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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번호부에 등재되어 있지 않는 페리 메이슨의 아파트의 전화가 날카롭게 울어댔다.
단지 두 사람만이 그 번호를 알고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은 메이슨이 신임하고 있는 비서인 델라 스트리트였고, 다른 한 사람은 드레이크 탐정 사무소의 소장인 폴 드레이크였다.
출근할 준비를 하고 있던 메이슨은 즉시 수화기를 들었다.
전화선 저쪽에서 폴 드레이크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여보게, 페리! 자네가 담당해야 할지도 모르는 문제가 하나 있네.”
“뭔데?”
“자네, 캘리포니아-텍사스 석유 개발 탐사 회사에서 경영권 다툼이 있다는 소문은 들어봤겠지?”
“그렇게 알고 있네. 지난주 내내 신문에 난 광고를 보았지.”
“그 회사의 회장인 제리 콘웨이가 다른 전화선으로 연결되어서 기다리고 있네. 그는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걸고 있는데, 매우 흥분한 것 같네.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고 생각하고, 자네를 즉시 만나고 싶어 하네.”
“어떤 종류의 함정인 것 같은가?” 메이슨이 물었다. “미인계? 뇌물공여? 아니면……?”
“그는 잘 모르는 것 같네.” 드레이크가 대답했다. “그렇지만 자기가 최근에 발사된 적이 있는 리볼버를 한 자루 가지고 있다고 하네. 물론 내가 중요한 점들은 물어 보았지만, 전혀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하고 있더군. 자네에게는 흥미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는 합당한 금액이라면 언제라도 지불할 수 있으니까, 자네가 이 사건을 좀 맡아 달라고 하네.”
“리볼버라……!” 메이슨이 말했다.
“그렇다네.”
“그가 그 리볼버를 어떻게 해서 갖게 되었다던가?”
“어떤 여자에게서 빼앗았다고 하더군.”
“어디에서?”
“어떤 호텔의 한 객실에서라고 하더군.”
“그가 그 여자를 호텔로 데려갔다고 하던가?”
“그렇지는 않다고 하던데……. 그가 객실 열쇠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여자가 그리로 들어와서 총을 들이댔다고 하더군. 방아쇠에 건 그녀의 손가락이 너무 떨리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되어 그가 총을 빼앗았다고 하네. 총이 최근에 발사되었다는 것은 그가 그 호텔을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는데, 그것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네.”
“그것 참 웃기는 이야기로군!” 메이슨이 말했다.
“나도 그런 생각이 들더군.” 드레이크가 메이슨에게 말했다. “어쨌든 콘웨이라는 작자가 함정에 빠졌고 자신을 변호하기 위하여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늘어놓게 하기보다는, 적어도 남들이 납득할 수 있는 거짓말이라도 조언할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겠나?”
“다 자기 입맛대로 거짓말을 꾸며보라고 하면 되지 않겠나, 폴?”
“흐유……. 알겠네만, 그래도 자네라면 그런 거짓말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는 지적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도 이 전화를 들을 수 있는가?”
“그렇지 않네.”
“그럼 의뢰비로 1천 달러를 낼 수 있나 물어보게. 만약 그가 승낙한다면 내가 곧 감세.”
“잠깐만 기다려 보게.” 드레이크가 말했다. “다른 회선에 나와 있는 그와 이야기해 볼 테니까.”
잠시 후에 드레이크의 목소리가 다시 전화 속에서 들려왔다. “여보게, 페리?”
“응, 여기 있네.”
“콘웨이는 2천 달러라도 내겠다고 하네. 그는 굉장히 걱정하고 있어. 그는 함정에 깊숙이 빠졌다고 생각하고 있네.”
“됐네.” 메이슨이 말했다. “그럼 그에게 자네 사무실로 당장 오라고 해서 1천 달러짜리 수표에 서명을 받아 놓게. 그리고 필요할지 모르니까 유능한 탐정 몇 명을 대기시켜 놓게. 나도 곧 그곳으로 가겠네.”
메이슨은 전등을 끄고 아파트를 나섰다. 그리고 폴 드레이크의 탐정 사무소로 차를 몰았다.
제리 콘웨이는 메이슨이 사무소로 들어서자 벌떡 일어서서 반겼다. “메이슨 씨, 아무래도 전 무언가의 함정에 빠진 것 같습니다. 얼마나 나쁜 함정인지는 잘 모르겠고요. 하지만……, 어쨌든 이 경영권 쟁탈전에는 무수히 많은 금전적인 문제가 걸려있어요. 따라서 상대편 놈들은 어떤 일이라도 저지를 수 있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놈들을 저지해야 합니다!”
드레이크는 책상 위로 콘웨이가 서명한 수표를 메이슨에게 건네주었다. “여기 의뢰비로 콘웨이 씨가 서명한 수표가 있네.”
“내가 말한 대로 탐정들을 대기시켜 놓았나?”
드레이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메이슨은 의자를 들어 등받이가 콘웨이가 앉아있는 쪽으로 향하도록 돌려놓았다. 그리고 등받이에 팔꿈치를 올려놓고 앉으면서 말했다. “자, 콘웨이 씨, 말씀해 보시지요.”
“이렇게 이야기나 하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요.” 콘웨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던…….”
“상황이 어떤지도 모르고 조사를 할 수는 없지요.” 메이슨이 말했다. “당신이 나에게 이야기 할 시간은 있어요. 대신 빨리 하셔야 합니다. 자, 어떻게 된 이야긴지 처음부터 말씀해 보시죠.”
“이 일은 전화가 걸려온 데서부터 시작되죠.”
“누구에게서 걸려온 건가요?” 메이슨이 물었다.
“자신의 이름을 로잘린드라고 소개한 한 젊은 여성으로부터요.”
“그 여자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왜 확실히 모르겠다고 하시는 거지요?”
“오늘 저녁에 로잘린드의 룸메이트라고 하는 젊은 여성을 만났거든요. 나는 걱정이 됩니다.”
“계속하시죠.” 메이슨은 말허리를 잘랐다. “우선 이야기를 끝내세요! 당신에게 유리하게 각색하지 말고, 있었던 그대로 자세하게 말씀하세요.”
콘웨이는 사실대로 이야기를 했다. 메이슨은 의자 등받이 위에 올려놓은 팔꿈치에 턱을 괴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집중하면서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질문도 하지 않고, 필기도 하지 않은 채 무표정하게 듣기만 했다.
콘웨이가 이야기를 끝냈을 때, 메이슨은 물었다. “그 총은 어디에 있죠?”
