 세 장이 찍혀있더군요. 메이슨 씨, 저는 천성적으로 비열하고 의심이 많은 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그 필름을 뽑아내고, 다른 필름을 넣어두었어요. 남편이 카메라를 살펴봐도 잘 모르도록 하기 위해서 필름을 넉 장 째로 돌려놓았고요. 그래야 필름을 현상해보고 앞의 세 장이 완전히 공백으로 나타나더라도, 사진을 찍을 때 셔터에 뭔가 고장이 생겼는가 보다 라고 믿을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메이슨은 짧게 대꾸했다. “이 필름에 두 장의 다른 사진들이 있었다고 들은 것 같은데요?”
“맞아요.” 그녀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 사진들은 노출 조정이 잘 되어 있기도 했지만, 모델도 정말로 많이 노출하고 있었어요.”
메이슨은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목소리로 드러나지 않도록 애쓰면서 물었다. “당신은 이 모델이 누군지를 지적할 수 있습니까?”
패럴 여사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녀의 이름은 로즈 M. 캘버트고요, 당신이 믿으실지는 모르겠지만, ‘M’은 ‘겨우살이(Mistletoe)’의 약자예요. 그녀의 아버지가 그 이름을 고집했다고 알고 있어요. 결과적으로 아주 적절한 선택이 되고 말았지만…….
로즈 캘버트는 제 남편의 회계 문제를 다루는 중개 회사의 고용인이었어요. 그 회사는 텍사스 글로벌 회사의 공식적인 회계도 몇 건 다루었다고 생각돼요. 제 남편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로즈 캘버트를……. 사진에서 보셨다시피 아주 멋지게 생겼잖아요.”
“그녀는 아직도 그 중개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까?” 메이슨이 물었다.
“그렇지 않아요. 제가 알기로는, 로즈는 아주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어요. 그녀는 레인 비스타 아파트의 319호실을 소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그 젊은 아가씨가 때때로 사용하는 보금자리 중의 하나에 불과한 것 같더군요. 분명히 편지를 수령하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들르기는 했어요. 저는 그곳을 요 며칠 동안 계속 감시하도록 했었거든요.”
“다른 두 장의 사진은 어디 있습니까?” 메이슨이 상기시키듯 물었다.
“그건요…….”
메이슨은 기대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패럴 여사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걸 보여드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메이슨 씨. 그 사진들은 그들의 우정이 한층 더 진전되었음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이 젊은 여자는 자신의 매력을 남자들에게나 카메라에 드러내 보이는 것에 대하여 전혀 수치심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웬만한 충격에도 끄떡없습니다.” 메이슨이 말했다.
“저는 그렇지 못해요.”
메이슨은 사진 속에 있는 여자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패럴 여사는 다소 씁쓸한 어투로 말했다. “남자들은 다 똑 같다니까……. 그렇게 멋진 몸매도 10년만 지나면 여기저기 군살이 덕지덕지 붙을 거예요.”
“당신 말이 맞는 것 같군요.” 메이슨이 말하며, 사진을 돌려주었다.
“제 남편은 이렇게 생긴 여자들을 좋아해요.” 패럴 여사는 사진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메이슨은 거의 기계적으로 파자마를 입은 패럴 여사를 힐끗 쳐다보았다.
패럴 여사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메이슨 씨. 뭐, 숨길 것도 없군요. 술 한 잔 어때요?”
“좋습니다. 여사께서 제 팔을 비틀어서 강요하신다면, 뭐, 못 이기는 척 따르지요.”
“팔을 내미세요.” 그녀가 말했다.
메이슨은 자신의 팔을 내밀었다.
패럴 여사는 변호사의 손목을 붙잡아 팔 전체를 자신의 몸에 꼭 붙인 다음, 가볍게 비틀었다.
“아윽! 알았습니다! 알았어요! 시키시는 대로 하죠!”
그녀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자, 앉으세요. 부엌으로 가봐야겠어요. 스카치를 드릴까요, 아니면 버번을 드릴까요?”
“스카치로 주세요.” 메이슨이 대답했다.
“소다수는요?”
“같이 주십시오.”
“편안하게 앉아 계셔요. 그렇지만 제가 부엌에 가 있는 동안, 그 사진이 닳을 정도로 들여다보지는 마세요. 나중에라도 그걸 사용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니까요.”
