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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메이슨과 드레이크가 사무실이 있는 빌딩으로 돌아온 것은 그날 저녁 8시 30분이 조금 지난 때였다.
  변호사는 드레이크를 탐정사무소의 불이 밝혀진 문 앞에 남겨둔 채, 복도를 따라 더 걸어갔다. 그는 모퉁이에서 오른쪽으로 돌고, ‘형사변호사 페리 메이슨, 사용(私用)’이라고 표시된 문까지 걸어가서 열쇠를 집어넣고 문을 열었다.
  델라 스트리트가 비서용 책상에 앉아서 신문을 읽고 있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그녀는 신문을 바닥에 떨어뜨리면서 메이슨에게 달려갔다.
  “소장님, 무슨 일이죠? 저……, 살인사건인가요?”
  메이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시체를 발견했죠?”
  “우리가 했지.”
  “그러면 안 되는데!”
  “알고 있소.”메이슨은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그녀를 안심시키듯이 가볍게 두들겼다. “어떻게 된 게 우리는 항상 시체를 발견하는 것 같아.”
  “시체의 신원은요?”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 상당히 매력적인 젊은 여잔데,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더군. 그런데, 우리의 의뢰인은?
  “그는 잘 모셔놨어요.”
  “어디에?”
  “글레이드델 모텔, 기억나세요?”
  메이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텔을 운영하는 사람이 매우 호의적이에요. 그리고 여기서 가깝기도 하고요.”
  메이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지배인에게 직접 부탁했소?”
  그녀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우리는 차를 타고 그곳으로 갔어요. 콘웨이 씨더러 모텔에서 한 블록 반 떨어진 곳에서 저를 내려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는 모텔로 혼자 들어가서 숙박부에 기재하고, 되돌아와서 저를 태우고, 택시를 탈 수 있는 곳까지 바래다주었어요. 그는 지금 21호실에 있어요. 저는 택시로 돌아왔고요. 저는 제 자가용을 이용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 모텔 부근에 주차시켜 놓았을 때 누군가가 제 자동차 번호를 눈여겨볼 지도 모르니까요.”
  “다녀오는 동안 자네가 뭐 알아낸 것이라도 있는가?” 메이슨이 물었다.
  “상당히 많아요.”
  “주로 어떤 것을?”
  “제리 콘웨이 씨는 결혼상대자로는 아주 유망한 총각이에요. 그는 훌륭한 사람인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의 동료들에게도 관심을 보이고, 이끌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기프 패럴은 콘웨이 씨를 위해서 1, 2년 정도 일했는데, 콘웨이 씨가 그를 부지배인으로 승진시켰어요. 이렇게 배려해준 패럴이 조직적으로 자신을 말아먹으려고 한다는 사실을 콘웨이 씨는 1년쯤 지나서야 알게 되었지요. 패럴은 우선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회사의 주요기밀을 빼내서 콘웨이 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방향으로 악용했어요. 사실, 그는 콘웨이 씨에게 해가 되는 일이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어요. 마침내 콘웨이 씨가 이를 눈치 채고 그를 파면시켰지요. 패럴은 이 문제를 중역(重役)들에게 고자질했는데, 물론 그는 수개월 동안이나 준비해 두었었지요. 그는 발생했던 모든 일에 대하여 치밀하게 메모를 해두었고, 중역회의는 볼만했을 거예요.”
  메이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패럴은 거의 성공할 뻔했어요. 만일 비서 중의 하나가 콘웨이 씨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될 뻔했죠. 콘웨이 씨도 자신이 수행하는 사업의 평판을 떨어뜨릴 목적으로 패럴이 회사 기밀을 경쟁사에 유출시켰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죠. 그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나자, 중역들은 패럴을 쫓아내고 말았죠. 패럴은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위임장을 얻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한 거예요.”
  델라 스트리트는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그를 모텔로 데려가는 동안, 그에게 전화를 건 사람의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를 생각해내라고 독려했죠. 그는 그 목소리의 억양은 꾸민 것 같지만, 말하는 속도는 친숙하게 들린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는 그게 누구의 목소리인지를 꼭 집어 말할 수 없다고 했어요.
  저는 계속 생각해 보라고 하고, 어떠한 단서라도 좋으니 생각이 나면 드레이크 씨의 사무실로 전화를 하라고 했어요.