콘웨이는 총을 바지 주머니에서 꺼냈다.
메이슨은 총에 손을 대지 않은 채로 말했다. “탄창을 열어보세요.”
콘웨이는 탄창을 열어서 메이슨에게 보여주었다.
“불빛이 잘 비치도록 이쪽으로 돌려보세요.”
콘웨이는 시키는 대로 했다.
“빈 탄피를 빼내세요.” 메이슨이 말했다.
콘웨이는 탄피를 빼내었다.
메이슨은 몸을 앞으로 굽혀 총구와 탄피의 냄새를 맡았다.
“좋습니다.” 그는 여전히 총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말했다. “그 총을 다시 당신 주머니에 넣어 두세요. 그리고 그 호텔 객실의 열쇠는 어디 있는가요?”
“여기 있습니다.”
“이리 주시죠.”
콘웨이가 열쇠를 건네주자 메이슨은 잠시 살펴본 다음,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메이슨은 드레이크를 보면서 말했다. “폴, 나랑 같이 좀 가면 좋겠네.”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콘웨이가 물었다.
“여기에서 기다리시오.”
“이 총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무 짓도 해선 안 됩니다!”
“경찰에 신고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직은요.”
“왜죠?“
“우리가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 지를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객실 안에 있던 여자는 어떻던가요?”
“뭐가 어떻다는 거죠?”
“실제로 겁을 먹고 있는 것 같던가요? 아니면, 연극을 하는 것 같던가요?”
“손을 덜덜 떨고 있었고, 총구가 흔들거리기는 했지만…….”
“그녀가 침실에서 나올 때, 단지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고 있었다고 했던가요?”
“틀림없어요.”
“보기 좋던가요?”
“어쨌든 몸매가 다 드러나 보였으니까요.”
“그런데도 부끄러워하는 기색은 없던가요?”
“그녀는 겁을 먹고 있었다니까요.”
“그건 달라요. 그녀가 부끄러워하던가요?”
“저……, 내가 보기에는 그런 기색은 없었고, 단지 겁을 먹고 있었던 것 같았어요. 그녀는 몸을……, 음……, 가리려고 하지 않았으니까요.”
“몇 살이나 되어 보이던가요?”
“20대 후반쯤이나 될까요?”
“머리카락 색깔은요?”
“머리에 타월을 뒤집어쓰고 있어서 내가 본 것은 목덜미 아래쪽뿐이었어요. 그게 다예요.”
“눈은요?”
“뭐라 설명드릴 수 있을 만큼 자세히 보지 못했어요.”
“반지 같은 것은요?”
“보질 못했어요.”
“그녀는 총을 어디에서 꺼내던가요?”
“분명히 책상에서 꺼내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는요?”
“그녀는 마치 내가 자신을 덮치기라도 할 것처럼 생각되었나 봐요. 가진 돈을 몽땅 다 내놓겠다고 하면서 해치지만 말아달라고 애원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전화 속의 로잘린드의 목소리처럼 들리던가요?”
“그렇진 않았어요. 얼굴에 바른 진흙 팩이 굳어졌던지 입술이 잘 움직이지 않더군요. 진흙 팩이 어떤 지는 잘 아시잖아요? 마치 잠꼬대하는 목소리처럼 아주 탁하게 들렸어요. 로잘린드의 목소리와는 달랐어요.
나는 로잘린드의 목소리를 이전에 들어본 적이 있어요. 그것도 꽤 자주 들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말하는 속도나 뭐나를 고려해 봐도 로잘린드의 목소리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당신은 호텔에 있던 여자가 로잘린드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군요?”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확신하지는 못하시는군요?”
“나는 아무 것도 확신할 수가 없어요.”
“내가 전화할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리세요.” 메이슨이 말했다. 그리고 그는 탐정 쪽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지, 폴.”
메이슨은 사무실을 가로질러 가서 문을 열었다.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것을 기다리면서 드레이크가 물었다. “내 차로 가는 건가, 아니면 자네 차로 가는 건가?”
“내 차로 가도록 하지.” 메이슨이 대답했다. “바로 여기에 있네.”
“자네가 몰아대는 차를 타려면 나는 죽었군.” 드레이크가 걱정된다는 듯이 말했다.
메이슨은 미소 지었다. “아, 아……, 걱정하지 말게. 더 이상 과속은 하지 않을 테니까. 존 탈머지가 덴버 뉴스 지(紙)의 교통란 담당자였을 때, 내 뒤를 열심히 쫓아다니면서 일일이 감시를 했다네. 그리고 그것을 보도하곤 했지.”
“그럼, 이제 얌전히 운전하는 건가?” 드레이크가 물었다.
“한번 두고 보게나.” 메이슨은 인정했다.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믿기로 하지.”
메이슨은 모든 교통규칙을 충실히 지키면서 레드펀 호텔로 차를 몰았다. 그리고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켰다.
“자네의 신분을 밝힐 건가?” 드레이크가 물었다.
메이슨은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표면에 나서지 않을 생각이네. 자네가 프런트로 가서 보스웰 씨에게 온 메시지가 없나 물어보게.”
드레이크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렇게 해 보면, 콘웨이가 와서 똑같은 질문을 한 것을 프런트계가 기억하고 있는지를 알아낼 수 있을 걸세. 만약 그가 기억하고 있다면, 자네를 의심하고 이것저것 캐물을 걸세. 그때 가서 자네의 신분을 밝히고, 그곳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하세.”
“만약 그가 기억하지 못한다면?” 드레이크가 물었다.
“그러면,”하고 메이슨이 말을 이었다. “자네가 프런트계와 일부러 오랫동안 이야기하면서 자네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들게. 만약 누군가가, 프런트계로 하여금 보스웰에게 온 메시지를 찾았던 사람이 누구였던가를 확인하도록 할 때, 프런트계가 헷갈리도록 말일세.”
“만약에 보스웰이라는 이름으로 투숙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구내전화를 걸어서 제럴드 보스웰이라는 사람과 통화하고 싶다고 해봐야겠네. 보스웰이라는 사람이 투숙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겠지. 만약 그런 사람이 없다면, 729호실로 올라가 한번 살펴봐야겠네.”
“무엇하러?”
“혹시 진흙 팩을 뒤집어쓰고 있었던 여자를 발견할 지도 모르니까…….”
두 사람은 호텔로 들어가 전화교환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메이슨은 먼저 729실에 투숙한 제럴드 보스웰 씨를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응답이 없었다.
