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있어요 헨리?" 5분 정도 지난 뒤 아이다가 그를 불렀다.
"도와줄까요?"
"이제 곧 끝납니다" 그가 답했다. "나원참, 정말로 긴 투표용지구만!"
잠시 기다리자 그가 커튼을 걷고 나왔다. 왼손에 접은 용지를 가지고 오른손에 연필을 쥔 채였다. 그 얼굴에는 뭔가 놀란 기색이 맴돌았다. 그가 불안한 발걸음으로 2보정도 걸어 나오는데 그의 셔츠의 핏자국이 보였다.
"오티스씨! 어떻게 된겁니까?"
나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그를 부축하기 위해 달려들며 물었다. 순간 뒤에서 시어즈가 플래시를 터트리며 사진을 찍었다. 나는 오티스를 상에 눕히고 셔츠를 펼쳤다.
"살인..." 그는 갸날픈 목소리로 말했다. "칼로 찔러서..."
그리고 그는 몸의 힘을 잃고 머리를 떨궜다. 나는 그가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
"여러분, 뒤로 물러서주세요. 그가 살해당했습니다!"
그 죽음의 다이잉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들은 생각은 소음기를 부착한 총에 맞은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상처를 보자마자 칼에 찔렸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의 셔츠의 구멍과 그 아래의 상처는 1인치의 길이로 굉장히 가늘었다. 전형적인 칼에 의한 자상으로 심장의 바로 아래쪽이었다. 조금만 위쪽으로 찔렀더라면 칼은 곧바로 심장에 닿아 즉사했을 정도로 심장과 가까웠다.
"그 자식은 부스 안에서 혼자 있었단 말이야" 렌즈보안관이 흥분해서 외쳤다. "아무도 그를 죽일 수 없었다구!"
"알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에게 일단 찾고자 하는 것과 방법을 설명했다.
"나이프를 찾지 않으면 안됩니다. 내가 찾아 볼테니 보안관님은 여러분들과 같이 가게 입구 가까이에 서 계세요"
"왜지?"
"당신이 그를 죽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니까요"
내가 그렇게 설명하자 그는 납득하고 입을 다물었다. 나는 커튼을 크게 열어 젖히고 부스 안을 조사했다. 나무 선반과 그 위에 놓여진 두 개의 연필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티스가 오른손에 들고 있었던 것과 같은 연필이었다. 선반 아래와 의자 위를 조사하고 커튼을 자세히 조사해 보았지만 나이프가 숨겨질 수는 없다는 확신이 들 뿐이었다. 부스의 뒤를 돌면서 나이프의 칼이 들어갈만한 구멍을 조사해 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부스는 삼 면이 두텁고 단단한 나무로 만들어졌고 남은 한 면은 커튼이 걸려있었다. 부스의 속에는 용지와 체크를 위한 선반밖에는 없었다.
"좋아" 나는 사체의 주변을 돌아보았다. 에이프릴이 여분의 검은 커텐으로 사체를 덮어놓았지만 그것으로도 모가노 부인의 히스테리를 멈출 수는 없었다.
"그녀를 내 차로 데리고 가는 것이 좋겠군요. 조용해 질 때까지 말이죠. 비는 대충 그친 것 같으니까요"
에이프릴이 그녀를 세우고 렌즈 보안관이 부축했다. 나는 에이프릴에게 속삭였다.
"에이프릴! 그녀의 드레스를 만져봐서 칼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확인해 줘요"
"선생님은 혹시 그녀가...?"
"아네요. 전혀 그렇진 않아요! 하지만 여러가지로 조사할 필요가 있어서 그래요"
그녀들이 나가고 나는 모두에게 말했다.
"그를 살해한 흉기를 찾기 위해서, 이 장소를 철저히 조사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찾을 때 까지는 누가 어떻게 살해했는지는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이발소요" 휘트니가 말했다.
"면도칼 따위는 엄청 많단 말이요. 장사에 필수품이기 때문이요"
"저는 당신의 칼들이 저 상처를 만들 정도로 폭이 넓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요. 일단 한번 찾아봅시다."
우리들은 20분 정도 그 장소를 조사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모든 뾰족한 도구의 폭을 측정했고 모두의 몸을 조사해 보았으며 사체까지 조사했다. 휘트니가 손님의 수염을 자를때 사용하는 타올을 집어넣는 곳까지 조사했지만 그곳에도 흉기는 없었다.
그 사이에 비가 그쳤기 때문인지 투표자들이 오기 시작했다. 잠깐이라도, 사체를 운반해 나갈 때까지는 그들을 밖에 기다리게 할 수 밖에 없었고 후보자가 죽었다는 뉴스는 삽시간에 마을로 퍼져나갔다. 촌장은 물론 군의 선거 위원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잠깐 사이에 걸려오는 전화가 너무 많아 전화벨 소리가 흡사 시끄러운 찬미가처럼 들릴 정도였다.