  콘웨이 씨의 비서인 에바 케인은 예전에 전화교환원을 한 적이 있어서 전화상으로 목소리를 듣는 데 익숙하다고 하더군요. 그녀는 그 목소리가 그들 두 사람이 다 알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임에 틀림이 없다고 했답니다.”
  “잘 했네. 그럼 이제 내가 콘웨이 씨와 이야기해봐야겠군. 델라, 이젠 집으로 돌아가도 좋아.”
  그녀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저는 여기에 남아서 요새를 지킬게요. 무엇이든 원하시는 게 있으시면 전화 주세요. 커피 좀 끓여야겠어요.”

  메이슨은 글레이드델 모텔의 불이 환히 밝혀진 사무실을 지나 21호실 앞에서 정차했다. 콘웨이의 차 옆에 주차한 다음, 전조등을 껐다.
  콘웨이는 21호실의 문을 열기는 했지만, 불빛이 비치는 바깥으로 나오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는 문 옆에 선 채로 말했다. “어서 들어오시오, 메이슨 씨.”
  메이슨은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콘웨이는 메이슨에게 의자를 가리키고, 자신은 침대 끝머리에 걸터앉았다.
  “상황이 아주 나쁜가요?” 그가 물었다.
  “목소리를 낮추도록 하시오. 이 모텔의 객실들은 아주 가까이 위치하고 있고, 벽들도 아주 얇을 거요. 상황은 좋지 않아요!”
  “얼마나 나쁜데요?”
  “살인이오!”
  “살인이라고!” 콘웨이는 놀라 외쳤다.
  “이것 보시오!” 메이슨이 주의를 주었다. “목소리를 낮추라니깐!”
  “하느님, 맙소사!”
  “사정이 심각하지 않았더라면, 당신을 여기로 보내 숨겨두려고 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아셨어야죠.”
  “사정이 나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지만 나는……, 참, 누가 살해당한 거요? 패럴이요?”
  “아니오, 어떤 여자입디다.”
  “어떤 여자라고요?”
  “맞소. 젊은 여자요. 내가 당신에게 그 여자의 생김새를 자세히 말해줄 테니까, 그런 여자를 본 적이 있는지를 나에게 말해 주시오. 나이는 스물여섯이나 일곱쯤 되어 보이고,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소. 몸매는 아주 좋았는데, 좀 풍만한 것 같았소. 허리는 가늘었지만, 엉덩이와 가슴은 아주 잘 발달되어 있습디다. 그리고 눈동자 색깔에 어울릴법한 엷은 청색 스웨터를 입고 있었소.”
  콘웨이는 잠시 생각해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그 객실에서 보았던 여자가 아니라면, 전혀 모르겠소. 그 여자는 까만 레이스 속옷을 입고 있었소. 그녀의 눈동자는 밝은 빛깔이었는데, 얼굴에 바른 검은색 진흙 팩 때문에 밝게 보였는지도 모르죠. 하얀 눈자위가 반짝였던 것이 기억나는군요.”
  “당신이 알고 있는 아가씨들 중에서는 어떻소?” 메이슨이 물었다. “내가 묘사한 것에 꼭 들어맞는 사람은 없소?”
  “이것 보시오.” 콘웨이는 조바심을 내며 말했다. “우리 회사만 해도 15명 내지 20명 정도 되는 여자가 있소. 즉석에서 그 묘사에 들어맞는 사람을 꼭 집어 말할 수가 없지요. 참 그 여자가 아름다웠다고 하셨소?”
  “매우 아름답습디다!”
  콘웨이는 다시 한 번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저었다.
  “목소리와 연관시켜서 생각하면 어떻소?” 메이슨이 물었다.
  “그렇게도 해보았는데요.”
  “그 총 좀 봅시다.”
  콘웨이는 메이슨에게 리볼버를 건네주었다. 메이슨은 총을 꺾어서 안을 들여다본 후에, 총 번호를 수첩에 적었다.
  “총 번호를 추적해 보시려고요?” 콘웨이가 물었다.
  “맞소. C 48809로군. 나는 이 번호를 추적해 보겠소. 당신의 비서가 누구요? 그녀는 어디에 살고 있죠?”