“가 보게, 폴.” 메이슨은 말하면서 그에게 열쇠를 건넸다.
드레이크는 프런트로 걸어가 조용하게 서 있었다.
장부 정리를 하고 있던 프런트계가 그를 쳐다보더니, 카운터로 다가왔다.
“보스웰 씨에게 온 메시지가 있어요?” 드레이크가 물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는데요?”
“제럴드요.”
프런트계는 서류 선반으로 다가가 “B”라고 표시된 한 무더기의 봉투를 꺼내더니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멈추고서, 드레이크를 쳐다보며 물었다. “손님은 요전에 여길 들르셨죠, 보스웰 씨? 제가 봉투를 하나 드리지 않았던가요?”
드레이크는 미소를 지었다. “아, 아……, 그것 말고, 최근에 도착한 메시지가 없냔 말이오?”
“확실히 아무 것도 없습니다.” 프런트계가 대답했다. “제가 손님께 드렸던……, 가만히 계셔요. 손님이 맞는가요?”
드레이크는 무심하게 말했다. “아, 그 봉투 말이지……. 그 후로 온 것은?”
“없습니다!”
“확실한가?”
“물론이죠.”
“다시 한 번 찾아봐 주시오.”
프런트계는 다시 한 번 서류더미를 찬찬히 살펴보더니 드레이크를 의심스럽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보스웰 씨. 혹시 신분증 같은 것 가지고 계시나요?”
“물론이지.” 드레이크가 말했다.
“제가 좀 봐도 될까요?”
드레이크는 729호실의 열쇠를 꺼내서 카운터 위로 가볍게 던졌다.
“729호실이군요.”
“맞네.”
프런트계는 숙박부가 있는 곳으로 가서 729호실의 투숙객 이름을 살펴보더니, 사과하는 듯한 투로 말했다.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보스웰 씨. 확실히 하기 위해서 실례를 했습니다. 만약 새로 온 메시지가 있다면 바로 여기 열쇠 박스에 있을 텐데, 아무 것도 없군요……. 혹시 선생님께서 오늘 저녁때쯤 다른 사람을 시켜서 메시지가 있는지를 확인하신 적은 없습니까?”
“내가 말이오?” 드레이크는 놀란 척하며 물었다.
프런트계는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한 소리하지 마시오. 내 다리가 이렇게 성성한데……. 내게 온 메시지는 내가 와서 가져가지.”
“오늘 저녁때쯤 제가 선생님께 편지 한 통을 드리지 않았던가요?”
“갈색 마닐라 봉투 안에 메시지가 하나 들어있었지.” 드레이크가 말했다.
프런트계의 얼굴이 안심이라는 듯이 밝아졌다.
“그 메시지를 엉뚱한 사람에게 잘못 건네주지 않았나 하고 잠시 동안 조마조마했습니다. 어쨌든 감사합니다.”
“천만의 말씀!” 드레이크는 대답하고, 열쇠를 집어 들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메이슨도 드레이크를 따라 걸어갔다.
엘리베이터 걸은 싸구려 소설책을 읽고 있었다. 소설책의 겉표지에는 팬티와 브래지어만 걸친 아름다운 여인이 정장을 한 남자와 이야기하고 있는 장면이 그려져 있었다.
엘리베이터 걸은 메이슨과 드레이크가 들어서도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다만 엘리베이터가 그들이 들어서면서 약간 흔들거리자, 읽고 있던 페이지에 집게손가락을 끼고 소설책을 덮었다.
“몇 층 가세요?” 그녀가 물었다.
“7층으로.” 드레이크가 대답했다.
그녀는 껌을 딱딱 씹기 시작했다.
“무슨 책을 읽고 있었소?” 드레이크가 물었다.
“소설책인데요.” 그녀는 짧게 대답하며, 처음으로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았다.
“상당히 외설적인 책 같은데…….” 드레이크가 말했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내가 읽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그럴 리가 있나!” 드레이크가 말했다.
“만일 흥미 있으시면, 신문 가판대에서 25센트를 내고 사 보세요.”
“나야 흥미가 있지.”
그녀는 다시 한 번 드레이크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렇지만 25센트나 주고 살 가치가 있을는지는 모르겠군.” 드레이크는 덧붙여 말했다.
그녀는 눈길을 돌리고 입술을 삐죽거리더니 엘리베이터를 정지시켰다. “7층이에요.”
메이슨과 드레이크는 엘리베이터를 내려서 복도를 걸어갔다.
엘리베이터 걸은 엘리베이터를 아래층으로 내리지 않고 7층에 정지시켜 놓았다. 그녀는 두 사람이 복도를 걸어가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729호실로 곧장 갈 텐가?” 드레이크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 여자애가 계속 우리를 주시하고 있는데…….”
“물론이지.”
“그녀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니까!”
“목격자야 많을수록 좋지.”
메이슨은 729호실의 문 앞에 섰다. 그는 노크를 두 번 했다.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드레이크는 열쇠를 꺼내 들고, 메이슨을 쳐다보았다.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드레이크는 열쇠를 집어넣고 돌렸다.
기름칠이 잘 되어있었던지 소리도 없이 객실 문이 열렸다. 방안에 불은 켜져 있었지만, 인기척은 없었다.
메이슨은 객실 안으로 들어서며 문을 닫았다. 그리고 소리쳐 불렀다. “아무도 안 계십니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메이슨은 반쯤 열려있는 침실 문으로 걸어가서 가볍게 노크를 했다.
“누구 없어요?” 메이슨은 다시 한 번 물어 본 다음,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나서 침실 문을 활짝 열었다.
갑자기 그가 뒷걸음질 치며 물러 나왔다.
“폴, 이것 좀 보게나!”
드레이크는 메이슨의 곁으로 다가가서 보았다. 웬 여자가 트윈 베드 중의 하나에 가로질러 엎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왼팔과 머리가 침대 저쪽 끝에서 덜렁거리고 있었고, 금발이 팔 옆에 흐트러져 있었다. 그녀는 엷은 하늘색의 꼭 끼는 스웨터를 입고 있었는데, 왼편 가슴에 맞은 총알구멍으로부터 쏟아져 나온 피로 자줏빛 얼룩이 번져 있었다. 오른팔은 마치 얼굴을 때리는 무엇인가를 피하려는 듯이 들어 올려진 채로 괴상한 모양으로 굳어 있었다. 짧은 치마가 흐트러져서 나일론 스타킹을 신은 다리가 보였다. 다리는 발목이 교차된 채로 구부러져 있었다.