그녀가 자릴 비우자마자, 메이슨은 사진이 숨겨져 있던 지도책이 있는 곳으로 급하게 걸어갔다. 그는 페이지마다 샅샅이 뒤져봤지만 더 이상의 사진은 나오지 않았다.
패럴 여사가 두 개의 높직한 잔을 얹은 쟁반을 들고 방으로 들어섰다.
메이슨은 잔을 들고 불빛에 비춰보았다. “굉장히 독해 보이는데요.”
그녀는 웃었다.
“제게는 당신이 더 완강해 보이는걸요. 당신이 제가 선망하는 인물 중의 하나라는 것도 고백해야겠군요. 저는 당신이 다룬 사건들을 흥미롭게 지켜보았어요. 저는 당신의 투쟁 방법이 마음에 들어요.”
“칭찬, 감사합니다!”
그녀는 잔을 들어올렸다.
“범죄를 위하여!” 메이슨이 말했다.
“우리를 위하여!” 그녀는 잔을 살짝 부딪치고는, 입으로 잔을 가져가는 동안 내내 그와 눈길을 마주쳤다.
메이슨은 그녀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말했다. “저는 당신이 콘웨이 씨에게 제공한 정보를 어떤 방법으로 확보했는지 매우 궁금합니다. 그 주주 명단 말입니다.”
“아, 그거요!”
“어떻게 하셨죠?” 메이슨이 물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얻었어요. 이 로즈 캘버트라는 여자의 거처를 확인한 후부터, 저는 그 여자가 드나드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런데 며칠 전에, 로즈 캘버트가 자신의 아파트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더군요. 그녀가 그 아파트에 그렇게 오랫동안 있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었는데, 타자기를 아주 열심히 두들기고 있더군요.
저는 매우 유능한 탐정 사무소와 계약을 맺고 있었어요. 마침 그때 근무 중이었던 탐정은 수시로 복도 끝에 있는 쓰레기통을 뒤져보곤 했죠. 혹시 로즈 캘버트가 타이핑을 잘못 해서 찢어 버린 조각들을 발견하게 되고, 그걸 조사해서 그녀가 타이핑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말이죠.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그는 기대 이상의 것을 해냈어요. 로즈 캘버트는 제 남편을 위해서 아주 내밀(內密)한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던 거죠. 그녀는 가능한 한 많은 사본(寫本)을 만들고, 사본을 뜰 때마다 새로운 카본지를 쓰도록 지시 받고 있었어요.
타이핑된 자국이 카본지에 얼마나 잘 남는지 아실 거예요. 특히 한 번만 사본을 뜨고 버린 카본지는 더 말할 것도 없죠.
그 탐정이 제게 카본지들을 전해 주었어요. 그때, 캘버트 여사가 제 남편을 위해 타이핑한 내용을 보여주는 완벽한 카본지 세트를 갖게 된 거죠.”
“캘버트 여사라고요?”
“맞아요. 그녀는 결혼했지만 현재 별거 중이에요. 그녀의 남편은 교외 어디선가 살고 있을 거예요.”
“어딘지 아십니까?” 메이슨은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들은 적은 있지만, 잘 모르겠어요. 리버사이드로 가는 도중의 어딘 가라고 하던데……. 그 카본지를 보고 싶으세요, 메이슨 씨?”
“물론이죠.”
그녀는 술잔을 내려놓고 의자에서 우아하게 일어섰다. 책상으로 걸어가서 서랍을 열더니 카본지 묶음을 꺼냈다.
“제가 아는 한, 이것들은 첫 번째 사본을 뜬 카본지예요. 그녀는 원본을 만들고 일곱 개의 사본을 떴어요. 따라서 사본을 뜨고 버린 카본지가 굉장히 많이 있었는데, 저는 그것들을 세밀하게 구분해 냈어요.”
“당신은 그 카본지들을 복사해 두었습니까?”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 대신 사진을 찍어두었죠. 저는 콘웨이 씨에게 카본지의 완벽한 세트 중의 하나를 주려고 했던 거예요. 당신이 여기 오셨고 또 그 사람의 변호사이시니, 그걸 당신에게 드리죠.”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녀는 그를 장난꾸러기처럼 힐끗 쳐다보았다.
“별 말씀을 다 하세요. 당신도 언젠가 저를 위해 뭔가를 해주실 지도 모르잖아요.”