  “에바 케인이라고 하는데, 클라우드크로프트 아파트에 살고 있소.”
  메이슨이 말했다. “당신은 내일 아침 9시에 지방검사에게 가서 당신의 이야기를 진술해야 하오.”
  “꼭 해야만 하나요?”
  메이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에게 뭘 이야기해야 합니까?”
  “나도 같이 갈 거요.” 메이슨이 말했다. “내가 8시에 당신을 태우러 오겠소. 가는 동안에 뭘 이야기할 것인지를 상의해 봅시다.”
  “여기로 말이요?”
  “여기로 오겠소.” 메이슨이 대답했다.
  “내 아파트로 돌아가는 것이 어떻겠소?”
  메이슨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왜 안 된다는 거죠?” 콘웨이가 물었다. “내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벌써 알아냈을 리가 없잖소? 나는 칫솔과 파자마, 면도기, 그리고 깨끗한 셔츠 등등이 있으면 좋겠는데…….”
  메이슨이 말했다. “심야 영업하는 약국으로 가시오. 면도기 세트와 칫솔을 사는 것은 좋은데, 깨끗한 셔츠 없이도 지내는 것에 익숙해져야할 거요.”
  “내 아파트로 돌아가면 그들이 나를 알아채리라고 확신하는가요?”
  “당연하죠!” 메이슨이 말했다. “누군가가 당신을 빠뜨리려고 함정을 설치했소. 그 누군가가 언제쯤 그 함정을 발동시킬지를 우린 모르고 있소. 그는 당신을 4, 5일간 꼼짝 못하도록 놓아두었다가 경찰에 살짝 귀띔해서 당신을 잡아들이도록 할 수도 있소. 그때쯤 되면, 그 동안 당신이 잠적했던 것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겠지요. 그와는 반대로, 그 누군가가 내가 이 사건에 개입한 것을 알아차리고, 모든 것을 조사해서 당신에게 조언을 하기 전에, 경찰에 신고해서 당신을 즉각 구속시킬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부터 내일 오전 9시까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겠군요.” 콘웨이가 말했다.
  “그 무슨 말씀을!” 메이슨이 말했다. “아주 바쁜 밤이 될 것 같은데요. 당신은 심야 영업하는 약국으로 가셔서 필요한 것을 사시고, 돌아와서 기다려주시오.”
  “내가 그 총을 가지고 있어야 하오?”
  “당신이 가지고 있어야지요!” 메이슨이 말했다. “그리고 그 총에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시오!”
  “왜죠? 아, 당신이 말씀하시려고 하는 점을 잘 알겠습니다. 만약 내가 그 총을 치워버리려고 한다면, 그들의 손안에서 노는 꼴이 되겠군요.”
  “그 말이 맞아요.” 메이슨이 말했다. “그건 결과적으로 유죄를 인정하는 꼴이 될 테니까요. 당신은 호텔을 나서서 차를 타고 떠날 때까지를, 당신이 하고자 하는 방식으로 진술하면 됩니다.”
  “거기까지만 이야기하면 됩니까?”
  “거기까지면 됩니다!” 메이슨이 말했다. “당신이 어디에서 밤을 지냈는지, 혹은 그와 관련된 기타 등등은 진술할 필요가 없어요. 그들이 관심 있어 하는 부분도 아니고요. 경찰에게 당신이 오전 9시까지 지방검사실로 출두할 거라고 했으니까, 그때까지 그곳에 가면 됩니다.”
  “당신은 이게 뭘 의미하는지를 알고 하시는 거겠죠?” 콘웨이가 물었다. “만약 내가 경찰을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이것으로 인해 나는 불리한 입장에 처하고 말아요. 만약 경찰이 그 여자를 살해한 치명적인 총탄을 내가 발사했다고 나를 구금하거나 고소라도 하면, 주주총회에서 어떠한 일이 발생할지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잘 알고 있어요!” 메이슨이 대꾸했다. “그런데 당신은 왜 처음부터 당신을 빠트리기 위한 함정이 설치되었을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도대체 나는 그게 함정이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어요.”