메이슨은 시체처럼 보이는 것으로 다가가 손목을 만져본 다음, 위로 쳐들려진 오른팔을 약간 힘을 주고 콕콕 찔러보았다. 그리고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침대의 반대쪽으로 돌아가 왼팔을 만져보았다. 왼팔은 어깨로부터 떨어져나간 듯이 덜렁거렸다.
드레이크가 말했다. “맙소사, 페리. 우리는 지금 몹시 난처한 상황에 빠져 있네. 가능한 한 빨리 경찰에 신고해야만 하네.”
메이슨은 눈살을 찌푸리며 뭔가 골똘히 생각하면서 시체를 쳐다보고 있다가 말했다. “물론이지, 폴. 신고해야 하겠지.”
드레이크가 객실 안에 있는 전화 쪽으로 서둘러 갔다.
“여기서는 안 돼! 그리고 지금 해서도 안 되네!” 메이슨이 날카롭게 말했다.
“아니, 아니네! 신고해야만 하네!” 드레이크가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증거를 은닉하는 것이 되고, 종범(從犯)이 될 수도 있네. 콘웨이를 경찰에 넘기고, 그로 하여금…….”
“콘웨이를 경찰에 넘기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메이슨이 말허리를 잘랐다. “콘웨이는 내 의뢰인이란 말일세.”
“그렇지만 그는 이 일과 관련이 있지 않은가!”
“그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자네는 어떻게 아나?”
“그가 인정했지 않은가!”
“그가 뭘 인정했단 말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한, 그가 이 객실을 떠날 때는 시체가 없었네. 이 시체는 그가 이 객실을 떠날 때 있었던 여자가 아니네. 만일 이 시체가 그녀라면, 콘웨이가 이 방을 떠난 후에 옷을 입었겠지.”
“도대체 자넨 무얼 하려고 하는가?” 드레이크가 물었다.
“이리로 오게.” 메이슨이 그에게 말했다.
“이것 보게, 페리. 나는 사립탐정 면허증을 가지고 있다네. 경찰이 내 면허증을 박탈할 수 있네. 그들이…….”
“그까짓 건 무시하게나.” 메이슨이 말했다. “내가 이 모든 것을 주도했고, 자네는 내 지휘에 따라 움직이지 않았나? 내가 모든 책임을 짐세. 이리 오게!”
“어디로 말인가?”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전화박스로 가세. 그렇지만 나가기 전에 얼른 한번 둘러보기로 하세.”
“안 돼, 페리. 안 되네. 아무 것도 만져서는 안 돼. 자네도 잘 알고 있잖은가?”
“잠깐 한번 둘러보자는 건데, 뭐 어떤가?” 메이슨이 말했다. “욕실 문은 조금 열려 있고……. 짐 가방도 없고, 옷 한 벌 없구먼. 콘웨이가 말하길 그 여자는 속옷을 입고 있었고, 로잘린드의 룸메이트처럼 보였다고 했는데. 이곳은 사람이 묵고 있는 장소처럼 보이진 않는군.”
“이보게, 페리, 제발…….” 드레이크는 항의를 했다. “이건 함정이란 말일세. 우리가 이곳을 헤집고 있는 이때에 만약 경찰이 들이닥치기라도 한다면, 우린 죽은 목숨이네. 우리가 전화로 신고하려고 했다고 주장해봤자, 그들은 코웃음이나 치겠지. 그리고 우리가 무얼 헤집고 다녔는지를 알아내려고 할 걸세.”
메이슨은 벽장문을 열었다. “폴, 자네를 데려오지 말걸 그랬네.”
“아, 진작 그러지 그랬나!” 드레이크가 말했다.
메이슨은 텅 빈 벽장을 눈여겨보았다.
“다 됐네, 폴. 이제 로비로 내려가서 전화를 걸기로 하세. 이건 함정이 틀림없네. 자, 가세.”
드레이크는 메이슨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엘리베이터 걸은 엘리베이터를 다시 7층에 정지시켜 놓고 있었다. 그녀는 무릎을 꼰 채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소설책을 보고 있었지만, 책보다는 자신의 자태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메이슨과 드레이크가 엘리베이터로 들어서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읽고 있던 페이지에 집어넣으면서 책을 덮었다. 그녀는 폴 드레이크를 힐끗 쳐다보았다.
“내려가세요?” 그녀가 물었다.
“내려가지.“ 메이슨이 대답했다.
그녀는 엘리베이터를 1층으로 내려가도록 조정하면서 다시 한 번 드레이크를 쳐다보았다.
드레이크는 깊은 생각에 잠겨서 그녀 쪽은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메이슨은 로비를 가로질러 전화박스로 가서, 10센트짜리 동전을 집어넣은 후 델라 스트리트의 전화번호를 돌렸다.
델라 스트리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델라, 옷을 제대로 잘 차려 입고 있나?” 메이슨이 물었다.
“괜찮은 것 같은데요.”
“그럼, 좋아. 우선 차를 타게. 그리고 폴 드레이크의 사무소로 가게. 그곳에 가면 남자가 한 명 있을 걸세. 그 자의 이름은 콘웨이라고 하네. 델라, 자네의 신분을 밝히고, 내가 자네를 따라가라고 그랬다고 말하게. 그를 그곳에서 데리고 나오게.”
“어디로 가면 되죠?”
메이슨이 말했다. “레드펀 호텔이 아니라면 어디라도 좋네.”
델라 스트리트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또 달리 주의할 일이라도 있나요?"
"꼭 그 자신의 이름으로 투숙하도록 하게.“ 메이슨이 말했다. ”알아들었나?"
"물론이죠, 소장님.“
“좋아. 내 말을 주의해서 듣게. 그는 웬 여자의 목소리를 전화상으로 들었네. 그는 그 여자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네. 목소리 자체는 위장을 하고 있지만, 말하는 속도를 예전에 들은 적이 있다는 거야…….
이젠 그가 그 목소리를 확실하게 밝혀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되었네. 그를 닦달하게. 그로 하여금 기억을 짜내도록 하게. 내가 빨리 그 해답을 필요로 한다고 그에게 말하게.”
“무엇 때문에 이렇게 서둘러야 한다고 말해야 하나요?” 델라가 물었다.
“내 지시가 그렇다고 말하면 되네. 그 목소리의 어디가 낯설지 않은지를 기억해내야 한다고 말하게.”
“알겠어요. 그게 전부인가요?”
“그게 다네. 빨리 움직이도록 하게. 시간이 별로 없네. 그를 호텔에 투숙시킨 후 곧 바로 사무실로 돌아오게. 조심해서 움직이되, 빠르게 행동해야 하네.”