“그걸 누가 알겠습니까?” 메이슨이 말했다.
“당신은 저를 보호해 주셔야 해요, 메이슨 씨. 그 사본이 저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아요. 특히 콘웨이 씨에게는 더 말할 것도 없고요.”
“저를 믿으셔도 됩니다. 그건 그렇고, 부탁 하나 드리겠습니다. 전화 좀 썼으면 좋겠는데요.”
“침실에 있어요. 마음대로 쓰세요.”
메이슨은 술잔을 내려놓고, 침실로 가서 수화기를 들었다.
“어디로 연결해 드릴까요?” 전화교환원이 물었다.
“외선(外線)을 연결해 주시오.” 메이슨이 말했다.
“번호를 말씀해 주시면, 제가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메이슨은 목소리를 낮춘 다음, 글레이드델 모텔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21호실의 벨을 울려줄 수 있어요?”라고 물었다.
“물론이죠, 선생님.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메이슨이 잠시 기다리자, 교환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죄송합니다만, 선생님. 전화를 받지 않는데요.”
“고맙소.” 메이슨은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는 다시 객실로 돌아갔다.
패럴 여사는 긴 의자에 편안하게 누워 있었다. 수놓인 파자마를 통하여 그녀의 육체가 훤히 드러나 보였다.
“전화는 잘 하셨나요?”
“아니오.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어요.”
“서두르지 마세요. 조금 있다가 다시 걸어보시죠, 뭐.”
메이슨은 앉더니 잔을 들고 급히 한 모금 마신 다음 말했다. “이건 정말 독하군요.”
그는 자신의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조롱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당신은 지금 굉장히 초조해하는 것 같군요. 술도 서둘러 마시고요. 원하는 정보를 얻었겠다, 원하는 서류도 얻었겠다, 이젠 서둘러 가야겠다는 표를 확 드러내시는군요. 제가 그렇게도 매력이 없나요?”
“그런 건 아닙니다. 단지 오늘밤에 해야 할 일이 워낙 많아서요.”
그녀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 “밤중에도 일을 하세요?”
“물론입니다.”
“당신이 여기에 계시는 동안, 당신을 좀 더 편안하게 해드리고 좀 더 친해지고 싶었어요.”
“어쩌면 당신 남편이 이 아파트를 감시하도록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아파트에서 남자들을 접대했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군요.”
그녀는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그저 변호사들이란! 메이슨 씨, 다시 한 번 부탁드리건대 로잘린드의 정체를 어느 누구에게도 밝혀서는 안 됩니다. 저를 보호하는 문제는 당신에게 맡겨두겠어요.”
“그리고 이 사진들에 대해서도 발설해서는 안 되겠죠?”
“잠시동안은요.” 그녀가 대답했다.
“그 사진들을 가지고 무얼 하실 겁니까?”
“캘버트 여사의 이름이 널리 알려질 때까지 두고 볼 작정이에요. 그녀가 그렇게 노출을 좋아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서 그 사진들을 출판토록 할 예정이에요.”
“당신은 상당히 복수심이 강한 사람인 것 같군요.” 메이슨이 말했다. “그녀가 남편을 뺏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드셨습니까?”
“천만에요! 그래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요. 여자가 다른 여자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그 여자에게 그대로 느끼고 있어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 여자는 여자 전체를 천하게 보이도록 만들었어요. 제가 보복을 시작하면, 그녀는 기포드 패럴이라는 사람을 생전 보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 거예요.
저를 그렇게 쳐다보지 마세요. 저는 심술궂은 여자예요! 고양이처럼 할퀼 수 있는 발톱도 있고요. 저도 곤경에 처하면 대단히 위험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저는 이거면 이거고 저거면 저거지, 뜨뜻미지근한 것은 싫어요.”
메이슨은 일어서면서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가봐야겠습니다.”
그녀가 갑자기 일어서면서, 손을 내밀었다.
“당신을 더 이상 붙잡지 않겠어요. 더 이상 여기 계시고 싶은 생각도 없으신 것 같고요. 안녕히 가세요.”
메이슨은 둘둘 말린 카본지 뭉치를 겨드랑이에 끼고, 복도로 나섰다.
“안녕히 계십시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훗날 다시 한 번 들려주세요.” 그녀는 은근한 어조로 말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