"그는 자살한 것이 분명해" 렌즈 보안관이 말했다.
"그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잖나?"
"물론 그렇지만, 이 연필에 찔렸을 리도 없지요. 끝이 날카로운 물건들은 이거밖에는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리고 보안관으로 선출될지도 모르는 날에 자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보입니다. 부스에 들어갔을 때 그가 단념하고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거든요."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범인은 어떻게 그를 찌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갈 수 있었던 거지? 빌 휘트니는 손님과 함께, 모가노 부인과 아이다는 데스크 뒤에 있었다구! 당신과 나, 에이프릴은 부스 앞에 있었고 말이야. 게다가 저 카메라맨 녀석은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고 있었어. 아무도 저 부스 옆에는 가까이 가지 않았단 말야."
"그렇다면 부스에 들어가기 전에 찔렸을 가능성도 있다구." 면도를 위해 비누거품을 내고 있던 휘트니가 말했다.
"전에 신 코나스에서 한창 싸움 중에 칼에 찔렸는데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아무도,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었던 한 남자의 사건이 기억나는구먼"
그러나 나는 그 아이디어에 동의 할 수 없었다.
"오티스는 저 부스의 속에서 오분 씩이나 서 있었습니다. 심장 쪽에 상처를 입고 그렇게 오래 살아있을 수는 없습니다. 또한 그렇다면 상처에서 더욱 많은 피가 흘러나왔겠죠. 때문에 제 생각에는 그는 부스를 나오기 직전이나 직후에 찔린 것이 분명합니다. 1분 이상은 살아 있을 수 없는 상태였어요."
"하지만 우리들 전부 부스를 보고 있었단 말야!" 보안관이 말했다.
"이곳에 있는 시어즈는 사진을 찍었고 말이야"
나는 갑자기 그 생각이 떠올라 그에게 급히 물었다.
"당신이 사진을 찍었다고? 그가 쓰러지는 순간에?"
"에에... 찍었습니다. 그가 칼에 찔렸다는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걸 현상해 주게, 얼마나 걸리지?"
"한시간 정도 걸립니다."
"그렇다면, 지금 빨리 부탁하겠네. 사진에 귀중한 단서가 찍혀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렇다면 당장 신문사에 돌아가는 편이 낫겠군요."
그때 에이프릴은 벽에 기대어 젖은 우산을 하나씩 펴 보고 있었는데 나에게 신호를 보냈다.
"칼날을 접어서 우산 속에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선생님."
"나도 아까 같은 것을 생각해 보았었지만..."
"찾아 보셨어요?"
"아, 찾아 봤죠. 그런데, 그 신호는 왜 보낸거죠?"
"매니 시어즈의 카메라를 조사해 봐야 하지 않아요? 여기서 나갈 작정인 것 같은데요"
"카메라요? 대체 왜..?"
"렌즈 통으로부터 칼이 튀어나가는 스프링 장치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비슷한 것이라도요."
"그렇다면 대체 칼은 어디로 갔을까요?"
"얼음으로 만든거에요. 틀림없어요. 녹아버린 걸 꺼에요."
"그가 쓰러지기까지는 2초도 채 걸리지 않았는데요? 게다가 그의 셔츠와 피부의 찔린 상처는 예리한 얼음으로는 만들 수 없어요. 그나저나 에이프릴, 대체 요즘 무슨 책을 읽는겁니까?
"[쇼-보트]보다 폭력적인 것은 읽어본 적도 없단 말이에요"
"그보다도 후-만츄의 책을 읽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어쨌건 선생님. 매니의 이상한 행동에 신경이 쓰이지 않으세요?"
"내가 보기에는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요?"
"말씀하신 그대로에요! 그게 수상하단 말이에요!"
"아하! 당신이 무슨 책을 읽는 지 알았어요. 셜록 홈즈군요!"
"심각한 이야기란 말이에요. 선생님! 그는 곧바로 사진을 가지고 신문사에 돌아가지 않으면 안돼잖아요. 그런데 왜 여기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걸까요?"
그녀가 지적한 것은 일리가 있었기에, 나는 매니에게 다가가서 카메라를 조사해 보았다. 그러나 카메라는 진짜였고 침이나 칼날이 튀어나가는 구멍 따위는 없었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이곳에 남아 있는지를 물어보았지만 그는 웃으며 답했다.
"렌즈 보안관님이 이 사건의 현장사진을 원하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요. 사체를 운반해 가기 전에요."