“소장님은 지금 어디에 계셔요?”
“레드펀 호텔이네.”
“제가 그곳으로 갈까요?”
“필요 없네. 내가 어디에 있든지 나에게로 와서는 안 되네. 콘웨이를 숨기고 난 다음 사무실로 돌아가서 기다리도록 하게.”
“잘 알겠습니다, 소장님. 곧 출발하도록 하죠.”
메이슨은 전화를 끊고, 다시 10센트짜리 동전을 집어넣은 후 경찰본부로 전화를 걸었다. “강력계 좀 부탁합니다.”
잠시 후 강력계가 연결되자 말했다. “변호사 페리 메이슨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웬 남자의 목소리가 대답했다. “홀코움 경사가 여기 있는데, 그를 바꿔드리죠.”
“아하. 기다리죠.” 메이슨이 말했다.
홀코움 경사의 목소리가 전화에서 흘러나왔다. “전화 바꿨습니다, 메이슨 씨.” 그는 지나치게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밤에는 무얼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한 가지만 해주면 되오.” 메이슨이 말했다. “레드펀 호텔의 729호실로 가서 침실의 트윈 베드 중의 하나에 널브러져 있는 젊은 여자의 몸뚱이를 조사해 보시오. 나는 아무 것도 손대지 않으려고 조심했지만, 얼핏 보기에 죽은 것 같습디다.”
“지금 당신, 어디 있소?” 홀코움은 날카롭게 물었다.
“레드펀 호텔의 로비에 있는 전화박스 안에 있소.”
“그럼 당신은 이미 그 방에 가 봤겠구먼?”
“당연하지요.” 메이슨이 말했다. “내가 초능력자가 아닌 이상, 그곳에 시체가 있다고 이야기할 때는 바로 시체를 봤다는 뜻이죠.”
“왜 그 객실 안에 있는 전화로 신고하지 않았소?”
“혹시 지문이라도 뒤섞일까봐 그랬지요.” 메이슨이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로비로 내려와서 이곳에 있는 전화를 사용하여 신고한 것이죠.”
“이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말한 적이 있소?”
“당신에게 알렸잖소!”
홀코움이 말했다. “우선 순찰차가 그곳에 2분 내로 도착하도록 조처하겠소. 나도 15분 내로 도착하도록 해 보겠소.”
“기다리도록 하지요.” 메이슨이 말했다. “참, 그 객실은 문이 잠겼소.”
“그러면 당신은 어떻게 들어갔었소?”
“나는 열쇠가 있거든요.”
“잘하는 짓이구먼.”
“아, 그렇다니까요.”
“도대체 그 객실에 누가 투숙한 거요?”
“제럴드 보스웰이라는 사람이 잡아놓았던 거요.”
“당신이 아는 사람이오?”
“내가 아는 한,” 메이슨이 말했다. “그런 사람은 전혀 본 적이 없소.”
“그러면 어떻게 해서 그 객실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거요?”
“누가 줍디다.”
“당신, 그 자리에 꼼짝 말고 기다리시오.“ 홀코움이 말했다.
메이슨은 전화를 끊고 폴 드레이크에게 말했다. “자, 그럼 경찰 아저씨들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 보도록 할까?”
변호사는 두툼한 가죽 의자 중의 하나에 걸터앉았다.
드레이크도 잠시 후에 옆에 있는 의자에 엉거주춤 앉았다. 그는 몹시 불행해 보였다.
프런트 데스크 뒤에 있던 프런트계가 그들을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메이슨은 담배 케이스를 주머니에서 꺼내, 담배 한 개비를 집어 들었다. 담배 끝을 툭툭 케이스에 두들긴 다음, 불을 붙이고 한 모금 길게 들이마셨다.
“내가 그들에게 도대체 뭐라고 말해야 하나?” 드레이크가 물었다.
“이야기하는 건 나에게 맡겨두게.” 메이슨이 대답했다.
그들이 채 1분도 기다리지 않아서 호텔 문이 열리고 정복 경찰 한 명이 들어섰다. 그는 프런트로 걸어가서 직원과 간단하게 이야기했다.
깜짝 놀란 듯한 프런트계가 메이슨과 드레이크가 있는 쪽을 가리켰다. 경찰은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당신들이 시체가 있다고 신고한 사람들이오?” 경찰이 물었다.
“맞습니다.” 메이슨이 대답했다.
“시체는 어디에 있소?”
“729호실에 있소.” 역시 메이슨이 대답했다. “열쇠가 필요하시겠지요?”
변호사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경찰에게 건네주었다.
“강력계에서 당신들더러 이곳에 있으라고 합디다. 그들이 도착할 때까지 그 객실을 봉쇄해야겠소.”
“알아서 하시오.” 메이슨이 경찰에게 말했다. “우리는 기다리지요.”
“당신이 페리 메이슨이오?”
“그렇습니다.”
“그럼, 이 사람은 누구요?”
“사립탐정, 폴 드레이크요.”
“당신들은 어떻게 해서 그 시체를 발견하게 된 거요?”
“우리야 문을 열고 들어갔지요.” 메이슨이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지금 우리의 진술을 들을 작정이요, 아니면 올라가서 증거를 인멸하려는 사람이 있지 않은지 살펴볼 작정이요?”
경찰은 딱 잘라 말했다. “이곳을 떠나서는 안 되오!” 그는 열쇠를 집어 들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급히 걸어갔다.
흥분한 프런트계는 전화 교환대에 있는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잠시 후 그녀는 허둥지둥 하며 전화를 여러 통 걸었다.
메이슨은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
“그들이 우리들로 하여금 전모(全貌)를 털어놓도록 만들 거야.” 드레이크가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겠지.” 메이슨이 말했다. “우리가 경찰을 위하여 추리해줄 필요는 없고, 단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증거를 제시하면 되네.”
“그러면 우리 의뢰인의 이름은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의뢰인이 아니네.” 메이슨이 날카롭게 말했다. “내 의뢰인이지. 그는 자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네. 내가 자네 의뢰인일 뿐이야.”
메이슨은 프런트로 걸어가서 선반에서 봉투를 하나 집어든 다음, 자기 사무실의 자기 앞으로 주소를 쓰고 우표를 한 장 붙이고서는 우편함 쪽으로 걸어갔다.
드레이크는 그의 곁으로 가서 섰다.