  “함정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뇨!” 메이슨이 놀라 소리쳤다. “놀랄 노짜로구만! 이건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이란 말입니다. 속옷만 걸친 젊은 여자가 선생에게 총을 들이대고 손을 덜덜 떨면서도 선생을 향하여 다가왔어요. 선생을 향하여 계속 걸어왔단 말입니다!”
  “그게 뭐 잘못된 건가요?”
  “몽땅 다 잘못됐지요!” 메이슨이 말했다. “반(半) 나체인 젊은 여자가 책상 서랍에서 총을 빼들었으면 선생에게서 멀어지려고 뒷걸음질 치면서 선생더러 객실에서 나가달라고 했었어야죠. 그런데 그녀는 선생더러 나가라는 말도 하지 않았죠. 그녀는 선생더러 손을 들라고 하면서, 격침을 뒤로 젖힌 총을 들고 손을 심하게 떨면서 선생을 향하여 계속 다가온 거예요. 선생은 그녀의 손에서 총을 뺏을 수밖에 없었죠. 그녀는 선생에게 그 총을 쥐어주기 위한 모든 일을 다 한 셈이죠.”
  “당신은 그 총이 살인에 쓰인 흉기로 드러날 것이라고 보십니까?”
  “나는 그러리라고 확신하고 있소.” 메이슨이 말했다. “그리고 살해된 젊은 여자는, 위임장을 보낸 주주들의 명부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라는 것도 곧 밝혀질 겁니다.”
  콘웨이는 그 문제에 대해 잠시 동안 깊이 생각했다.
  “그렇군요. 그 일은 함정임에 틀림없겠군요. 그렇지만 말입니다, 메이슨 씨, 자신을 로잘린드라고 하면서 나에게 전화를 걸었던 여자에게는 진실함이 있었다는 분명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걸 끝까지 규명해 보면……. 참, 살해당한 여자는 로잘린드 양이 아닐까요?”
  “그 여자일 확률은 열에 하나도 되지 않아요. 그 여자는 자신을 로잘린드의 룸메이트라고 했고, 그 객실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었죠? 그렇지만 그 객실은 텅 비어있었어요. 의복이나 짐 가방은 물론 스타킹 한 짝도 없었단 말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것이 좀 더 함정 같아 보이지 않을까요? 내가 모함에 빠졌다는 것을 지방검사에게 설명하기가 수월하지 않을까요?
  “설명이야 할 수 있겠죠.” 메이슨이 말했다. “그럼, 우리는 진퇴양난에 빠져 꼼짝 못하는 거죠. 결국 선생의 진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느냐에 모든 것이 달려있죠. 선생이 나에게 말한 대로라면, 그들은 코웃음을 치고 말 거요!”
  “그렇지만 나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데요.” 콘웨이가 말했다.
  “알고 있어요.” 메이슨이 그에게 말했다. “그러나 지방검사는 냉정하고, 적대적이며, 신랄하게 대할 거예요. 그는 당신이 경찰에 곧바로 신고하는 대신, 변호사와 상의한 것을 못마땅해 할 겁니다. 게다가 당신이 얼마만큼이나 함정 속으로 걸어 들어갔는지를 아직도 우린 모르고 있어요.”
  “함정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이죠, 아직도 많이 있을 겁니다.” 메이슨이 말했다. “그런데 내가 아직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어떤 것들이요?”
  “만일 이 함정이 당신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아가려고 했다면, 그들은 다른 방법을 사용했을 거예요. 만일 패럴과 그 일당이 살인을 저지르려고 했다면, 젊은 여자를 죽이고 그 누명을 당신에게 씌우는 것보다는 당신을 직접 죽이는 게 더 쉬웠겠죠.
  그런데 드러난 증거로 판단해보건대, 당신이 걸어 들어올 어떤 종류의 함정을 설치하려고 하다가 무슨 일인가가 발생해서 시체 하나가 손아귀에 떨어지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들은 재빨리 행동해서 살인 함정으로 바꿔치기 한 것 같아요. 그들이 서두르다가 실수를 저지른 셈이죠. 만약 그들이 실수를 한 가지 했다면, 우린 그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요.”