보안관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물론이지. 2장정도 찍어주게. 필요한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나는 그 장소에 있는 전원과 이야기를 해 보았지만 휘트니의 기묘한, 입을 다물고 있는 손님과는 아직 이야기를 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그 남자가 앉아 있는 의자로 다가갔다. 그는 35에서 40살 정도로 보이는 거친 외모의 사나이였다.
"이름을 밝혀 주실 수 있으신가요?"
"말하지 못할 것도 없수다. 크로커유, 하이 크로커."
"그 근처에 사시나요?"
"아니유"
"그냥 지나가시던 길이신가요?"
"그렇수다"
"죽은 남자를 혹시 알고 계신거 아닌가요? 헨리 오티스라는 사람인데?"
"알고 있을 리가 없잖수? 오늘 아침에 여기 막 도착했는데 말여"
"선거일에는 투표 때문에 집에 있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요"
"집도, 정치에도 관심 따위 없수다"
"그 집이라고 하는 장소가 어디죠? 크로커 씨"
"남쪽이오"
"하시는 일은?"
"개를 키워서 훈련시키는 일을 하오"
"사냥개요?"
"그렇소, 그리고 집 지키는 개 까지. 농장을 침입하는 인간들을 쫓아버리는 놈들이지"
그는 외국산의 가는 담배를 집어들고 불을 붙였다. 면도가 끝나자 그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경찰견도 키운다구. 렌즈 보안관이라고 했나? 그도 키워볼만 할 것 같은데?"
"보안관에게 제가 이야기 하죠. 크로커씨"
그러나 보안관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 줄 틈은 없었다. 들것이 주의깊게 좁은 앞문을 통해 운반되어 사체가 가로 놓여지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주변을 둘러싸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모두 떨어져 주시는 게 좋겠소. 이건 전시품같은 것이 아니란 말이요!"
렌즈 보안관이 외치자 농부 한 사람이 대꾸했다.
"나도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손을 쓴다... 그런거유 보안관?"
렌즈 보안관은 그런 비야냥에 침묵으로 답하는 그런 남자는 아니었다.
"내가 오티스를 죽인 범인을 찾아내고야 말겠소. 걱정할 필요는 없소!"
"선거에 지게 된더라도 말이요?"
"진다면 나는 사임하겠소. 그리고나서 확실히 끝맺기 위해서라도 선거를 다시 해야겠지. 사람들이 나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런 자리 나 역시 원하지 않소"
그 말에 모든 사람들이 납득하여 입을 다물었다. 구급차가 오티스의 사체를 운반해 간 후에 투표소도 일단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곧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투표자들이 가게에 들어오고 모가노 부인과 아이다가 등록인 명부를 확인하기 시작하며 투표가 재개되었다. 에이프릴이 연필을 가지고 다가왔다.
"이게 필요하시죠 선생님? 사체를 운반해가기 전에 죽은 사람 손에서 빼 놓았었어요. 연필을 가지고 있는 채로 장례를 치루는 것은 별 의미 없잖아요."
"사실 별 의미는 없죠"
나는 그 연필을 손가락 끝으로 돌리며 바라보았다. 내가 투표용지에 체크할때 썼던 것과 똑같은, 사람을 찔러 죽이는 데에는 사용할 수 없는 보통 나무 연필에 지나지 않았다.
"누가 살해했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어떻게?"
"투명인간이 투명한 칼로..."
"렌즈 보안관은요?"
"아뇨. 렌즈보안관은 살인따위는 저지르지 못할거에요. 그는 이 주에서 제일가는 현명한 보안관은 아니겠지만 법과 질서를 지키는 데에 있어서는 확실한 남자죠. 더군다나 오늘 공정하게 재선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다른 사람은 누가 있을까요?"
"일단 제일 수상한 것은 개 훈련사겠죠. 크로커씨"
"왜 그가 수상하죠?"
"그는 타향 사람으로 오티스를 살해할 동기가 어딘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티스는 아직 이 노스몬트에는 적을 만들만큼 오래 살지 않았기 때문에, 특히나 이런 사악한 방법으로 살해될 정도의 적은 만들지 못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살인 동기가 제일 있음직한 것은 역시 그의 과거라 할 수 있거든요."
에이프릴은 크로커가 관계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특별히 마음에 들어 했다.
"그의 뒤를 쫓아서 어디로 가는지 조사해 볼까요?"
"오늘 환자는 없나요?"
"포스터 부인 뿐이에요. 비가 오고 있으니 1주 정도 더 경과를 지켜봐도 좋을 것 같다고 전화 하겠어요. 차가 진흙탕 속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고 말하죠."
"좋아요. 그럼 어디에 가는지 크로커를 잘 감시해줘요. 나는 신문사로 가서 매니 시어즈가 현상해 놓았을 사진을 먼저 한번 봐야겠어요."
Views 2286 Comment 0