메이슨은 콘웨이가 준 1천 달러짜리 수표를 주머니에서 꺼내서 봉투 안에 집어넣은 다음, 봉투를 봉하고 우편함에 집어넣었다.
“왜 그러나?” 드레이크가 물었다.
“누군가가 나를 아무런 죄목(罪目)으로 걸어 넣고 내 몸을 수색할지도 모르잖아.” 메이슨이 말했다. “홀코움 경사조차도 1천 달러짜리 수표가 우리가 레드펀 호텔을 방문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할 거야.”
“나는 이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네.” 드레이크가 말했다.
“누구는 마음에 드는 줄 아는가?” 메이슨이 물었다.
“우리는 콘웨이의 이름을 전혀 드러내서는 안 되겠지?”
“왜 아니겠나? 콘웨이는 어떠한 살인도 저지른 적이 없어.”
“그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자넨 어떻게 아나?”
“그가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으니까.”
“그가 총을 가지고 있는데…….”
“무슨 총 말인가?”
“살인 흉기로 사용된 총 말일세.”
“그 총이 흉기라는 것을 자네가 어떻게 아는가?” 메이슨이 물었다.
“아마 틀림없을 걸세.” 드레이크가 말했다.
“내가 이전에도 말했다시피,” 메이슨이 말했다. “경찰문제와 관련된 일에 있어서는 우리가 추측을 하거나 결론으로 비약되어서는 안 되네. 우리는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해주면 되는 걸세.”
“그들이 우리에게서 다 짜내고 말거야.”
“나에게서는 불가능하겠지. 그리고 그들도 감히 그러려고 하지 않을 거고…….” 메이슨이 말했다.
“그들이 내 사무실에 있는 콘웨이를 발견하게 될 텐데…….”
메이슨은 머리를 가로 저었다.
“바로 그거로구먼!” 드레이크가 말했다. “자네가 걸었던 첫 번째 전화가 바로 그 일을 처리하려고 했던 거였군!”
메이슨은 기지개를 켜고, 담배 케이스를 집으면서 말했다. “폴, 자네는 경찰에 진술할 때 추측이 아닌 사실만 이야기하게. 그들이 관심 있어 하는 것도 바로 그걸 테고…….”
드레이크는 안절부절못하면서 손마디를 딱딱 꺾었다.
프런트계가 데스크를 떠나서 그들에게 다가왔다.
“당신들이 729호실에 시체가 있다고 신고한 사람들인가요?” 그가 물었다.
“맞소.” 메이슨은 그 질문에 놀랐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당신들이 어떻게 그걸 신고하게 되었죠?”
“아, 당연히 우리가 시체를 발견하였기 때문이지.” 메이슨이 그에게 말했다. “그런 일을 발견하면 경찰에 신고하는 건 당연하잖소?”
“아니, 제 말은 당신들이 어떻게 해서 그 시체를 발견하게 되었느냔 말이오?”
“그 여자가 거기에 있었으니까.”
“정말 죽은 건가요? 혹시 정신을 잃은 것을 잘못 본 것은 아닙니까?” 프런트계가 다시 물었다.
“내가 보기엔 죽은 것 같습디다. 하지만 내가 의사는 아니니…….”
“당신이 그 시체를 발견했을 때 보스웰 씨도 함께 계셨습니까?” 프런트계가 물었다.
“보스웰이라니?” 메이슨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프런트계는 폴 드레이크 쪽을 향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저 사람은 보스웰 씨가 아니오.” 메이슨이 말했다.
“하지만 저 사람은 자신이 보스웰 씨라고 했는데요.” 프런트계는 힐난하듯이 말했다.
“아니, 저 사람은 그렇다고 하지 않았소.” 메이슨이 말했다. “단지 보스웰 씨 앞으로 온 메시지가 있는지를 물었을 뿐이오.”
“그렇지만 내가 신분을 밝히라고 했단 말이에요.” 프런트계는 성이 나서 말했다.
“저 사람이 729호실의 열쇠를 카운터 위에 내놓았지.” 메이슨이 말했다. “그러자 당신이 숙박부를 찾아보고 보스웰이라는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지. 당신은 그것으로 충분히 신분을 확인했다고 생각한 거겠지. 당신은 이 사람에게 운전면허증을 보자고 하지 않았잖아? 더구나 이름이 보스웰인지도 묻질 않았지. 당신이 신분을 밝히라고 하자, 저 사람은 열쇠를 내놓았을 뿐이야.”
프런트계가 화가 나서 말했다. “내가 저 사람을 보스웰 씨라고 오해하도록 그런 짓들을 하셨나 본데, 경찰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걸요?”
“그렇게 되면 당신도 별로 좋을 일이 없겠지.” 메이슨이 비꼬듯 말했다.
“나는 이 사람더러 보스웰 씨인지를 밝히라고 했단 말이에요.”
“아니지, 당신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단지 신분을 밝힐 수 있는 무엇인가를 요구했을 뿐이야.”
“그건 보통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고요.”
“보통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니?”
“저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기를 원했고, 저 사람의 신분증명서를 보기를 원했다는 말이죠.”
“그럼 당신은 그렇게 요구했어야 했고, 또 신분증명서를 꼭 봐야겠다고 우겼어야 해.” 메이슨이 말했다. “당신이 잘못 처리한 일에 우리까지 끌어들이지 말라구.”
“그 객실은 제럴드 보스웰이라는 이름으로 예약되어 있었다고요.”
“그래서?” 메이슨이 대꾸했다.
“그리고 저 사람이 오늘 초저녁에 보스웰이라고 주장했단 말이에요. 그리고 그는 나에게서 봉투를 하나 받아갔지요.”
“확실한가?” 메이슨이 물었다.
“확실하고말고요.”
“방금 전에는 확신하지 못했지 않은가?”
“확실했었다니까요.”
“그럼 왜 저 사람에게 신분 확인을 하려고 했나?”
“같은 사람인지를 확인하고 싶어서요.”
“그럼 당신은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던 거로군.”
“나를 반대신문(反對訊問)하려고 하지 마시오.”
“오, 당신이 생각한 게 그거로군.” 메이슨은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은 곧 증언대에 서게 될 거야. 그러면 내가 진정한 반대신문이 뭔지를 보여주지.”
“당신은 대체 누구요?”
“나는 페리 메이슨이라고 하지.”
프런트계는 어찌할 바를 모르면서 물었다. “그 변호사, 페리 메이슨 씨?”
“그렇다네.”