  콘웨이가 말했다. “메이슨 씨, 이 사건에서 내가 바보처럼 보인다는 것은 알지만, 하는 수 없죠, 뭐! 이 로잘린드라는 여자가 진실했고, 그녀가 나에게 주고자 했던 정보를 정말로 가지고 있었으며, 그녀가 위험에 빠졌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요. 그녀는 이 정보를 나에게 전해 주었다는 사실을 누군가가 알아차리기라도 한다면 자신이 살해당할지도 모른다고 했거든요.”
  “그건 이치에 닿는군요.” 메이슨이 말했다. “만약 그 여자가 어떤 형태로든 패럴과 관련되어 있지 않았다면, 당신이 원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없었겠지요. 만약 그녀가 패럴과 관련이 있고 그로부터 벗어나려고 했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녀를 막았겠죠.”
  갑자기 콘웨이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는 손가락을 퉁겼다.
  “뭡니까?” 메이슨이 물었다.
  “생각을 해보았는데요.” 콘웨이가 말했다. “그들이 나를 조여 오는 마당에 내가 여기에 봉처럼 우두커니 앉아서 기다릴 필요가 있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그들을 속일 수는 없을까요?”
  “어떻게요?” 메이슨이 물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곧 좋은 생각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생각이야 좋지요. 그렇지만 당신에게 불똥이 튈 그런 짓은 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당신의 목에 올가미를 조이는 꼴이 될 테니까요.”
  콘웨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빌어먹을! 메이슨 씨, 패럴은 이 일에 연루되어 있어요. 그 여자를 살해한 것도 아마 그 사람일 거요. 그는…….”
  “아아, 잠깐만요.” 메이슨이 말했다. “당신이 걸리도록 설치된 함정이 무엇이고, 또 당신이 얼마만큼 그 함정으로 빠져들었는지를 정확하게 알게 될 때까지는 섣불리 해결책을 고안해 내려고 하지 맙시다.”
  콘웨이는 매우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확신하고 있단 말입니다. 로잘린드란 여자는 진심이었어요. 그녀는 겁을 먹고 있었고요. 만약 누군가가 알아차리기라도 한다면 자신은 살해당할 것이라고 나에게 말했어요……. 패럴이 그 여자의 행동을 눈치 채고…….”
  “그럼 당신은 패럴이 그 여자를 살해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아니오.” 콘웨이가 말했다. “나는 베이커란 놈이나 패거리 중의 하나가 저질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패럴은 당황하게 되고, 나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한 것 같습니다.”
  “그런 점도 한번 고려해봐야겠는데요.” 메이슨이 말했다. “나도 당신 생각을 좇아서 조사해 보기는 하겠지만, 이는 가능성이 있는 생각일 뿐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오.”
  “패럴은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했어요.” 콘웨이가 말했다. “나는…….”
  갑자기 그는 말을 뚝 끊었다.
  “그래서요?” 메이슨이 물었다.
  “내 잠깐 생각해보고 대답하겠소.”
  “좋습니다. 생각해보도록 하시죠. 그러나 현재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게 될 때까지는 함부로 움직이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그 동안 당신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서 내가 그녀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찾아간다고 알려두시오.”
  “그녀에게 발생했던 모든 사실을 모두 다 알려야 할까요?”
  “그녀에게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말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서도 안 되고요.” 메이슨이 말했다. “그녀에게는 단지 내가 방문한다는 것과, 내가 당신의 변호사라는 것, 그리고 최대한 나에게 협조하기를 원한다는 말만 하십시오. 그녀에게 그 외에는 아무 것도 말하지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콘웨이는 선선히 대답했다. “서둘러야겠군요. 할 일이 아주 많으니까요.”
  메이슨은 그를 의심스럽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무슨 할 일이 많다는 겁니까?”
  “전화를 걸어야 하고, 심야 영업하는 약국에 가서 세면도구도 사야지요.”
  메이슨은 그를 유심히 쏘아보았다. “당신은 갑자기 활력이 넘치는 것 같군요.”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즉시 처리하는 것이 내 신좁니다.”
  “좋습니다.” 메이슨이 말했다. “당신 비서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주십시오. 내가 15분 이내에 도착한다고 말해두세요.”
  “그리고 우린 오전 8시에 여기에서 만나는 거구요?”
  “8시 약간 지나서 도착하도록 하지요.” 메이슨이 말했다. “아침 식사를 미리 해두세요. 배가 텅 비어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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