그때 갑자기 로비의 문이 왈칵 열리며 홀코움 경사가 사복 경찰 2명을 데리고 들어섰다. 그는 성큼성큼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다가 메이슨과 드레이크 그리고 프런트계를 보자 방향을 바꾸어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안녕하시오, 경사.” 메이슨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홀코움 경사는 그 인사를 싹 무시해버렸다.
그는 페리 메이슨을 쏘아보면서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해서 이 일과 관련이 된 거요?”
“내 의뢰인을 위해서, 729호실로 가서 어떤 증거들을 좀 찾아보려고 했거든요.” 메이슨이 말했다.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 말이오?”
“어떤 의뢰인이오.”
“좋소.” 홀코움이 말했다. “말꼬리 뱅뱅 돌리는 짓거리는 그만 둡시다. 이건 살인사건이란 말이오. 의뢰인은 누구였소?”
메이슨은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그건 비밀이오.”
“당신은 그걸 뱉어내지 않곤 못 배길걸.” 홀코움이 그에게 말했다. “만약 당신이 살인자를 비호하려고 한다면, 당신도 종범(從犯)이 될 거니까.”
“이 의뢰인은 살인자가 아니오.” 메이슨이 말했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아오?”
“알지요! 게다가 그는 내 의뢰인이오. 나는 내 의뢰인들의 이름을 아무에게나 누설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소.”
“당신은 증거를 은닉할 수 없소.”
“나는 어떠한 증거도 은닉하는 게 아니오. 내가 그 객실에 들어가자마자 시체를 발견했고, 시체를 발견하자마자 당신에게 신고했으니까.”
그때 프런트계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죄송합니다만, 경사님. 저기 서 있는 분이 그 객실의 투숙객이신데요.”
홀코움 경사는 경멸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바보 같은 소리하지 말게. 저 사람은 메이슨의 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사립탐정이야.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을 보고 메이슨이 그를 불렀겠지.”
“그게 아니라니깐요, 경사님.” 프런트계는 강력하게 항변했다.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고요.“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아나?”
“맨 처음에 와서 그 객실의 열쇠를 가져간 사람이 저 이였어요, 또 저 사람의 비서가 와서 예약을 했고요. 그리고 몇 번이나 저에게 와서 메시지 온 적이 없는지를 물었거든요.”
홀코움 경사는 폴 드레이크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어이! 잠깐만 있어 보게! 이게 다 무슨 말인가?”
폴 드레이크가 말했다. “저 놈은 미쳤소!”
“자네 이름이 뭔가?” 홀코움이 프런트계에게 물었다.
“밥 킹입니다.”
“좋네. 그럼 그 객실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해 주겠나?”
“그 객실은 오후 2시경에 예약이 되었습니다. 한 젊은 여자가 데스크로 와서 자신은 제럴드 보스웰 씨의 비서라고 하면서, 보스웰 씨가 하루 동안 사용할 객실을 하나 원한다고 하더군요. 보스웰 씨는 뒤에 올 거라면서 불편한 점이 없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 객실로 가봐야겠다고 하더군요. 마침 자신은 짐을 가지고 오지 않았기 때문에 객실료를 선불하겠다고 하면서 열쇠를 가져갔습니다. 그녀는 열쇠가 두 개 필요하다고 했어요.”
“자넨 유익한 정보를 아주 많이 뱉어버리는구먼.” 홀코움이 말했다.
“경사님께서 말하라고 하셔서 말씀드린 건데요. 제가 말씀드린 것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았는데요?”
홀코움은 메이슨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저 사람이 다 듣고 있잖은가?”
“그렇지만, 경사님께서 말하라고 하셔서…….”
“좋아. 지금부터는 입을 꼭 다물고 있게. 잠깐만! 폴 드레이크가 여기 나타난 것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게.”
“그는 6시 30분경에 나타나서, 보스웰이라는 이름을 대며 메시지가 왔는지를 묻더군요. 그래서 서류더미를 찾아본 다음, 그에게 봉투 하나를 줬습니다.”
“그 봉투 안에 열쇠가 들어있었나?” 홀코움이 물었다.
“아마 그랬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아참, 지금 생각이 나는데, 그건 두꺼운 마닐라지로 만든 봉투였는데, 커다랗고 꽤 두툼했어요. 그리고 그 안에는 신문쪼가리들이 꽉 차 있었고요.”
“그 편지를 가져간 사람이 여기 있는 폴 드레이크였단 말이지?”
“그렇다고 생각되는데요……. 예, 맞아요. 이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나서 그가 뭘 했지?”
“객실로 올라갔지요. 저는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았어요. 그는 매우 얌전하고 존경할만한 신사 분이었고, 객실료도 이미 지불된 상태였으니까요.”
홀코움은 폴 드레이크 쪽으로 홱 돌아서면서 물었다. “이 이야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드레이크는 머뭇거렸다.
“내가 폴 드레이크를 대신해서 대답하지요.” 메이슨이 나섰다. “신원 확인에 있어서 뭔가 착오가 생긴 것 같군요.”
“착오라고? 웃기는 소리들 마셔!” 홀코움 경사가 소릴 질렀다. “드레이크는 당신이 시킨 뭔가를 하기 위해서 그 객실로 올라갔겠지! 그 여자는 드레이크가 예약한 방에서 살해되었고, 그가 당신에게 긴급히 SOS를 쳤겠지. 이 사람은 그 객실에 머물지도 않았겠지?” 홀코움은 프런트계에게 물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신경을 쓰지 않았으니까요. 두 신사 분들이 함께 오시긴 했는데요, 이 분이 두 번째로 내게 와서 메시지가 있는지를 알아봐 달라고 했어요. 경사님께서는 드레이크 씨라고 하시지만 제게는 보스웰이라는 이름 댄, 이 분에게 초저녁에 이미 메시지를 하나 드리지 않았느냐고 물었죠. 그런 바람에 이 분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죠.”
홀코움 경사는 드레이크에게 말했다. “메이슨 씨한테서는 의뢰인의 이름을 알아낼 수 없을지 몰라도, 사립탐정 나부랭이한테서는 살인사건에 관한 모든 것을 확실히 짜낼 수 있겠지. 토해내지 않으면 아주 갈기갈기 찢어발겨 버리겠어.”
메이슨이 다시 말했다. “이것 봐요, 경사님. 내가 방금 전에도 말했듯이 이건 신원 확인이 잘못된 것이라니깐.”
“헛소리 마쇼!” 홀코움이 말했다. “나는 위로 올라가서 현장을 한 번 둘러보겠소. 곧 지문감식반 사람들이 도착할 거요. 만약 당신의 지문이 발견되기만 하면…….”
“우리도 올라갔었소.” 메이슨이 말했다. “누구도 그러지 말라고는 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우리가 시체를 발견했지.”
“드레이크도 당신을 따라 갔소?”
“물론!”
“당신들은 둘 다 함께 들어갔소?”
“그렇소.”
“그러면 드레이크가 데스크로 와서 메시지가 있는지를 물었다는 킹의 이야기는 뭐요?”
“그 이야기의 일부는 맞소.” 메이슨이 말했다. “우리는 그 객실이 보스웰이라는 이름으로 예약되었다는 것을 믿을만한 확실한 근거가 있었소. 그리고 드레이크는 단지 조사를 위하여 보스웰에게 온 메시지가 있는지를 물었을 뿐이오. 그는 자신이 보스웰이라고 한 적이 없소.”
홀코움 경사가 말했다. “이 모든 이야기가 무척 수상쩍게 보이는데. 당신들 여기 꼼짝 말고 있으시오. 나는 올라가 봐야겠소. 이 자리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잊지 마시오. 당신들에게 질문할 것이 더 있으니까.”
홀코움은 서둘러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메이슨은 폴 드레이크 쪽으로 돌아서서 말했다. “전화를 걸게, 폴. 더 많은 탐정들을 수배하도록 하게. 가능하다면 최소한 여섯 명 정도의 남자 탐정과 두 명 정도의 예쁘게 생긴 여자 탐정도 필요하네.”
“곧 수배할 수 있을 걸세.” 드레이크가 말했다. “그런데 괜찮다면 질문 하나 하겠네. 도대체 자넨 뭘 하려고 하는 건가?”
“아, 물론 내 의뢰인을 보호하려는 거지.”
“그럼, 나는 어떻게 되나?” 드레이크가 물었다.
“자네를 곤경에서 건져내려고 하네.”
“어떻게?”
“자네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다 진술하도록 해서…….”
“그렇지만, 나는 자네 의뢰인의 이름을 알고 있는데.”
“그를 더 이상 숨겨둘 수 없겠어.” 메이슨이 말했다. “그는 함정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갔거든. 이제 내가 오로지 바라는 것은 시간을 버는 걸세.”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가?”
“몇 시간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네.”
“그 시간 동안에 자네가 무얼 할 수 있겠나?” 드레이크가 물었다.
“해보기 전에는 나도 잘 모르겠네.” 메이슨이 말했다. “어서 전화를 걸어서 유능한 탐정들을 확보하도록 하게. 그들을 자네 사무소로 불러들이게. 어서 서두르게, 폴!”
드레이크는 전화박스로 걸어갔다.
메이슨은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물고, 생각에 잠겨 로비를 천천히 걸어 다녔다.
검은색 가방을 들고 두 명의 사복을 대동한 검시관보(補)와, 카메라와 플래시전구를 잔뜩 짊어진 경찰 사진사가 호텔로 들어섰다.
드레이크가 전화를 끝냄과 동시에 홀코움 경사가 로비로 내려왔다.
“좋소. 당신은 이 사건에 대해 뭘 알고 있소?” 홀코움이 물었다.
“당신에게 말한 것뿐이요.” 메이슨이 대꾸했다. “우린 그 객실로 올라갔고, 들어가서 시체를 발견했소. 그리고 당신에게 신고한 거요.”
“아아, 잘 알겠소.” 홀코움이 말했다. “그런데 애당초 어떻게 해서 그 객실에 가게 된 것이오?”
“한 의뢰인을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오.”
“그것도 알겠소. 그 의뢰인이 누구요?”
“내 의뢰인의 허락을 받기 전에는 이름을 발설할 수 없소.”
“그러면 그의 허락을 받도록 하시오.”
“그럴 거요. 그렇지만 지금 당장은 할 수 없소. 아침이 되면 최우선적으로 처리하겠소.”
"이런 사건 같은 경우에 당신은 더 이상 뻗대고 버틸 수는 없을걸. 어느 한 편으로는 변호사라고 주장하겠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종범(從犯)이 될 테니까.“
“나는 저항하려는 게 아니오.” 메이슨이 말했다. “다만 의뢰인의 신뢰를 배신할 수 없을 뿐이지. 의뢰인이 직접 진술할 수 있도록 해 보겠소. 그와 연락할 시간이 필요하오.”
“그가 누군지를 나에게 말해주면, 우리가 말하도록 해보겠소.”
메이슨은 머리를 저었다. "의뢰인의 허락이 있기 전에는 절대로 이름을 말해줄 수 없소. 오전 9시까지 내 의뢰인을 지방검사실로 데려가겠소. 그때 그에게 질문을 해도 좋소. 물론 나도 그 자리에 참석할 거요. 나는 그의 권리에 대해 조언할 예정이오. 경사, 당신에게 이것을 확실하게 해 두겠소: 내 의뢰인이 알고 있는 한, 그가 그 객실을 떠날 때까지는 시체가 없었다는 것을. 나는 그곳에서 누군가를 만나려고 했었소.“
“누구를?”
“어떤 여자요.”
“살해당한 여자였소?”
“그 여자는 아닌 것 같소.”
“이것 보시오. 의뢰인이 누구든 우린 그 사람과 이야기해 봐야겠소.”
“오전 9시에 하시오.” 메이슨은 완강하게 말했다.
홀코움은 적대감을 드러내며 메이슨을 노려보았다. “우린 당신을 중요 증인으로 구금할 수도 있소.”
“무엇에 대한 증인으로요?” 메이슨이 물었다. “나는 이 살인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당신에게 다 말했소. 내 의뢰인의 사적인 문제에 관해서라면, 그 자신이 설명할 거요. 그리고 당신이 그렇게 험악하게 나온다면, 나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겠군. 지방검사실로 오전 9시까지 내 의뢰인을 데리고 가겠다는 제안을 철회하겠소.”
홀코움은 화가 나서 말했다. “좋소, 당신 마음대로 해보시지. 그렇지만 이건 명심하시오. 당신이 그렇게 나온다고 해도 우리에게 협조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오. 당신 의뢰인을 9시에 그곳으로 데리고 온다고 해도, 정상 참작은 전혀 되지 않을 거요.”
“그는 꼭 갈 거요.” 메이슨이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정상 참작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오. 그리고 그게 뭔지는 내가 잘 알고 있고……. 폴, 가세.”
메이슨은 몸을 돌려 호텔을 나갔다.
2006.01.11 15:43
[번역] 대담한 유혹 사건, E.S. 가드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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